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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초록시민강좌, 제1강]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기억의 분리 위기, 다양하고 촘촘한 조직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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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용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김문경 기자 

"공동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유일한 대안은 다양하고 촘촘한 조직을 가지는 것입니다."

철학적 통찰로 청중들의 공감을 이끄는 유쾌한 사상가, 박구용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말이다.

전북일보와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한 ‘2025 초록시민강좌 자연이 내게로 왔다’의 첫 강의가 지난 16일 오후 7시 전주중부비전센터 2층 글로리아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에서 박 교수는 가족과 도시, 현대인의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 교수는 "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고대 문장은 인간 문명의 출발을 언어에서 찾게 해준다"며 "인간은 없는 것을 있다고 상상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면서 문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굴에 멧돼지를 그려놓고 ‘이게 진짜 멧돼지다’라고 믿기 시작한 순간부터 문명이 시작됐다"며 "가짜가 진짜가 되고, 없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순간 인간이 동물에서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은 없는 것을 있다고 상상하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면서 문명을 만들었다"며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생각과 관계를 잇는 인간의 권력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현대 사회의 변화가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도 짚었다.

그는 "이제 부부도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며 "가족은 여전히 함께 있지만, 예전처럼 한 식구로 사는 구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가족은 이미 해체됐다"며 "견고했던 내가 남편이고 아내고 아들이다 또는 아들이니까 이래야 한다는 것이 사라지는 등 시스템이 물렁해졌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공동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다양하고 촘촘한 조직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 주관적인 기대가 훼손되고 기억의 분리가 발생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며 "공동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유일한 대안은 다양하고 촘촘한 조직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동과 단체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유일한 출구"라고 덧붙였다.

김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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