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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지역 민주화운동의 큰 별 조성용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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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객원 논설위원

지난달 26일 ‘오송회 사건’의 주범으로 조작되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지역 민주화의 어르신인 조성용 선생님께서 향년 86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하셨다. 과거 군사독재 시대에 수많은 용공 조작 사건들이 있었지만 특히 ‘오송회 사건’은 지역 사회에 미친 영향이 가장 큰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서슬 퍼런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인 1982년 겨울, 제자가 두고 내린 시집이 빌미가 되어 당시 군산 제일고 선생님들이 영문도 모른 채 대공 분실에 끌려가 갖은 고문을 당한다. 전기고문. 물고문. 통닭구이 등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 숱한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하며 저들이 원하는 대로 받아쓰기해서 조작된 사건이 오송회 사건이다. 조성용 선생님은 군산제일고 영어교사로서 1년을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인데 동문으로 어쩌다 몇 번 만난 적 밖에 없는 교사들의 리더로 조작되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차마 상상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가혹한 고문을 당하였다. 이렇게 오송회 사건은 아무런 객관적 사실과 증거도 없이 오직 고문에 의한 진술을 토대로 저들이 원하는 사건이 조작되었다. 당시는 전두환 정권의 폭압 중에도 5.18 이후 패배주의를 극복하며 서서히 민주화의 기운이 전국적으로 싹터 오고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용공 조작 사건을 터뜨리고 있었다. 오송회 사건은 그 중심에 있었다. 워낙 근거도 없고 사건이 조잡하게 조작되어 하수인에 불과한 당시 사법부조차 1심에서 대부분 석방했으나 권부의 분노로 2심에서 7년형까지 올려치기 당하였다. 문정현. 문규현. 이수현. 박창신 신부님을 비롯한 천주교 진영과 인권 단체, 해외의 양심적인 인사들의 석방 요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언론에 장식되며 권력 안위의 도구로 삼았던 오송회 관련 인사들이 몇 년 후 모두 석방되었다. 당시 전동성당과 중앙성당 정문에 걸린 프랑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전기고문 물고문 통닭구이 용공조작 오송회 사건 규탄한다.” “용공 조작 오송회 사건 관련자를 석방하라!”는 문구를 보며 섬뜩함을 느끼고 왜 성당에 무서운 플랑이 걸려 있지 하는 의문을 가졌다. 이후 시간이 지나 오송회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며 당시 군사정권의 포악함에 두려움이 일기도 하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울분을 토로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송회 사건은 전두환 군사 정권의 안위를 위해 저지른 반인륜 범죄행위였다. 이후 2008년에 들어서야 오송회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가 되며 관련자들의 명예 회복이 이루어졌다.  

조성용 선생님은 KBS 피디로서 문학과 예술, 역사 등에 높은 식견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다. 출옥 후에는 한겨레 창간에 참여하며 지국장을 지내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 전라북도 민주화운동협의회. 전북민족민주운동연합.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북연합 등의 재야 단체, 동학혁명기념사업회,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의 어른으로서 활동하며 참다운 지식인의 길을 걸으셨다. 세상을 향한 사랑과 열정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최근 몇 년의 투병 과정에서도 약간이라도 호전되면 동료, 후배들과 더불어 대화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재야인사들이 대부분 종교인이지만 영원한 농민 고 이수금 의장과 더불어 일반 시민으로 참여하여 40여 년의 활동 과정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보듬어 안고 이 땅의 민초들과 함께 한 소중한 삶이었다. 어느 때는 자신 때문에 피해를 당한 가족을 생각하며 미안함으로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늘 오뚝이처럼 일어나 행동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신 어르신으로 열정과 두려움으로 고뇌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의 전형을 보여주셨다. 선생님은 지역 민주화운동의 산 증인으로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김영기 객원 논설위원(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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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용 #오송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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