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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원시와 야만의 땅 - 박차웅

작열하는 8월에 바이칼호 여행계획을 잡았다. 서바이칼은 러시아 직할주인 이루쿠츠크이고 동바이칼은 브리야트 자치공화국인데 일반적으로 이루쿠츠크쪽은 관광개발이 잘 되어있어 보통 이루쿠츠크에서 차편으로 리스트반카로 이동하여 바이칼호를 체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필자는 일부러 관광객이 없는 동바이칼쪽을 택하여 블라디보스톡에서 비행기편으로 브리야트공화국 수도인 울란우데로 가서 동바이칼 연안을 둘러보는 계획을 세웠다.브리야트는 러시아 자치공화국 중 유일하게 라마계 불교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인구의 25% 정도가 몽골계인 브리야트족으로 이루어져 있어 울란우데 시내를 걷다보니 러시아계와 몽골계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고 연인들도 많이 보여 매우 이채로왔다.브리야트 최고의 호텔이어서 국빈이 머문다는 게세르호텔은 실망스럽게도 3류 호텔 수준 밖에 되지 않았고 시내를 돌아보니 보통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다음날 유량계만 작동하고 나머지 모든 계기판은 작동이 멈춰있는 낡은 차(기사는 일제차이니 고장을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연방 안심시켰다)를 타고 끝없는 침엽수림대를 지나 바이칼로 이동했다.바이칼은 풍요의 호수라는 뜻으로 2500만년동안 지질변화를 전혀 겪지 않아 진화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불리어 호수의 생물 중 70%가 바이칼에만 존재하는 고유종이며, 면적이 남한면적의 약 3분의 1인데 최고 수심이 1637m에 이를 정도로 깊어 전세계 담수호 수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란다.바이칼호변의 휴양지에 도착해서 호수를 바라보니 깨끗한 북구의 바닷가에 온 느낌이 들었고 빽빽히 들어찬 숲을 배경으로 수평선까지 보이는 푸른 물은 너무도 투명해서 투명도가 40미터란다.수영복을 입고 호수에 들어갔는데 그 물의 차가움이란! 30초를 못 견디고 튀어나왔다. 바이칼의 아름다운 경치와 대조되어 인상적인 것은 고압적 관료주의와 아무런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견디는 서민들의 삶이었다.울란우데에서 바이칼까지 왕복하는 동안 경찰의 검문을 3번 받았고 아무런 이유없이(단지 귀찮은 시간 낭비를 피하기 위해서) 한번당 우리돈 약 2000원씩을 지급하였다(뜯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조그마한 공항에서 수 시간을 기다리다 비행기 출발이 다음날로 연기되었다는 말 한마디 외에 아무런 해명없이 돌아서는 공무원에게 100여명의 승객들로부터 단 한마디의 불평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더욱 경이적이었다.마치 그러한 시스템에 체념하고 순응하는 것이 생활의 지혜로써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그래서 바이칼과 시베리아의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돌아오는 비행기속에서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19세기 러시아 부조리를 통박하는 글을 써 저항하다가 횡사한 푸쉬킨과 쌍벽을 이루는 국민시인 레르몬토프가 자신의 조국 러시아를 가리켜 원시와 야만의 땅, 나의 조국 러시아여라고 읊은 말이 절실히 가슴에 닿았다.너무도 아름답고 장엄한 시베리아 타이가 삼림과 바이칼호, 일상인들의 삶의 간난신고, 관료들의 구조적 부패 이 모든 것을 단 한마디로 압축하여 놓은 절구(絶句)이리라./박차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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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10 23:02

[타향에서] 출향인사들 사이버 네트워크화 시급 - 윤승용

지난 2002년 가을 필자가 한 언론사의 워싱턴특파원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의 일이다. 3년여만의 귀국인데다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로 입주해야하는 처지여서 아이의 전학문제를 비롯, 여러 가지 번잡한 일로 동분서주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동네의 병원과 자동차 수리센터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업소 가운데 어느 집을 단골 거래처로 정하느냐하는 문제였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는 터여서 어느 치과병원이 싸고 잘하는지, 어느 카 센터가 솜씨도 좋은데다 바가지를 안 씌우는지에 대한 정보가 일체 없었던 것이다.할 수 없이 이집 저집 발품을 팔아 의사의 경력과 간호사의 친절도 등을 기준으로 단골병원을 정하는 식으로 겨우 새 동네에서 정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해 초 필자의 고향인 익산향우회 신년 모임에 나갔다가 망외의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우리 아파트 상가에서 병원과 서점을 운영하는 출향인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향우회 명단을 훑어보니 우리 동네에서 서비스업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반가운 나머지 그 분들에게 지난 가을에 그곳으로 이사를 왔노라고 신고했다. 그 이후로 병원과 카센터, 중국음식점 등 단골을 익산출신 인사들이 하는 곳으로 즉각 바꿨음은 물론이다. 또한 그 분들과의 교유를 통해 동네에서 중개업소, 쌀가게, 세탁소 하는 분 등 여러 분야의 출향인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요즘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도지사를 비롯, 시장 군수들마다 매우 의욕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출향인사의 네트워크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시군향우회나 도민회 등이 움직이고 있지만 일부 소수 명망가나 정치지향적 인사들만의 사교모임 성격이 커서 한창 사회생활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30, 40대 들은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그런데 출향인사의 실질적 네트워크화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다름 아니라 출향인사를 인터넷으로 네트워크화하는 것이다. 우선 도청의 홈페이지에 서울을 비롯 대전, 광주, 부산 등 각 지역별 전북출신인사의 정보를 수집 올려놓는다. 뿐만 아니라 서울 등 큰 도시는 각 동별로까지 정보를 세분화하면 어느 지역에 새로 이사한 사람들이 손쉽게 고향사람의 업소를 파악할 수 있게 해놓는다. 이 작업을 잘만 벌인다면 서울 서초동에서 전북출신이 하는 약국, 병원, 수퍼마켓, 제과점, 카센터 등의 목록을 인터넷으로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약간의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어서 전북도청이 나서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웬만한 학교 동문회에서는 직역별 동창 목록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정보들을 잘 활용하면 훌륭한 생황정보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향인사들에 대한 전북도청과 각 시군의 인식전환을 기대해 본다. /윤승용(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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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8.03 23:02

