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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윤정부 1년, 추락하는 한국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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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장면 1: 4월 26일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동맹국이 피해를 받게 하면서 국내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 아니냐”, “미국이 한국을 도청했다는 것에 대해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나 언질이 있었느냐”라는 질문이 있었다. 두 질문의 내용들을 보면 당연히 한국 기자들이 한 것(해야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전자는 미국 LA타임즈 기자가 미국 대통령에게, 후자는 미국 ABC 기자가 한국 대통령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한국 기자들은 핵심에 침묵했고, 미국 기자들에게 밥을 사야한다는 촌평이 국내에서 이어지기도 했다.

 # 장면 2: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 길, 전용기 내에서 대통령 내외가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그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이 대통령 부인과 셀카를 요청하여 활짝웃는 모습의 셀카 촬영이 진행됐다. 이 장면은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에 의해 촬영되어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전용기 타고 패키지 여행 다녀왔냐”와 같은 네티즌 비난이 이어졌고, 그 사진은 몇 시간 만에 홈페이지에서 지워졌다.

 # 장면 3: 지난 2일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이 간담회를 진행했다. 기자들이 질문을 던졌는데, ‘미국 가서 재미있는 얘기를 전해달라’, ‘아메리칸 파이 어떻게 부르셨는지 들을 수 있나’, ‘대구에서 시구할 때 공 잘 던진다는 평가가 있었고 이번 만찬 노래도 다들 놀랐는데 스타덤을 실감하고 있나’, ‘하버드대 갔을 때 질문이 날카롭지는 않았나’ 등의 질문들이 이어졌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대한 질문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일주일 뒤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관계자 발언을 통해 전달됐다.  

언론의 주요한 책무 중의 하나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감하고 날 설지라도 비판적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 언론은 질문해야 할 핵심에선 비켜갔고, 방미 후 간담회에서는 듣기 좋고 말하기 좋은 질문들로 채워갔다. 질문하지 않는 언론, 권력의 심기를 살피는 언론은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모든 언론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권력 감시 임무를 수행하려는 언론들도 있다. 하지만 감시견(watch dog)을 하고자 하는 언론엔 재갈이 물리어 진다. 국익 훼손, 가짜뉴스로 매도되면서 감사, 압수수색, 고소고발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기검열이 이루어지고, 강단 없는 언론들은 스스로 순응의 길로 들어선다. 불편한 질문은 자제하고 어여삐 여겨지는 기사들을 쏟아내는 애완견(lap dog)으로 전락한다. 한편에서는 애써 칭찬하고 훈수하면서 권력을 지켜주는 보호견(guard dog)들이 힘을 얻는다. 윤정부 1년,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오늘 5월 10일은 윤정부가 출범한지 오롯하게 1년이 되는 날이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정권 1년의 시기는 국민적 평가가 그리 나쁘지 않는 편이 더 많았다. 정권 초기 상황에 대한 이해와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발표되는 조사들은 현 정부 1년의 초라한 성적표를 보여준다. 긍정 평가는 30% 대에 갇혀 있고 부정 평가는 60%에 육박한다. 국민의 60%가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응답했다는 조사도 보여진다. 추락하는 한국 언론의 위상도 이같은 평가들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망가지는 한국 언론을 어찌할 것인가. 원인은 파악되지만, 당분간 답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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