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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군산 내항에서 새만금 신항까지

군산시의회 의장 김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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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민 군산시의회 의장

“예서부터가 옳게 금강이다. 향은 서서남(西西南)으로 빗밋이 충청·전라 양도의 접경을 골타고 흐른다. 이로부터 물은 조수(潮水)까지 섭슬려 더욱 흐리나 그득하니 벅차고 강 넓이가 훨씬 퍼진 게 제법 양양하다. ⋯ 이렇게 에들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群山)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도입부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금강의 물줄기가 역류하여 남쪽과 북쪽을 아우르다 군산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으로 시작된다. 바다가 시작되는 곳, 군산 내항은 항구의 역사를 풀어낸다.  군산항은 부산항, 인천항, 목포항에 이어 마산항과 함께 1899년 개항하였다. 근대 항만도시의 탄생이다. 항구는 물동량의 증가와 선박의 대형화에 맞추어 넓고 깊은 바다로 항세를 이어갔다. 1979년 군산 외항(現 군산항 1~3부두)을 건설하고 본격적인 외항시대(국제무역항)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1990년 금강하구둑 건설은 지속적인 토사 매몰과 퇴적으로 군산항에 치명적 위기를 몰고 온다. 항만의 준설문제는 군산항의 존립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군산은 역경 속에서 낙담하지 않고 도전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중부권 화물운송의 거점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해 군장신항(現 군산항 4~7부두)을 건설하고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 흐름은 오래전부터 새만금 신항을 계획하고 있었다. 새만금 신항만 건설계획은 1996년 해수부의 '전국 신항만 건설계획'부터 그려진 그림이다. 2009년부터 2040년까지 민자 1조 2900억 원, 재정 2조 4000억 원 등 총 3조 7000억 원을 투입해 5만 톤급 9개 선석 건립을 목표로 공들여온 군산시의 역점사업이다. 그런데 아직 결정되지 않은 관할권(군산시는 동서도로 관할권을 두고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을 두고 역사를 뒤집으려 한다.  새만금 신항의 역사는 군산내항에 그 뿌리를 두고 뻗어온 나무와 같다. 바다는 육지에서 흘러든 모든 강줄기를 받아들인다. 금강이든, 만경강이든, 동진강이든 그 줄기들이 만나 바다가 된다. 그 바다가 군산의 바다이다. 군산의 것을 군산의 것이라 하는데 정치적 논리로 자꾸 검은 손을 뻗고 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이웃이 호시탐탐 남의 담장을 넘본다. 내 담장 안에 있는 감나무가 이웃 담을 넘어가면 그것은 내 감나무가 아닌가? 이 오래된 격언에 담긴 함의는 경계와 공존의 철학이 담겨있다. 담장은 재산권의 경계이며 소유권의 한계이기도 하다. 군산내항에 뿌리를 둔 새만금 신항은 명백한 군산의 땅이다. 우(右)로는 신시도와 무녀도가, 좌(屮)로는 두리도와 비안도가 있다. 지역 간에는 분명한 경계가 존재한다. 그 경계는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선의를 위해 만들어진 약속이다. 소유권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이웃이 있다.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을 원 포트(One-Port)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항만전문가로 이루어진 자문위원회의 일치된 의견이다. 세계 항만운영의 흐름과 국가경쟁력의 이해득실을 따지더라도 지역 상생을 위해 당연지사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 속에는 새만금 신항이 있다. 더 나아가 환황해권 지역거점항만으로 성장해야 한다. 개항 이후 126년의 유구한 역사의 흐름에 우리는 희망의 지도를 또 그려야 한다.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새만금 신항이라는 역사 위를 달리고 있고 여기에서 중립이 없다 함은 그 방향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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