[타향에서] 내고향, 절라북또! - 김은섭

「지난 7월17일 내린 폭우로 천안-논산 고속도로의 차령터널이 토사에 막혀, 수백대의 차량이 1시간 반 동안 터널에 갇혔고, 도로 통행은 6시간 넘게 중단됐다.」나는 이 차령터널을 지날 때마다 묘한 감정이 인다. 이는 아마도 호남인들에게 지난 천년 동안 짐이었고, 또 앞으로 얼마일지 모를 세월을 지고 가야 할 천형(天刑)같은 배산역수(背山逆水)의 풍수설 때문이다. 고려 태조 왕건은 943년 임종을 앞두고, 가까운 신하 박술희를 불러 왕실의 후손들에게 전할 유훈을 내렸다. 이름하여 訓要十條. 왕건은 그 10조 중 제 8조에서 車峴以南...山形地勢竝 趨背逆人心亦然......... 雖其良民不宜使在位用授 -차령 이남의 산세와 지세는 모두 왕실이 있는 개성의 반대 방향으로 뻗어있고, 인심도 그러하니, ...........차령 이남 사람들은 비록 양민일지라도 등용치 말라라고 유언했다. 이렇게 호남에 대한 정치적 견제와 차별의식은 풍수지리설을 그 표피로 하여 정당화되었으며, 그것이 마치 풍수학적 진실인 양 800년 후인 1751년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다시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오늘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내가 본 나의 고향은 단연코 이와는 다르다. 내 고향은 한반도를 타고 가파르게 내달리던 백두대간도 급한 한숨을 돌리고 여유롭게 쉬어가는 곳, 덕유산에서 고원과 분지를 따라 진안과 장수, 남원으로 이어져 천왕봉에 다다르는 소백의 준령을 허리로 하고, 대둔산과 운장산, 모악산, 내장산, 방장산을 아우르는 노령의 준봉들을 가슴으로 하며, 금강과 만경강, 동진강, 섬진강을 그의 심장에서 발원시키고, 익산과 옥구, 김제, 정읍, 부안의 널따랗고 풍요로운 들녘을 복부로 삼고 있다. 이렇게 서해 바다를 맞돌아가는 고향의 산과 들을 바라보며 반지르르한 갈기를 휘날리는 준마 한 필이 천리를 달려와 새만금 넘어 넘실거리는 서해 바다를 한 숨에 들이킬 듯한 형상이리라.마한,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고려 이후에는 비록 정치적 변방에 머물렀으나, 마한과 백제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것은 바로 우리들의 선조였다. 서동(백제 30대 무왕)은 기발한 지략과 풍부한 예술적 감성으로 신라의 선화공주를 사랑에 빠뜨려 아내로 맞이하였고 웅장한 미륵사를 창건하였다. 백제의 건축가였던 아사달과 아비지는 신라로 건너가 불국사의 석가탑과 황룡사의 9층 목탑과 같은 불세출의 걸작을 남겼다. 일본으로 건너간 왕인은 백제문명을 전파하여 아스카문화와 나라문화를 일으킨 시조가 되었다. 또한 우리의 선조들은 만인의 총이 웅변해주고 있듯, 국가가 위난에 처한 때는 목숨을 아끼지 않았으며, 근대사의 변혁기에 동학농민운동은 사회개혁을 주도했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선조들은 그야말로 평화롭고 풍요로운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산간과 평야, 바다를 아우르는 풍부한 물산은 넉넉한 인심으로 이어져 이웃 간에 베풀고 나누는 맛의 문화와 함께 풍류와 멋을 즐기는 멋의 문화를 낳았고, 판소리 동편제를 비롯한 농악, 산조, 시나위 등의 소리의 문화를 엮어내었다.지금, 고향 밖의 세상은 소용돌이처럼 급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는 극심한 경쟁으로 몰리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힘(Soft Power)에서 미래를 찾는 시대라고 이어령 선생은 말씀하셨다. 경쟁사회를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문명이 아닌 문화, 즉 다양성과 나눔, 동등함과 공감을 전제로 하는 문화의 전파이다. 다양한 재료들이 한 데 어우러지는 전주비빔밥이 기내식으로 세계를 누비고 있다. 효율성의 논리에 밀려 사라져갔던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들이 사람들의 감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제, 선조들이 가꾸어 온 문화자산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차별을 넘어서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어서 일어나,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역사의 또 다른 주역으로서 우뚝 서자. 맛과 멋, 그리고 소리가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내 고향 절라북또! 기필코 우아하고 복되고 희망찬 내일이 펼쳐지리라!△김은섭감사관은 정읍출신으로 전주대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마치고 교육부의 여러 부서에서 근무한 뒤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전북교육청 부교육감을 지냈다. /김은섭(교육인적자원부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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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27 23:02

