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잘 살아야 도시가 있고 국가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골엔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만 남아서 젊은 사람이 있어야 시골이 되살아 나겠다는 생각으로 고향 마을을 지키다 보니 뜻하지 않게 이장직까지 맡게 된 것 같아요.”
전국 최연소 이장인 장수군 천천면 오옥마을 정민수(25) 이장이 고향을 지키는 이유다.
그가 관장하는 오옥마을은 최소 행정단위인 20가구에 미달해 오옥과 월천, 옥자동 3개 마을이 합해져 33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정 이장은 마을의 유일한 MZ세대로 올해 2년째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 오늘도 행정과 주민의 중간 다리로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그는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키우는 50마리 소 밥을 주고 8시 논에 거름을 내든가 오전 농사일을 얼추 마치고 나면 점심 먹고 면사무소로 나가 마을에 필요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면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개선해 내고 있다.
뜻하지 않게 이장직을 맡았다는 그는 “밖에서 볼일 보고 있는데 전화로 마을 어르신들이 너를 이장에 추대하기로 의견이 모아졌으니 들어와라, 아! 갑자기 이게 뭐지, 알고 보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고 일하려는 젊은 사람을 찾으셨던 것 같아요. 처음엔 마을 3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오옥마을만 맡으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덜컥 이장이 되고 나니 3개 마을이라는 겁니다. 어깨가 무거웠죠”라며 웃음을 보였다.
정 이장에 대해 마을 어르신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무엇보다 예의 바르고 인사 잘해 너무 예쁘다며 젊은 이장이 답답한 거를 시원히 해결해 주니 불편이 하나도 없지, 이제 평생 봉사하라고 세워놨다며 추켜세웠다.
정 이장에겐 학창시절 남다르고 특별한 추억이 있다. 고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몇몇 친구들과 자유여행으로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서울에서 그는 문뜩 국회의사당을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정세균 의원 종로구 사무실로 전화해 지역협의회장으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성함을 대고 정세균 의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니 국회의장 비서실과 연결해 만남의 기회를 얻었다. 기특하게 여긴 정세균 의장은 국회의사당을 관람케 하고 취임 기념 시계와 컵을 선물로 주었다. 소정의 여비도 챙겨 주었다는 후문도 있다.
이런 경험이 그에게 주민을 대변하는 군의원, 나아가 군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심었다. 작지만 마을 이장으로 33가구 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행정과 협력해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커졌다는 것.정민수 이장을 만나는 동안 이장부터 군수, 도지사, 국회의원, 행자부 장관을 역임한 김두관 국회의원이 오버랩(overlap)되며 꿈을 향해 한 단계씩 정진하는 그의 앞날을 응원하며 박수를 보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3년 2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장수군 지방소멸위험지수는 0.15로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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