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어귀 개오동 함성으로 치솟는 오월이다 풍문 같은
소식이나 껴안고 있는 오월이다
베고 누운 그늘이 비명처럼 번져 어금니 깨문 그 날이
또 다시 신열을 앓는다
아버지 영정을 들고 서 있는 광주의 어린 기억, 총성
쟁쟁한 미얀마 거리 몰려나온 인파를 따라 달린다
달릴수록 벗어나지 못한 막다른 골목 개오동, 오늘을 질
끈 동여맨 사람들의 이마에 붉은 길이 흘러내린다
벽 앞에서 길 만드는 이여
막다른 폭력의 그늘을 베어 악기를 만들자
세 손가락 높이 들어 노래하자
총구에 쓰러진 어제를
푸름이 한창인 생명의 계절, 오월에도 지구는 신열을 앓는다. 익는 냄새 그윽한 보리밭을 나는 종달새 노래도 딴엔 진혼곡처럼 누군가의 가슴을 적실 것이다. 삼년째 포성이 멎지 않는 우크라이나와 또다시 불붙은 페르시아 땅, 그리고 총칼에 눌린 미얀마의 자유혼까지 오월의 꽃에서는 피 냄새가 난다. 기억 속 우리의 오월도 피비린내를 머금고 있다. 4·3, 6·25, 5·18, 왜 우리는 동족이 동족을 짓밟는 치욕의 역사를 가져야 했는가. 세상 모든 벽 앞에서 길을 만든 성령들이 부끄럽지 않기를! 자유와 평등과 평화의 세 손가락 노래할 날을 기약하는 시인의 정신이 개오동 악기 같다. / 김유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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