[타향에서] 새 도지사의 지역경제 살리기 - 지동훈

얼마전 신임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만났다고 들었다. 단연 화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외국인 투자유치였으리라 짐작된다. 이 같은 짐작은 경기도 지사를 지내면서 외국인 투자유치 경험을 담은 찍새와 딱새 자서전을 펴낸 손학규 전지사와 외국인 투자유치 관련 공무원들의 노고를 당시 주한 유렵연합상공회의소와 투자유치 협력사업을 펼쳐왔던 필자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타 광역단체에 비해 경기도의 투자여건은 우수하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유치와 경제활성화를 위해 뛰어온 이들의 노력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더불어 여러 지방 자치단체와의 투자유치 프로젝트를 통해 필자의 눈에는 여러 유형의 투자유치담당 공무원들을 접할 수 있었고 그들의 업무에 임하는 의지나 능력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의지일 것이다. 다만 지도자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인재의 발굴이나 등용이 없다면 결코 훌륭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전북의 경우 투자유치의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김완주 지사 역시 강력한 의지와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여 투자유치부분에 충원해야 함은 물론 모든 관련 단체 및 경제인들과의 상시 대화 및 협의 채널도 열어놓아야 할 것이다. 외국인투자유치는 단기간에 이뤄낼 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전북출신으로 고향이 문화와 예향의 도시인 것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제 도민들은 잘사는 전북을 더 많이 기대할 것이다. 현재의 주산업인 농업만으로는 더 이상 전북이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협상이 진행 중에 있는 한-미 FTA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농업은 더 이상의 보호대상도 경제수익 모델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다행스럽게도 전북은 새만금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물류, 항만기지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천혜의 갯벌을 포기하면서까지 선택한 전북의 모든 희망을 담아낸 미래플랜이라고 생각한다. 농업과 더불어 물류, 항만, 자동차라는 새 카테고리가 전략적으로 잘 짜여져야 할 것이다. 과거 본인은 일부 지자체들이 단체장들의 재선거를 위해 산업전시회를 시민 유흥행사로 변질 시키면서 까지 국가와 지역예산을 쏟아 붇는 것을 보며 많이 안타까워했다. 이 사업들을 통해 진정 지역민들의 허리를 펼 수 있도록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득을 보전하는 등 지역경제에 보탬을 주었는지 하고 말이다.신임 김완주 지사의 전북 경제살리기 로드맵이 기대된다. 이와 함께 측근 인사들이 전북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새 다짐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다양한 곳을 통해 배우려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지동훈 부소장은 전북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현재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장과 주한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부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지동훈(주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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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20 23:02

[타향에서] 마야문명 몰락 이끈 기득권층 욕망 - 박차웅

마야는 기원전 9세기부터 기원후 1000년경까지 번영을 누리다가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홀연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그 몰락원인에 대해서 많은 가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진실은 여전히 안개 속에 묻혀져 있다.나는 유카탄 반도의 휴양지 칸쿤에서 버스를 타고 마야문명이 가장 잘 보존돼 있다는 치첸이싸(Chichen Itza)를 방문하였다.숫자 0의 개념을 이해하는 어느 문명보다 편리한 숫자체계를 가지고 있었고, 태양의 공전주기, 춘분과 추분의 계산, 일식과 월식주기의 계산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음을 증명해주는 유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신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그러한 유적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여러 유적 벽면에 새겨져 있는 인신공양의 관습이다.마야인들은 제정일치의 신정체제를 갖추고 있었는데 당시 중남미에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던 인신공양의 방식으로 신에게 제사를 행하곤 했다.어떤 역사학자는 마야의 이러한 제사습속에서 문명의 몰락원인을 찾고자 했다.다른 중남미 문명에서도 인신공양이 널리 유행하였지만 제사의 제물이 주로 타 부족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마야에서는 자신의 종족 중에서 뛰어난 남자를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타 문명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이것은 당시 마야의 지배계급인 신관계급이 제물로써 마야족의 우수한 남자를 선택하는 과정을 지배력의 공고화를 기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누군가 지배체제를 위협하는 능력을 보이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재주를 보이면 신이 원한다는 미명으로 제물로 바침으로써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각 지방에서 대표로 선발된 뛰어난 남자들을 구기장으로 불러 구기시합을 통하여 패자는 죽이고 최후의 승자는 제물로 바침으로써 지방의 유력한 잠재적 군사들을 제거하는 방식이 여러 세기동안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치방식은 지배체제 유지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어 실제로 기존질서에 대항하는 반란이 마야 전 역사에 걸쳐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그러나 한번 상상해보라! 그러한 사회에서 누가 현명한 제안을 해서 보다 발전된 사회건설을 이끌고 건강한 신체단련으로써 향상된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겠는가?그러한 시도는 지배계급의 위협으로 느껴져 제물이 될 수 밖에 없기에 누구도 어리석고 약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길을 택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이러한 트렌드는 점차로 위대한 마야제국을 당연히 몰락으로 이끌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나는 치첸이싸에서 칸쿤으로 돌아오는 버스속에서 저녁노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전 역사를 통틀어 어떠한 국가나 사회든지 기득권 지배계층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또 그 기득권층이 체제를 유지하려는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고 그 인간의 속성 때문에 역사는 正-反-合의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지만 그 욕망이 도가 지나쳐 合의 과정에 가지 못하고 국가나 사회전체가 파국으로까지 치달을 수가 있다는 것을 치첸이싸의 마야유적이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럼 과연 오늘날에는 이러한 자기파괴적인 기득권 유지수단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박차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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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13 23:02

