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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전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모든 일에는 배경이 있다. 현재 일어난 일을 이해하려면,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 일과 관련하여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살펴보아야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미얀마 사태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왜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거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서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각각의 사건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공교롭게도 두 사건은 과거 20세기 초 제국주의 영국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는 현재를 넓은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그동안 몰랐던 뜻밖의 새로움도 발견할 수 있다.

지역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이와 같다. “지금 있는 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이요, 지금 생긴 일은 언젠가 있었던 일이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성경 말씀처럼 창조는 새로운 반복이다. 연구를 뜻하는 Research라는 단어도 다시(re) 찾는다(search)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할 뿐”이라고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는 말했다. 종합하면, 이미 있었던 것에 대한 탐구가 지역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지역은 인간에 의해 가치와 의미가 부여된 물리적인 장소다. 과거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지역에 담겨있다. 지역은 그 지역을 이루게 된 맥락을 다양한 문화유산의 형태로 간직한다. 우리는 그것을 전통이라 부른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통을 재해석하는 존재다. 크리에이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만 할 것 같은 막막함이 앞선다. 결국,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할 가능성만 커진다. 의자에 앉아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창조는 아니다. “나는 대리석 안에 들어있는 천사를 보았고, 그가 나올 때까지 돌을 깎아냈다.”라는 미켈란젤로의 말처럼 그 돌 안에 감춰진 위대한 본질을 바라보아야 한다.

로컬콘텐츠의 위대한 본질은 전통에 담겨있다. 전통은 과거 유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전통은 고루한 것, 낡고 오래된 것도 아니다. 전통은 오랜 기간 빚어진 섬세함이자, 영감의 원천(源泉)이다. 전통을 박물관 안에만 가두려고 하지 말자. 그것을 꺼내야 한다. 그것을 꺼내 현재의 삶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살펴야 한다. 위대한 전통이라면 그것이 왜 위대한지 끊임없이 물어보아야 한다.

지역에 관한 연구는 많지만, 그 연구의 결과가 어떻게 콘텐츠로 구현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전통을 보존으로만 취급하지 말고 그것이 어떻게 현재와 미래로 이어질 수 있는지 콘텐츠로 보여주어야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담겨있다. 우리 삶을 다룬 주제라면 어떤 문화권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세계성과 지역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음을 나타내는 글로컬(glocal)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우리의 삶을 어떻게 콘텐츠로 만들 수 있을지 그 증거를 모아야 한다.

전통에 증거가 있다. 전통에 담긴 증거를 모아 현재의 삶과 연결 지어 탐구하면 그것이 콘텐츠다. 인간의 삶은 전통 안에 있다. 우리의 삶은 전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새로울지에 대한 답도 전통에 있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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