꽃잎에 백반을 넣고 콩콩 찧었다
손톱에 두근두근 달이 오르고
그날부터 내 몸에
추억 하나 스며들었다
오가는 눈빛에 노을처럼 발개지는
얼굴 하나 가슴에 묻었다
꽃물 든 그리움이 그믐달로
지워질 때까지
내 사랑의 첫눈은 오지 않았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설렘은 손톱 끝에서 야위어 갔다
내 청춘의 백반 같던 그 사람
노안처럼 가물거린다
손도 안 댄 봉숭아 꽃씨가 톡,톡
터진다
△ “내 청춘의 백반 같던 그 사람”을 읽다가 문득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아무리 봉숭아 꽃잎을 많이 넣고 찧어도 손톱에 진한 꽃물 들지 않는다. 두근두근 내 몸에 빨갛게 스며드는 마력은 봉숭아 꽃잎도 백반도 아니다. 둘이 하나가 되는 찰나에 그리움이 그믐달로 지워질 때까지 내 사랑의 증표가 된다.
장독에 핀 봉선화를 따서 아주까리 이파리로 손톱을 싸고 무명실로 총총 감아 두었다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봉숭아 꽃씨가 가슴으로 와 발개진다. 그리움의 농도만큼 물든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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