[타향에서] 김완주 신임 도지사님께 - 윤승용

김 완주 지사님.먼저 지면으로나마 제4대 민선 전북지사에 취임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공직에 매인 몸이라 3일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취임 초 인지라 업무 인수인계 받으랴 경황이 없을 터여서 그저 덕담이나 건네는 게 도리겠지요. 하지만 난마처럼 얽힌 도정(道政)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안에 대한 고언(苦言) 몇마디도 필요하지 않나 싶어 이렇게 서신을 띄웁니다.이번 지방선거에서 김 지사님이 당선된 것은 정치적으로나 지방행정 차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반(反) 열린우리당 정서라는 일진광풍의 쓰나미가 온 나라를 강타하는 와중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집권여당 후보로서 당선됨으로써 난파직전의 여당호를 가까스로 구해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또한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후 진정한 의미의 지방행정 전문가 출신이 도백으로 등장했다는 점도 지방행정의 업그레이드란 차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1~3대 민선 도지사는 지방행정 전문가는 아니었지요. 때문에 전북도민은 물론 저 같은 재경 출향인사들도 지사님의 향후 활약에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그러나 지사님께서 이번 취임식날 정확히 지적한 바대로 현재 전북도가 처한 현실은 지방선거의 의미나 따지고 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닙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사님께서 취임일성으로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고 한 것은 백번 옳은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전북지역내의 균형발전과 화합입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전북에도 소지역주의가 팽배하다는 점이 또 드러났습니다. 동부 산간지역과 서부 평야지역, 북서부 상공업화 지역과 남서부, 남동부 농어촌 지역 등이 서로 이해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타도에 비해 도세가 약하기 그지 없는 전북에서의 소역주의는 반드시 타파돼야합니다. 이를 위해 전북지역내의 균형발전과 적절한 지역안배인사 등에 집중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사님께서 곧 바로 군산항을 방문하신 점은 대단히 훌륭한 행보라고 생각됩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사회학자 프란체스코 알베로니가 명령의 기술이란 책에서 순종적이고 독창성이 없는 협력자들만 선택하고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거세하는 기업은 예외 없이 내리막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고 갈파한 진언명제를 염두에 두고 인재를 발탁하길 빕니다.또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지난달 시장학교의 시장학강의에서 제시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명심해야할 10계명 가운데 청렴하면 탈이 없다와 재선 생각을 버리면 재선 그 너머가 보인다는 경구도 잊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차량을 집무실로 여기고 현장행정을 하시겠다던데 이제 회갑도 넘긴 연세이신 만큼 건강에도 항상 유의해주길 바랍니다. △윤승용원장은 익산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위싱턴특파원과 정치부장, 사회부장을 거쳐 국방홍보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윤승용(국방홍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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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7.06 23:02

[타향에서] 묵은 맛에 대하여 - 신홍수

인생을 맛에 비유하자면 묵은 맛이 아닐까. 새 것, 최신식, 최첨단보다는 언제나 오래된 것, 구식인 것을 곁에 두게 된다. 오래될수록, 때가 묻어 있을수록 그 맛이 깊고 넓은 게 인생이라면 말이다. 물론 그것은 내 관념의 수사(修辭)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너무 빠르게, 신속한 즐거움만을 좇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은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는 것만 같은 는 불안감을 준다. 빠르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추구해온 경제 성장의 가치를 요약하는 말일 것이다. 속력에 대한 가치부여는 60년대와 70년대의 경제부흥기엔 두말 할 나위 없이 중요한 모토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때문에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수많은 부작용이 존재하고 있었다. 경제 성작의 목표가 강하면 강할수록 우리에겐 물질적인 가치가 우선시 되었다. 물질은 우리가 고래로부터 이어온 정신의 맥락들을 쉽게 교란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흐르고 있는 정신적 힘을 하루아침에 무가치한 것으로 전락시켰다. 물질이 정신을 앞서고, 정신은 물질을 치장하기 위한 장식품쯤으로 된 것이다. 그러면서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었던 근면 성실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은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이제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는 될 수 없다. 물론 시대의 성격이 완전히 변화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이제 우리는 일정한 수준의 성장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물질적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먹고사는 일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쾌락과 즐거움이 중요한 삶의 목표로 등장하였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우리 사회 혹은 우리 가정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나라고 하는 한 개인의 행복으로 축소된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을 너무 현재에만 국한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 여기의 행복만을 추구한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당연시하고 강요하는 것만큼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의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희망과 꿈, 어쩌면 그 모든 것을 통틀어 유토피아라고 부를 때, 이러한 유토피아가 없다면 우리는 과연 우리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현재를 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삶의 내적 목표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허영과 과대망상, 혹은 그것과 달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찬가지의 감정인 자기혐오와 같은 생각들은 다 이러한 삶의 내적 목표 상실에서 기인한다. 내적 충일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도박에 빠지고, 로또복권과 같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루하루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은 재미없는 고루한 일일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살면서 내적 목표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것은 참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며칠 전 광화문이나 시청 앞에 모인 젊은이들을 생각해 본다. 물론 그들이 부럽다. 그 젊음이, 나와 같은 노인에게는 사라진 그 배타적 청춘이 참으로 부럽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노파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모두 즐기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 부모 세대들이 일궈낸 성장의 열매를 따먹으면서 고통을 최소화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 물론 그것은 피상적인 생각인 만큼 오해일 수 있다. 다만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이 땅의 많은 젊은이는 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자신을 개발하고 찾는 일에 월드컵 응원보다는 더 많은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때의 열정을 탕진하고 낭비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때로는 그것도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 일상생활에서도 하루하루 매진할 수 있는 때에만 비로소 정말 열정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가 해준 묵은지 지짐을 먹고 싶다. 별로 신기할 것도 새롭지도 않은 그 삭은 맛을 통해, 삶을 다시 돌아보리라.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잃었나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신홍수(재경 남원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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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6.30 23:02

