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이 1439.5원에 마감됐다. 연말 기준 연평균 환율이 142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이라 염려가 된다. 연중 상당 기간 원화 약세가 지속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2월 23일 장중 1484.2원까지 올랐는데 4월 9일 장중 1487.6원까지 오른 이후 가장 높다. 이후 외환 당국은 기업과 금융회사의 새해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되는 연말 종가를 1480원 이하로 낮추는 관리에 들어간 이후의 결과다.
환율은 외국 돈과 우리 돈을 바꾸는 비율이다. 돈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다.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외국돈 교환 시 우리 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우리 돈 가치가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같은 액수의 외국돈을 바꿀 때 우리 돈을 덜 내는 것이다. 덜 내는 만큼 우리 돈 가치가 오른 것이다. 환율이 1400원일 때 1달러짜리 물건을 1400원에 살 수 있었는데, 환율이 1480원이면, 1480원을 주고 사야 한다. 80원만큼 우리 돈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우리는 자원 빈국이다. 많은 양의 자원을 수입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외국 여행할 때도 돈이 더 든다. 환율이 오르면 일반 국민은 손해고 수출업체는 이득이 된다. 환율은 왜 오르내릴까? 외환시장에서 팔 사람과 살 사람의 균형점에서 환율이 결정되는데 팔 사람이 많고 살 사람이 적으면 내리고 팔 사람이 적고 살 사람이 많으면 오른다. 달러가 들어오면 우리 돈으로 바꾼다. 환율이 오를 것이라 기대되면 팔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면 외국의 투자가들은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본을 빼내 갈 것이다. 그러면 달러 수요가 많아져 환율이 오르는 것이다.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경제가 견실하면 환율이 떨어져 자국 화폐의 가치가 오른다.
최근 정부가 환율이 오른 것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나 국민연금에 책임을 돌린 적이 있고 수출기업에도 보유 달러를 매각하라고 했다. 물론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경제 기반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됐고,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의 늪에 빠져들었다고도 한다.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외국의 자본이 유입되도록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는 요인들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런데 근래에 보면 경제활동을 옥죄는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다. 상법 개정, 주 4.5일제 도입, 노란봉투법 제정, 주 52시간 근무제 경직적 적용 등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입법이 최근에 많아졌다. 앞으로 기업의 구조조정 실행, 노동의 유연성 유지, 기타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도입되지 않는다면 환율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는 생물이다. 인위적으로 자꾸 손을 대면 시들어간다. 시장에 맡기자. 국가는 기업활동을 조장하는 환경을 만들고 기업이 성과를 내면 그 과실에 대한 조세를 징수하면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외화가 유입되면 환율은 떨어지게 돼 있다. 인기 영합 정치 논리로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거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정책 입안자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황의영 박사는 농협중앙회 상무·NH(농협)무역 대표이사, 신용회복위원회 이사·융자위원을 역임했다.
황의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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