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억은 오래 머문 순간에 남는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보다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공기와 시간을 느낀 경험이 더 깊은 인상으로 남기 마련이다. 오늘날 관광의 경쟁력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았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며 도시를 경험했는가에 달려 있다.
전주 역시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오랫동안 전주 관광의 중심은 한옥마을이었다. 전주한옥마을은 연간 1300만 명 안팎이 찾는 대표 관광지지만, 짧게 둘러보고 떠나는 구조 속에서 관광의 온기가 도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SNS와 개인 미디어 확산으로 관광은 특정 명소를 넘어 도시의 일상과 문화, 골목과 공간 속 삶을 ‘경험’하고 ‘나누는’ 방식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주의 관광도 ‘보고 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관광객만의 공간’에서 ‘시민과 함께 누리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전주시는 이러한 방향에 맞춰 도시 곳곳의 일상 공간을 관광 자원으로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주 도서관 여행이다. 전주는 아중호수도서관을 비롯한 특화도서관을 하나의 코스로 연결해 전국에서 유일한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아중호수도서관은 호수와 숲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책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주만의 문화관광 자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참여와 만족도가 꾸준히 높아지며 전주 관광의 체류형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전주시는 오는 4월 ‘2026 전주 도서관 여행’을 통해 도서관과 정원, 지역 서점을 잇는 새로운 코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예술이 일상과 만나는 공간도 있다. 산업시설이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팔복예술공장은 전주의 창의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전시와 공연,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예술가와 시민, 여행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적인 화가 마르크 샤갈 특별전이 열리며 전주 문화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덕진공원 역시 전주의 또 다른 매력이다.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던 공간은 이제 관광객에게도 특별한 쉼의 풍경이 되고 있다. 폐쇄적이던 일부 공간을 개방하면서 공연과 플리마켓, 산책이 어우러지는 도시의 광장이 만들어졌다. 봄이 깊어지는 5월이면 정원박람회가 열리면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정원처럼 살아 숨 쉬는 풍경을 선사할 것이다.
이처럼 전주의 관광은 도서관과 공원, 예술공간 같은 시민의 일상이 여행의 풍경이 되면서 도시 전반으로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있다.
특히 전주시는 해외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는 관광 콘텐츠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통문화와 미식, 예술과 체험을 아우르는 전주형 관광상품 개발과 글로벌 홍보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도시의 매력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시민이 즐기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방문객에게도 매력적인 장소가 되고, 그 경험은 도시의 기억으로 남는다. 관광객이 머무는 도시이면서 시민이 행복한 도시, 그것이 전주가 그려가는 관광의 모습이다.
봄이 오면 전주의 풍경도 더욱 다채로워진다. 책과 자연, 예술과 정원이 어우러진 도시 곳곳에서 시민과 여행자가 함께 시간을 나누며 도시의 기억을 쌓아갈 것이다. 나아가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미래를 꿈꾸는 시간여행의 도시로서, 사진으로만 남는 ‘보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에 오래 남는 ‘머무는’ 여행이 되리라 확신한다.
시민의 일상이 곧 여행이 되는 도시, 전주는 새로운 관광의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윤동욱 전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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