[타향에서] 새소리는 어떻게 그릴 것인가 - 이규일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가뜩이나 일찍 찾아온 더위로 후덥지근한데 장마까지 시작, 불쾌지수가 높다. 이런 때 촌철살인의 계(戒)가 있는 소나기 같이 삽상(颯爽)한 김 삿갓의 시한수를 음미하는 것은 어떨까?김 삿갓이 방랑 중에 산골에서 해가 저물었다. 하루 밤을 쉬어가기 위해 서당을 찾아 훈장에게 재워줄 것을 청했다. 훈장은 서당에서 유하려면 글을 알아야 허가 할 수 있다면서 한시를 짓는 시험문제를 냈다. 첫 번째 내놓은 운(韻)이 찾을 멱(覓)자였다.김 삿갓은 붓을 들고 하고 많은 운자 중에 어찌 하필 찾을 멱자를 부르십니까(許多韻字 何呼覓)하고 첫 구를 썼다.훈장은 내쳐 멱하고 또 한번 멱자 운을 던졌다. 김 삿갓은 멱자도 어려운데 하물며 또 멱자를 부르십니까(覓字猶難 況呼覓)하고 댓구를 놓았다. 훈장은 세 번째도 멱하고 운을 불렀다. 김 삿갓은 하루 밤 자고 못자는 것이 멱자 한자에 달렸구나(一夜宿寢 懸于覓)하고 원성을 담아 써 내려갔다. 훈장은 마지막에도 멱하고 신경질적으로 운을 띄웠다. 김 삿갓은 기다렸다는 듯이 산촌 훈장이 단지 멱자 한자 밖에 모르는가 보다(山村訓長 但知覓)고 부아를 돋우웠다. 김 삿갓이 산촌 훈장을 보기 좋게 한방 먹인 것이다. 이 얼마나 통쾌한 즉흥시인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시원함이 느껴지는 해학(諧謔)이 아닐 수 없다. 김 삿갓이 금강산 시회에 참가해서 아름다운 금강산을 보고 지은 위트 있는 시가 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아름다운 경관에 반해 더 이상 갈수 없어)서서 보니(一步 二步 三步立)/산은 푸르고 돌은 희고 사이사이에 꽃이 붉었더라(山靑石白 間間花)/만약 화공을 불러 이 아름다운 경치를 그릴 양 이면(若使畵工 模此景)/그 숲 사이를 오르내리는 새소리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其於林下 鳥聲何)하고 걱정했다. 필자는 30년전쯤 서울 인사동에서 고미술 전시회를 보면서, 옳지! 하고 쾌재를 부른 적이 있다. 새소리 그리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심전 안중식(1861~1919)의 <성재수간(聲在樹間)>이란 작품 인데, 한 선비가 나무가 울창한 숲 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묵화였다. 전주 합죽선에 수묵담채로 그린 똑 소리 나는 명품이었다. 금새 그림 속 숲에서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필자의 지나친 과장일까. 심전은 조선시대 도화서 화원으로 양천陸?군수를 지냈다. 해서善초서뭡??각체 글씨에 뛰어났고, 산수菅화조 그림에도 능했던 구한말의 대표적 명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학교인 경성 서화미술회 교수로 김은호鵑錯?노수현結肉理?후진을 양성하고,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서화가들만의 모임인 서화협회를 조직(1918년), 초대 회장으로 민족미술을 일으켰다. 산촌 훈장의 고집을 꺾은 김 삿갓의 나무람이나 새소리를 그리는 묘법을 가르쳐준 심전의 그림에서 필자는 오늘을 사는 지혜를 찾아본다.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라야 한다고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응원가는 있는데, 동으로 서로 극과 극을 달리는 생각을 한데 모을 화합의 시는 정녕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국민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대통령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화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규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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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6.23 23:02

[타향에서] 제대로 된 時空自在 도시(ubiquitous city)를 건설하자 - 박헌주

20세기 과학기술의 꽂은 정보통신기술이라 할 수 있다. 컴퓨터, 모바일기기, 위성통신, 인터넷, DMB폰, 와이브로 등이 그것이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한 컴퓨터 프로세서와 센서 네트워크, 광대역 유무선 네트워크, 모바일 기술 등은 공간과 시간적 제약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이를 시공자재 기술이라 일컫고, 이 기술을 도시개발과 통합한 것이 시공자재 도시(u-City)다. 때마침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들도 u-City계획을 내놓고 있다.도시에 IT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은 크게 '도시의 정보화'와 '정보화에 따른 도시발전 모델'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기존의 도시 공간에 단순히 IT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IT기술을 통한 서비스 제공을 개발 또는 촉진하는 형태다. u-City 이름으로 추진하는 대부분의 도시정보화사업이 여기에 속한다. 후자는 IT기술 발전이 초래할 도시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여 새로운 도시발전 모델을 찾는 방식이다. 이 형태는 도시의 계획단계부터 정보화계획을 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u-City라 하겠다. 경기도 파주의 운정 신도시와 충남 아산의 첨단 복합도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새로운 도시개발 모델로서의 u-City는 단순히 시공자재 기술을 적용하여 도시를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주민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공공 및 사회 각 부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기업이익을 창출하는 도시여야 한다. u-City는 센서 네트워크, 광대역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정보 제공 인터페이스 등 새로운 개념의 도시인프라를 설치하여 도시의 기능을 지원한다. 도로 인프라는 RFID, 센서, 위치기반 서비스, 상황기반서비스 등과 결합하여 도로 관리자를 지원한다. 또한 ITS(지능형교통체계)를 통해 시민에게 다양한 교통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량, 터널, 상하수도 등의 시설물은 GIS나 USN 기술과 결합하여 실시간 모니터링, 자가진단, 상황대처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건물은 스스로 온도조절, 환기, 가스 및 지진 등을 감지한다. 이러한 인프라는 도시의 본래 기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도시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u-City 개발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요소는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다. 정보화의 확산은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층 등 정보소외계층들을 격리시켜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와 함께 계층간 부(富)의 격차가 확대된다. 민간사업자들은 정보화사업을 영리 위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소외계층과 소외지역을 배제시킨다. 국가의 정보화정책도 민간 참여를 촉진하여 이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u-City는 정보소외계층의 지식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TV를 통한 원격교육과 거리나 공공시설 등에 정보시설 등을 설치하는데 치중해야 한다. u-City로 표현되는 미래도시는 이러한 내용을 기본방향으로 내세워 도시의 비전을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도시에 적합한 도시 정보화의 방향과 방법론 등을 명확히 설정하는 정보화 전략 계획(Information Strategy Plan)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 /박헌주(주택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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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6.16 23:02

