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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변신한 101세 백성례 할머니, 완주군수 예방

평생 소원 군청 방문, 시집 액자 선물

백성례 할머니
백성례 할머니

맨날 맨날 기도혀요 // 나라가 잘되라고 / 기도허고 // 대통령이 잘허라고 / 기도허고 // 정부도 잘허라고 / 기도허고 // 아들딸 며느리도 잘되라고 / 기도혀요

완주군 동상면 수만리 입석마을에 사는 백성례 할머니(101)가 지난 25일 완주군청을 찾아 박성일 군수를 만나 자작시‘100세 할머니의 기도’를 담은 액자를 선물했다. 평생 소원이었다고 한다.

백 할머니는 “일제, 6·25, 수몰지역 삶의 아픈 이야기를 책으로 맹글어(만들어)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던 한을 다 털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면 역사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며 “한 세기의 삶을 살아오신 백 할머니께서 방문해 주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꼼꼼히 챙겨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 할머니는‘기도’를 비롯해 ‘소원’ 등 5편의 시를 구술 형식으로 썼다. 국내 8대 오지인 동상면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가슴 안에 맺혀 있던 겹겹의 한(恨)을 풀어낸 것이다. 이들 시는 지난 4월 출간된 비매품 채록시집‘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에 수록됐고, 백 할머니는 이제 어엿한 시인이다.

가족들에 따르면 시집 발간 이후 할머니의 삶은 180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방에서 시무룩하게 앉아 계셨던 종전과 달리 집 앞 텃밭도 가꾸고 동네도 한 바퀴씩 돌며, 웃음도 많이 짓는다.

며느리 원영수 씨(58)는“시집이 나오기 전에는 주로 방에만 계셨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시다”며 “가슴에 담아 두셨던 100년의 한을 시(詩)로 풀어내신 덕분인지 안색이 좋아지셨고, 활동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아들 유경태 씨(63)는 “시에 들어있는 ‘나라 사랑’ 마음이 어머니의 진짜 순수한 마음”이라며 “맨날(매일) 저렇게 기도 하신다”고 말했다. 유 씨는 “어머니께서 아들딸 잘 되라고 기도 혀서 약발이 맥혔는지 올해 산에 놓은 벌통 열두 개 안에 벌들이 유난히 많이 들어왔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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