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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전북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공동기획] ② 기후가 만들고 위협하고⋯'완주산 레드향'을 찾아서

"이상기후 덕에 시작했는데"⋯송가네 농장의 고민은
"덥다 못해 뜨거워 작물이 크지 않는 지경에 이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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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네 농장 송성기 대표(오른쪽)가 8월 초 농장에서 이영재 전북대 학생과 주렁주렁 열린 초록빛 둥근 열매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끈으로 묶어 주고 있다. 조현욱 기자

"인자 나무가 불쌍할 정도로 덥다니께."

최근 완주군 삼례읍 원수계리에 자리한 송가네 농장에서 만난 송성기(73)·임계자(70) 부부는 "기온이 올라서 시작했는데, 너무 올라서 문제"라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송가네 농장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가지마다 초록빛 둥근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이 열매의 정체는 제주에서 주로 나던 만감류, 레드향과 천혜향이다. 전북에서는 홍예향, 천년향이라고 불린다.

원래는 겨울 한파가 심하지 않은 제주도에서만 안정적으로 재배됐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기온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키울 수 있게 됐다.

관건은 여름이다. 날씨는 뜨겁고 비는 들쭉날쭉한 탓에 갈수록 종잡을 수 없다.

송 씨는 "더워서 작물이 크질 않는다.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찬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계속 뜨겁다. 한낮 비닐하우스 안은 35도, 40도까지 올라간다"면서 "예전엔 비도 고르게 왔는데, 요즘은 가뭄이 길고 한꺼번에 퍼붓는 듯 내려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상기후로 시작한 일을 이상기후가 위협하면서 송 씨 부부의 걱정도 크다. 과거와 비교해 강한 직사광선에 노출돼 표면이 데이는 '일소과'도 많이 생기고, 나무의 생장까지 느려졌다.

송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8월에 차광막을 세웠다. 올해는 7월 초에 세웠다. 선풍기도 소용이 없다. 뜨거운 바람이 나와서 나무가 불쌍할 지경이다. 그 안에서 얼마나 힘들곘나"면서 "앞으로가 문제다. 계속 더워진다고 하면 정말 답없다"고 하소연했다.

송가네 농장뿐 아니라 주변 농가도 농사 짓는 작물을 전환하고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삼례의 대표 농산물인 딸기와 수박을 이모작 재배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상기후로 인해 지역을 대표하던 농산물이 점점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송 씨는 "이제 수박 심는 사람이 거의 없다. 수박 농사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열매가 피수박이 돼서 상품 가치가 없다. 결국 헛농사가 되는 것이다"며 "계속 이렇게 날이 뜨겁다고 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영재(전북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박현우 기자

 

※이 기사는 전북일보와 전북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협업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본보 기자 1인과 학생 3명이 한 조가 되어 보도의 기획부터 취재, 기사 작성까지 실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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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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