[타향에서] 우리 모두 하나됨을 위하여 - 신홍수

선거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의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즐겨 드러내놓거나, 혹은 그렇게 하지는 않지만 어떤 정당의 정견이 좋고 나쁜지 스스로 판단하고자한다. 어느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는 우리나와 같이 정당정치를 수행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들이 가진 정치의식의 한 주요한 측면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당의 분립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전망 속에서 수렴되어야 한다. 선거의 결과를 고통스러운 패배나 감격적인 승리에의 도취로 인식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기실 민주주의란 대의정치이며, 그것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투표해서 뽑는 사람이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자임을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처음부터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행사하는 투표 행위에 대하여 그것을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이 때문에 투표 행위는 가장 민주주의적인 행위로 인식된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투표가 모든 민주주의의 본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투표를 통해 우리는 우리 정부에 대하여, 혹은 사회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정치 자체를 불신하거나, 투표해 봐야 소용 없다는 식의 말들을 한다. 혹은 자신이 지지한 정당이 선거에서 낙선했을 때 크게 실망하여 정치를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승리가 아니라, 선거 결과에 대한 인정과 신뢰일 것이다. 사실 투표는 투표 결과에 대한 투표자들의 민주주의적인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그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선거의 목적은 그야말로 의견이 다른 많은 사람들의 견해와 갈등을 표면적으로 드러내 놓고, 경합함으로써 보다 나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함이 아닌가. 즉, 선거는 다양한 사회의 의견을 어느 정도 하나의 구심점으로 수렴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국민은 다시 하나가 된다. 선거에서의 갈등은 좋은 갈등이며, 우리는 이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 갈등이 없다면 그것은 파시즘과 다를 바가 없다.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따르면서 그 안에서 서로의 다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선거란 온 국민이 하나됨을 실현하기 위한 갈등의 장이며, 이것이 우리가 선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교훈일 것이다.특히 6월은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 준 달이기도 하다. 6?25를 생각해도 그렇고, 현충일을 생각해도 그러하며, 80년대 민주화항쟁 당시 6?29선언 등을 떠올려 보아도 그렇다. 이러한 역사적인 아픔을 통해 우리가 조금씩 더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왔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선거를 통해 더욱 더 성숙한 민주주의의 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아직도 풀어야 할 시대적, 역사적, 그리고 국가적 사명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목표들을 수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질시하고 경원시해서는 안 된다.이제 우리는 다시 하나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잘 되는 나라가 되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을 아닐 것이다. 앞으로 있을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등을 생각하면 얼마나 더 많은 정당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할지 알 수 없으며, 국민들은 또 어떻게 이에 대응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우리가 하나로 손을 잡을 때이다. 선거 기간 동안 서로에게 입힌 생채기들을 돌아보며, 다시 서로 뜻을 모아 일어서야 할 것이다. 하나됨, 그것이 우리의 미래이다. /신홍수(재경 남원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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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6.02 23:02

[타향에서] 호남가(湖南歌) - 이규일

5월은 신록의 계절이다.이 아름다운 계절을 전주에서 발간한 완판 <춘향전>에는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 勝花時)라고 표현했다. 5월10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제32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고향임(49)씨가 판소리 명창부문 장원으로 뽑혀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 새로운 명창으로 탄생했다. 고씨는 2004년과 2005년 두 번이나 이 대회에 출전, 예선 탈락의 아픔을 겪고 올해 세 번째 도전, 동헌 뜰에서 어사상봉 대목을 열창한 <춘향가>를 불러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전주대사습놀이는 1784년(정조8년)부터 생긴 국악잔치다. 사습(私習)은 오늘날 경연대회를 말하는 것. 전주대사습은 일제 강점기에 없어졌다가 전북도민의 열성으로 1975년에 부활했다. 이 행사가 열릴 때 마다 지방문화를 발전시킬 이렇게 좋은 아이템이 어디 있을까 하고 자부해 왔지만 올해는 지자체 선거가 있어 더더욱 전통과 지방문화 진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에도 전주대사습을 놓고 전라감영과 전주부가 경쟁을 벌였다고 들었다. 모쪼록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연례행사에 그치지 않고 전통의 바탕위에서 시대의 흐름을 담아 낼 수 있는 참신성이 보태지는 늘 새로운 국악잔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필자도 1970년대 초 국악을 좋아하는 화가 한분과 함께 인간문화재였던 일산(一山)김명환(金命煥)공에게 북을 배우러 다닌 일이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일산이 매어준 북을 들고 그분 집에 가서 북치는 법을 배웠다. 일산은 호남가를 부르면서 장단을 가르쳤다. 나는 리듬에 서툴러서였는지 그를 따라 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려하고 제주어선 빌어 타고 해남으로 건너 갈 제하고 노래만 불러 제 꼈다. 일산은 치라는 북은 안치고 노래만 한다고 핀잔을 줬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북보다 소리가 좋았다. 어쩌면 소리에 좀 자신이 있었는지 모른다. 내게 임방울 명창이 부른 호남가 판도 있었고, 거문고의 명인 신쾌동옹이 부른 호남가 카세트도 있어 짬이 나면 곧잘 흥얼거렸다. 나는 노래를 잘 못한다. 이 단점을 커버하는 방법으로 남들이 잘 모르는 판소리를 18번으로 삼은 것이다. 모임이건, 회식이건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는 자리에선 으레 목청껏 호남가를 뽑았다. 게다가 호남 푸대접에 대한 반발 심리까지 발동, 오기로 더 불렀다. 그러자니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노래 말을 외우면서 무슨 뜻인가도 알아냈다. 호남가는 전라남북도 54개 고을의 이름을 넣어서 만든 노래다. 구전되는 것을 동리(桐里)신재효(申在孝)선생이 정리했다. 읊조릴수록 기가 막힌 가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남가에는 여러 지역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예를 들면 남원(南原)에 봄이 들어 각색 화초 무장(茂長)하니/ 나무나무 임실(任實)하고 가지가지 옥과(玉果)로다/ 풍속은 화순(和順)이요 인심은 함열(咸悅)인데/ 이초는 무주(茂朱)하고 서기는 영광(靈光)이라/ 창평(昌平)한 좋은 세상 무안(務安)을 일삼으니/ 사농공상 낙안(樂安)이요 부모형제 동복(同福)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나는 소년시절 함라면 함열리에서 살았다. 함라에는 국창 송만갑도, 명창 김소희도 자주 왔었다고 한다. 양노당 어른들은 임방울 소리를 들으러 전주든 군산이든 가리지 않고 다녔다니 국악애호 마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송만갑은 우리 동네 조 참봉하고 양산을 받고 밭에 나가 콩밭 매는 아낙네들 앞에서도 판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고향정서 덕분에 필자도 국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는데 해마다 열리는 전주 대사습놀이 행사로 판소리에는 반풍수가 되었다. 오늘도 서른네 살이나 된 아들이 세살 때 일산어른이 매준 북에 올라가 오줌을 싼 기념 북을 치면서 호남가를 불러본다./이규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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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5.26 23:02

