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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뻔한 말, 모두를 위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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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연구원

전주에서 산 지 어느덧 5년이 된 것 같다. 이제는 모든 것이 익숙해지지만,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하나씩 생기고 있다.

승용차는 차를 살 수 있는 돈과 연령대가 되어야 탈 수 있다. 그런데 왜 점점 자동차 중심의 도시가 되어가는 걸까? 아이들, 대학생, 직장인, 어르신, 장애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이동 방법은 보행과 버스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도시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전주시가 BRT(Bus Rapid Transit) 도입을 예고했다. 아직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 소식만으로도 기대감을 드러내는 어르신들을 여럿 봤다. “이젠 우리도 편하게 다닐 수 있겠네”는 말 속엔, 지금까지 이동이 얼마나 불편했는지를 보여주는 세월이 담겨 있다.

짐이 많아 객사 일대로 승용차를 몰고 간 적이 있었다. 승용차가 없었을 때는 그냥 무심결에 지나쳤지만,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뒤를 보면서 내 차를 피해야 했다. 그리고 또 뒤에 다른 차들이 오면 계속해서 비켜주며 걸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이기도 했다. 왜 이 사람들은 그냥 편안하게 걷지 못하는 구조에 계속해서 살아가야 할까? 

어쨌든 대중교통과 보행 환경이 불편해도 이동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목적지에 도달해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인과 함께 전주 원도심에서 커피 한 잔 마시려 했다. 카페를 찾기 위해 40분 넘게 돌아다녔다. 문턱, 계단, 좁은 입구들이 계속해서 길을 막았다. 실제 어느 원도심지역 현장 조사에서도 약 1,400개의 상가 중 입구 기준으로 진입 가능한 곳은 5% 정도에 불과했다. 맛집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자비로 휠체어 경사로를 설치한 식당과 카페를 알고 있다. 참 감사하다.

음식점, 카페에 들어갔다고 보자. 키오스크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종종 본다. 어르신 대상 키오스크 이용 설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설명을 해드려도 키오스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분도 있었다. 디지털 전환은 많은 사람에게 효율을 주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단절을 만들고 있다. 또, 키오스크의 높이도 누군가에겐 참 폭력적이다. 

그래, 어쨌든 이번엔 여가를 보내려고 한다. 주말에 여가를 보내려다 보면 대부분의 선택지에는 비용이 따른다. 카페, 영화관, 쇼핑몰 모두 마찬가지다.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영화도 보려니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집 나가면 다 돈이더라. 그러다 문득 도서관이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오래 머물 수 있고, 돈이 들지 않는 공간. 여전히 도시에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나는 AI와 앱을 통해 하루의 많은 일을 손쉽게 해결한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이 편리함이 누군가에겐 진입장벽이 되고, 무심히 누군가를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익숙함이 배제가 되지 않으려면, 그 익숙함이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도시의 이동 수단, 가게의 구조, 디지털 기기, 여가 공간, 그리고 일상의 기술까지, 모든 요소는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장벽일 수 있다. 누구나를 위한 도시는 이런 일상의 수많은 장면 속에서, ‘누구도 놓치지 않겠다’는 작고 구체적인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뻔한 말처럼 들릴지라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 이 도시는,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김민재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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