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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사회적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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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70여 년 전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두 동료와 함께 『고독한 군중: 미국인의 성격 변동 연구』(1950)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대중사회에서 개인은 타인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외로움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현대사회의 개인은, 타인에게 격리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내면적 고립감으로 번민한다는 것이다.

고독 또는 외로움은 단지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개인 내면의 주관적 감정’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개인은 주위에 아무리 사람이 많이 있어도 정서적 교류가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리스먼은 현대인의 외로움은 ‘사회적 고립’, 즉 타인과의 연결이 단절된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명쾌하게 밝혔다.

미국의 사회신경과학자 존 카시오포는 외로움을, 사회집단에 속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느꼈던 수렵채취인 시절 인류의 삶의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음의 진화’의 결과로 설명한다. 개인이 홀로 남았을 때 두렵고 초조한 마음이 들어야 사회집단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카시오포는 『외로움: 인간 본성과 사회적 연결의 욕구』(2008)에서 현대사회가 ‘외로운 개인’을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는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한다. 외로운 개인은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기보다는, ‘거절’을 당할 염려가 없는 인터넷이나 TV 또는 반려동물에서 대안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외로운 개인이, 정서적 교류를 동반하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외로운 세기: 찢긴 세계에서 인간적 연결을 복원하는 방법』(2020)에서 초연결 세계에서 고립된 현대인을 분석하였다. 그는 한국의 ‘먹방’(먹는 방송)을 외로움 때문에 번창하는 채널이라 소개했다. 사람들은 혼자 저녁을 먹을 때 가장 외로워하는데, 그것을 상품화한 것이다. 렌터카뿐 아니라 ‘렌터 친구’ 사업도 유망 업종이 되고 있다고 알려준다. 또한, 그는 인터넷을 통한 연결이 허상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개인은 스마트폰을 통해 타인과 피상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정서적 교류는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 개인이 SNS 게시물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등 ‘얕은 대화’를 오래 해도 충족감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개인의 소통 능력을 퇴화시켜, 외로움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사회적 고립은 개인뿐 아니라 정치·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SNS는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알고리즘 탓에 이용자의 확증편향을 계속 증폭시킨다. 즉, 사회적 고립은 개인 간 소통 단절, 시민성 수준 저하, 정치적 양극화를 추동한다. 또한 그것은 사회의 신뢰 수준에 영향을 미쳐, 경제의 혁신성을 떨어뜨린다.

사회적 고립은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가족·친구·이웃 등으로 통칭하는 ‘공동체’가 해체되었거나 그 성격이 크게 변모하였다. 2021년 기준 한국 전체 가구의 33.4%가 1인 가구였다. 일터나 삶터에서 ‘사회적 연결’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만나서 소통하며 사회적으로 연결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정부 정책 수단으로 강요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켰다. 비대면 환경에 익숙해져 대면을 꺼리는 현상도 발견된다. 심지어 전화 통화조차 두려워하는 ‘전화 공포증’까지 확산하고 있다. 사회현상으로서의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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