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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이야기로 ‘나’를 발견하고, 지역에서 특별한 ‘우리’로 성장

완주군의 문화공동체 ‘엄마의 방학’은 ‘모두의 방학’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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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갈 결심’ 프로그램 운영(2023 완주문화재단 문화다양성 사업 일환)/사진제공=엄마의 방학 

얼마 전 정부는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과 지방분권 종합계획을 2004년부터 분리하여 수립했지만 올해는 최초로 통합하여 추진되었다. 그 배경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지방인구의 감소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지방자치분권을 강화하여 지역균형발전을 효율적으로 이루기 위함이다. 또한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수립하면 지방정부는 정책에 맞춰 운영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성과창출에 한계가 있어 약화되어 있는 지방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였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전략과 추진과제가 제시됨으로써 거시적인 정책은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 현장에 있는 우리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무엇을 함께 해야 할 것인지 잠깐이나마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역사회는 ‘나’라는 개인이 모여 ‘우리’를 형성하고, 연대와 협력체계로 엮여 있다. 공동체문화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그동안 지역사회에는 생활문화, 평생학습, 마을 만들기 등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기반이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지역에 숨겨진 활동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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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북 나의해방일지 1’ 활동(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우리동네공유공간 사업 일환)/사진제공=엄마의 방학

완주군에서 활동하는 문화공동체인 ‘엄마의 방학’(대표 김지영)은 이름에서 풍기는 ‘엄마’라는 단어에서 감성적인 어감으로 전달되지만 명확하게 주체가 드러나 있다. 그리고 ‘방학’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기억을 상기시키며 어떤 활동으로 방학을 채워나갈지 기대감을 잔뜩 안겨준다. 엄마의 방학이 시작하게 된 계기는 김지영씨의 일상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삶에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엄마라는 위치에서 육아로 바쁜 삶을 살아가며 앞만 보고 달렸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과 육아를 통해 좋은 엄마로 ‘되고 싶은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간극에서 내적 갈등을 경험하게 되었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2018년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의 ‘컬처메이커 사관학교’ 과정은 김지영씨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해주었고 엄마의 방학은 현실화되었다.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은 평소 책을 통해 만나고 싶었던 작가를 모시고 ‘언니 고민 상담소’를 운영한 것이었다. 작가의 유명세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국에서 20명의 엄마들이 모여 ‘엄마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었고, 이를 계기로 매달 책모임도 가지게 되었다. 엄마들은 책을 읽으며 하고 싶은 것들을 발견하였고, 에니어그램, 감정치유 등으로 마음을 공부하였으며 그림책과 드로잉, 쓰기 활동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작업도 함께 했다. 이제는 ‘나’로 시작했지만 ‘우리’가 되어 안전하고 안락하게 머물 수 있는 ‘사적인 공유 공간’인 ‘딩가딩가’를 운영하는 것까지 이르게 된다. 딩가딩가는 엄마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온전히 자신들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이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공동체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었다. 지역사회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들이 저마다 독립적인 고유색을 갖고 있지만 다른 공동체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발현시키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망이 촘촘하게 연결될수록 지역사회의 공동체문화는 삶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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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말해주세요’ 활동(2023 아르떼 아카데미 다양별 문화예술교육 일환)/사진제공=엄마의 방학

엄마의 방학은 올해로 6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처음에는 “에이, 그래도 이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했지만 어느새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의 우수사례로 소개가 되었고, 많은 프로그램에서 참여요청도 계속되었다. 그래서 올해는 그동안 지속해왔던 마음돌봄 프로그램을 전국의 기획자와 예술가를 대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김지영씨는 엄마의 방학 동료들이 전국의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자신들의 재능을 뽐내는 모습을 보며 성장해가는 동료들을 지켜볼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의 방학의 동료들은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고 역할이 확장될수록 처음에 가졌던 즐거움 대신 힘겨움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현재는 규모를 확장하기보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봄과 가을에 한 가지씩만 하고 있다. 다시, 처음에 던졌던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되돌아보며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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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북 나의해방일지 2’ 결과물(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우리동네공유공간 사업 일환)/사진제공=엄마의 방학

엄마의 방학은 그렇게 ‘나’를 기반으로 시작하여 ‘우리’라는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김지영씨는 엄마의 방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의 이름을 찾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는 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동료들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녀도 이제는 듣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름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동료들과 함께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즉, 이름과 역할로 불린다는 것은 오히려 경계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모두의 방학을 위해 이야기로 만나는 작업을 계획 중에 있다. 

문화공동체로서 엄마의 방학은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성과나 외연 확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유연한 관계를 기반으로 사람에게 중심을 두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공동체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개인이 갖고 있는 활동의 동기와 공공에서 요구하는 동기가 맞닿아 있어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문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의 방학은 지역사회에서 특별한 우리로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모두의 방학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엄마의 방학처럼 지역사회에서 움직이는 많은 공동체가 활력을 갖고, 밀도 높은 연결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기반 조성과 충분한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나’를 비롯해 ‘우리’를 형성하는 것은 지역에서 특별한 존재로 성장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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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기획정책팀장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기획정책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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