[타향에서] 새만금 토지이용, 수요자에 맡겨라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새만금의 토지이용계획이 그렇다. 새만금은 국민 한 사람당 3평씩 쓸 수 있고 서울의 3분의 2, 실제로는 서울의 주거상업공업지역을 모두 합한 면적보다 더 넓은 엄청난 땅이다. 활용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것은 당연하다.지금 관련 연구기관에서 간척지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정부가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수요자를 찾는 전통적인 토지이용 형태다.우리나라의 토지이용제도는 용도지역제가 원칙이고 지구단위계획을 보완적으로 적용한다. 용도지역제는 정부가 정한 용도와 개발밀도, 층 높이 등에 따라서 토지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지역의 여건에 맞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고, 토지의 비효율적 이용과 난개발이 발생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입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에서 정한 용도와 밀도 등에 따라 당초의 용도지역과 관련 없이 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러한 방식의 토지이용계획은 대체로 개발압력이 높거나 개발을 계획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서 수립하여야 한다. 새만금은 전북 발전을 위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지역이다. 아쉬운 쪽은 지역발전이 필요한 전북이다.새만금이 다른 지역보다 입지적으로 우위이어야 수요자인 기업이 투자한다. 투자의 기본요건은 시장규모와 교통정보서비스 등 기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유형의 접근성, 저렴한 지가, 전후방연계 등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몰리는 이유는 이러한 조건이 잘 집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은 땅값이 싼 점 이외는 특별한 이점이 없다. 새만금의 입지가 좋다는 말은 전북의 생각이다. 여기에 투자할 기업인 토지의 수요자의 입장이 아니다.세계경제체제에서 새만금을 보면 지경학적(地經學的) 잠재력이 크다. 투자사업에 따라서는 중국과 일본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가 새만금의 시장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넓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기업보다 세계적인 대규모 선도기업을 선별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 중요하다. 선도기업은 입지적으로 자기강화현상(self-reinforcing hypothesis)이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 지역고용창출, 정보집약, 산업의 전후방 연계효과 등의 지역경제효과가 매우 크다.투자여건이 미흡한 새만금에 선도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새만금의 이점인 저렴한 토지의 이용을 기업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 반드시 보전해야 할 땅을 제외하고는선도 자본이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면적만큼 쓸 수 있도록 기업에게 토지이용계획을 위임하는 것이다.인프라 또한 기업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여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정부가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여 수요자를 찾는 방식으로는 광대한 새만금을 전북 발전의 메카로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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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5.19 23:02

[타향에서] 가족이란 - 신홍수

오월은 우리에게 푸름과 함께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는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모두 오월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특별한 기념일에만 가족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봄이 오면, 자식은 어버이를, 어버이는 자식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가족은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의 가족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가족의 본질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모습은 과거와 현격한 차이를 갖는다. 이는 이혼이나 불의의 사고를 인한 물리적인 가족의 해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혹은 출산율의 저하만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출산율 저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으며,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가족의 수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관계의 질(質)일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가족의 모습은 무엇인가. 예전 사고방식대로라면 아마도 이럴 것이다. 즉, 위엄 있는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그리고 효심 지극한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 하지만 이는 이미 예스럽기까지 하다. 지금은 가족의 내적인 친밀성보다는 마치 물질적인 외적 조건이 가족의 행?불행을 가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부모의 개념 역시 예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좋은 부모란 자식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을 안겨주지 않는 부모이며,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좋은 자식이란 성공한 자식일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는 각박한 경쟁 사회이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진심으로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줄 여유가 없다. 남을 위해 양보하는 동안 자신은 이미 경쟁에서 밀려나 버리게 될 것이다. 경제적 부는 이러한 경쟁을 이겨냄으로써 이룩할 수 있다. 우리는 한시도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없으며, 이익 앞에서는 누구나 경쟁자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물질적인 안정이 생활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눈여겨본다면,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물질적 부족함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은 물질 없이 살 수 없지만, 또한 물질만으로는 살 수 없는 까닭이다.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은 어느 한쪽에서는 경쟁에서 비롯하는 수많은 심리적 불안감을 치료할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고, 보듬어줌으로써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 줄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족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족은 각박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샘과 같다. 아무리 퍼내어도 마르지 않아 우리가 겪는 정신적 갈증을 해갈시켜줄 가장 친밀한 관계로서의 가족 말이다. 이는 단순히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거나, 혹은 가족은 사회의 기초라든가 하는 거창한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족은 한마디로 우리를 지탱시켜주는 가장 단단한 심리적 지원군인 것이다. 만일 이 가족이라는 지원군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때때로 가족은 굴레가 되기도 한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부모와 자식이 자신의 역할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는지 생각해본다. 마치 부모는 자식을 성공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거나, 자식은 부모를 자신을 억압하는 사람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아닌가. 이는 종종 우리가 목격하곤 하는 수많은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믿음과 대화일 것이다. 믿음은 대화를 통해서 발생하며, 또한 대화는 믿음을 바탕으로 할 때에만 진실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시시콜콜한 오늘 하루의 일들을 이야기 나누어 보자. 그리고 마음의 대화를 시작하자. 언제나 그렇듯, 가족이 제외된 행복은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신홍수(재경 남원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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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5.05 23:02

