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찰방(察訪)다리 강물은
말없이 증언처럼 흘러가는데
마천(馬川) 찰방터 분지엔 뿌연 먼지만 묻어 있구나
조선말 관리들의 탐학에 시달리다 못한 떼족들이
삼례벌 너른 벌판에 모여
분연히 일어선
십만여 불꽃들은 다 어디 갔을까
죽창을 들고
쓰러진 원혼(冤魂)의 더미를 넘으며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던 함성들이
이제는 다 묻혀서
새로운 혼불로 돋아났는가
워어렁, 워어렁
△ “워어롱, 워어렁” 삼례에서 봉기하면서 농민군의 함성이 “찰방다리 강물”에 실려 돌아오고 있다. 들린다. 주먹 불끈 쥐고 하늘 높이 찌르며 억압에 맞서 싸웠던 그날. “찰방터 분지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을 소리, 소리, 소리를 강물은 알고 있을 터. 역사의 무게와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이 새로운 혼불로 되살아난다. 백성의 항거와 그 정신을 “삼례벌 너른 벌판에 모”였던 발자국들이 살아서 그들의 치열한 외침과 희생을 현재로 불러오는 시였다. 마음이 뜨거워 진다./ 시인 이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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