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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로드맵 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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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곤 군산본부장

HD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문제 앞에서 더 이상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재가동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군산조선소 완전 재가동 문제를 둘러싼 이야기가 나온 지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수십 차례 회의가 열렸고, 수많은 협약과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전면 재가동 시점도, 설비 투자비용도, 수주 목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군산조선소는 블록공장이라는 이름의 하청공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지만, 그 훈풍은 군산에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

지역민들은 또다시 ‘희망 고문’을 당하고 있으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HD현대중공업에 있다. 

군산조선소는 2017년 7월 가동을 중단했다. 

당시만 해도 지역경제의 거대한 축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지만, 2022년 10월, 일부 재가동한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은 한 줄기 기대를 걸었다. 

일부 재가동에 들어간 군산조선소. 그때만 해도 지역경제의 숨통이 트일 거라는 기대가 컸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도 연간 100억 원이 넘는 보조금과 행정 지원을 약속하며 힘을 실었다. 

그런데 협약서를 들여다보니 정작 HD현대중공업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원론적 표현만 담았을 뿐이다. 

가동을 시작한 건 울산조선소 하청 블록공장에 불과했다. 그것도 모르고 지역민들은 조선소가 곧 활기를 되찾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기대는 곧 실망으로 돌아섰다. 

군산조선소엔 한창때 5,000여 명에 달했던 근로자는 4월 현재 1,080명뿐이다. 대부분이 블록 조립에 투입되는 인력이다. 

이대로라면 군산조선소는 앞으로도 울산조선소 하청 블록공장으로만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는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을 맺으며 “점진적 확대”라는 한 줄짜리 문구에만 기대왔다. 

문제는 2026년부터다. 

신조(배를 만드는 것)는커녕 전면 가동 계획조차 없다는 점이다.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HD현대중공업은 구체적인 전면 가동이나 신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각종 행정 지원과 보조금이 종료되는 시점에 조선소 운영 지속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일감 부족을 걱정하던 과거와 달리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군산만 소외되는 이유를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HD현대중공업은 “노력하겠다”는 상투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데, 이제 그 말에 속을 사람, 믿을 사람 없다. 

이쯤 되면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도 정신 차려야 한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는 기업의 모호한 태도에 끌려다니며 시간만 보내는 무책임한 행정은 이제 끝내야 한다. 

언제까지 ‘희망 고문’만 할 것인가. 군산조선소 문제는 단순히 한 공장의 일이 아니다. 

지역 경제와 수천 가정의 생계가 걸린 절체절명의 현안이다. 

더 이상 애매한 말로 지역민을 우롱하지 말고, HD현대중공업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신조를 하겠다는 건지, 블록공장으로 남겠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산업으로 전환할 것인지, 이젠 선택을 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전북도민들의 오랜 기다림과 희생 위에, 더 이상 불확실성과 무책임이 자리를 차지해선 안 된다.

지역민을 희망 고문하는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HD현대중공업은 불확실성을 거둬내고 미래를 향한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계획을 밝힐 때다.

 

 

 

문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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