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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지방 소멸과 고향 붕괴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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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호 시인

지방 붕괴니 지역 소멸이니 하는 말 뜻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이에 따라서 우리는 모두 소중한 고향도 잃어간다. 말하자면 거주민 감소를 넘어 아예 시골 동네가 텅텅 비어간다. 사람들이 도시로 떠났거나 사망에 의한 자연 감소일 터이다. 보충되거나 채워짐은 전혀 보여지지 않는다. 동네마다 아기 울음 들린 지가 몇십 년이 넘었다고들 말해진다. 사람 사는 데 따른 모든 부차적 문화나 기구 또는 제도도 소멸된다. 삭막하고 휑한 분위기가 농촌마다 다르지 않다. 아직 빈집들은 몇몇 남아 있어서 겉으로는 가옥 수가 유지되는 듯하나 마을을 들어가 보면 사람의 기척이 없다. 인간의 아름다운 정서를 누리던 소중한 고향 산천이 인정 떠난 낯설고 물설은 타향으로 변모해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서러운 일인가? 부모님 자애로운 눈길이 서려 있던 고샅길 하나하나가 폐허가 되고 정겹던 그 옛 추억마저 소멸되는 게 아니겠는가? 요샛말로 귀촌 귀농이란 말이 있어 ‘고향 되돌림’에 대한 시책이 제시되고 있으나 그 실효는 미미할 뿐이다. 그래서인데, 필자는 감히 의견 하나를 내고 싶다. 막연한 낭만풍의 귀촌은 실효가 없을 터이고, 돌아가서 무슨 할 일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일은 즐거움이 되는 것이어야 하고 경제적 생산성도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잠깐 중국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인용해 본다. 장차 전답이 잡초로 무성할 것이니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에 묻혀 살리라 하는 소위 선언문이다. 살벌하고 번다한 도시 생활과 벼슬길을 청산하고 인간 성정이 부활하는 자연 귀의의 주장인 셈이다. “돌아가리. 전원이 장차 거칠어지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이미 스스로 마음이 몸의 부림을 당했으니 어찌 한탄하고 슬퍼하지 않으리. 지난 날이야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앞날은 좇을 수 있음을 안다네. 실로 길은 잃었어도 멀리 가지는 않았으니 지금이 옳고 어제가 틀렸음을 안다오.” 긴 명문이었다. 도연명은 고향에 돌아가 글을 읽었다. 문학과 학문을 달성시켰다.

필자는 그 의견 하나가 예술인들을 농촌에 영접하자는 것이다. 빈집들을 수리하여 저렴하게 임대해 주어 맹렬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터전을 마련해 주자는 제언이다. 농촌이 느닷없이 예술촌이 되는 것이다. 별장의 개념이 아니다. 주민등록도 마쳐서 주민 인구수도 늘리고 농촌 생산물 소비 통로도 마련하는 상부상조의 실현을 해보자는 것이다. 도시와 농촌은 자연 빈번히 교류할 것이다. 호강스러운 말이지만 무슨 힐링의 계기도 되며 약간은 지역 경제도 살아나지 않겠는가? 그림 그리는 사람, 글 쓰는 사람, 여타 골고루 재주 있는 예술인들이 농촌을 드나든다면 사람 사는 정경이 살아날 것이다.

옛날에 조정에서 고급 벼슬아치를 벽지에 귀양 보냈는데, 그 배소에서 학문과 문학을 일으키는 긍정적인 부수 효과가 있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사람 하나, 문명한 사람 하나 이주는 그 지역의 명소화를 이끄는 법이다. 강진에 머물던 정약용 선생의 경우가 그 본보기이다. 유명 소설가, 유명 시인들을 지자체에서 크게 환대하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필자의 생각은 그런 화려한 귀촌을 말함이 아니라 잠재력 있는 예비 예술인, 아주 유명치는 않아도 성실한 예술인을 영접하자는 것이다.

루소도 그랬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소재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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