[타향에서] 왜, 농심(農心)은 천심(天心)인가 - 이규일

푸르름이 좋은 계절이다. 넓은 들판에서 일렁이는 맥파(麥波)를 본다.보릿고개의 그늘진 추억을 떠올린다.신세대들은 춘궁기(春窮期)의 애환을 잘 모를 테지만 1960년대 까지만 해도보릿고개가 있었다. 농촌에서 보리 수확을 앞둔 3, 4월을 보릿고개라고 불렀다. 지난해 추수한 쌀 양식은 이듬해 2, 3월이면 바닥이 났다. 게다가 4월학기(지금은 3월학기)초가 되면 대학에 들어간 아들 ? 딸의 등록금, 중 ? 고등학교 기성회비 때문에 부모님들은 애를 태웠다.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에 학자금 걱정은 엎친 데 덮친 격이어서 여간 어려웠던 게 아니다. 소 팔고, 논 팔아 자식 가르치던 1950~1960년대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을 뭉뚱그려 보릿고개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불렀고, 신문은 3월이 되면 어김없이 보릿고개의 아픈 이야기를 사회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모내기 철 이다. 단오 전후 며칠이 모내기 적기였지만 요즘은 농사짓는 방법이 달라져서 모내기철이 사뭇 빨라졌다. 5월 초순부터 모내기는 시작될 것이다. 옛날에는 권농일(勸農日)이란 게 있어서 농사를 독려했다. 시골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모내기와 추수에 맞춰 하루 이틀 농번기 방학도 해줬다. 1961년, 군사 구테타가 일어난 뒤 함석헌(咸錫憲)선생이《사상계》에 농사 이야기를 기고한 일이 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옛날에 한 농부가 추수를 앞두고 논에 나갔다가 다른 사람 논의 벼 이삭은 다 패었는데 자기 논의 벼는 아직 영글지 않아 속이 상했다. 그래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기논의 벼 모갱이를 모두 잡아 빼 다른 사람 논의 벼처럼 해놓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우리 집 벼가 남의 집 벼보다 훨씬 크다고 자랑했다. 며칠 후 벼가 얼마나 잘 자랐는가 보려고 논에 나간 아내가 하얗게 타죽은 벼 이삭을 보고 대경실색 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이것이 결과 위주의 '빨리빨리 병(病)'이 아니 였을까. 아무리 바보 같은 농부라도 오늘 씨를 뿌리고 내일 밭에 나가 싹이 잘 났는지 허적그려 보는 일은 없다. 적어도 씨를 뿌리고 사흘은 차분히 기다리는 게 농부의 마음이다. 또 수확한 곡식을 얼마간 묵혀 두었다가 먹거나 씨앗으로 삼는 지혜도 가지고 있다. 곡식이든 과일이든 일정한 후숙기(後熟期)을 거쳐야 제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는 법이다. 영농기술이 아무리 발달되었다 해도 농사짓는 비결은 근면 성실이다. 그리고 기다림이다. 기다림은 무엇인가. 인내가 아닌가. 농사도 사람 사는 이치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교육처럼 과정이 중요하다. 씨 뿌려 바로 열매 맺게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느님은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일정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결과는 없는 법. 모내기를 해서 김매고, 거름 주고, 병충해도 예방해야 추수를 할 수 있다. 과정은 시간을 요구한다. 그래서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 농사에도 속성재배가 있다. 하지만 속성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는다. 속성에는 무언가 모자람이 따르게 마련이다. 세상이 열 두번 변한다 해도 농심은 하늘의 뜻이다. 봄에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게 없다는 평범한 진리도 농민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근면 성실은 농부의 생활신조다.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선생은 오직 지성이라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가르쳤다. 지난해 농산물 개방 자유무역(WTO)협정을 놓고, 농민들이 벌인 반대시위가 무엇을 말하는지 정부는 이들의 주장(농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필자는 오늘 흰눈이 소복이 내린 한 겨울 초가집 감나무에 동그마니 매달려있는 빨간 감을 생각한다. 그렇게도 따먹고 싶었던 감이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농심이었다는 사실을 외치고 싶은 것이다./이규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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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28 23:02

[타향에서] 도시정비가 경쟁력이다 - 박헌주

세계화의 물결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것이 지방, 곧 도시의 경쟁력이다. 더 많은 사람과 돈을 끌어들여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경쟁이 국내의 지역간 경쟁에서 세계의 도시간 경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런 추세를 世方化(gloca lization)라 부른다. 세방화 시대에 있어서 경쟁력의 기반은 사람과 돈과 정보와 지식, 문화, 서비스 등이다. 이들은 살고 싶은 환경과 인프라가 갖추어진 도시에 모이며,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체계화, 산업화되어 경쟁력을 강화한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를 보면 인구가 100만이 되지 않는 곳도 많다. 반면에 인구가 1000만이 넘는 거대도시면서 경쟁력이 없어 세계도시로 발전하지 못하는 곳도 많다. 이러한 도시는 대체로 살기가 불편하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이 그렇다.캐나다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이 215개 도시의 삶의 질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경쟁력은 89위다. 겨우 중간 수준을 넘었다. 나머지 도시들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 비교는 집값, 교통, 치안, 의료, 교육처럼 주민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항목과 함께 정치적 안정, 문화자산, 언어소통 등도 포함되어 있다. 경쟁력 있는 도시들은 대체로 자연환경과 문화자원이 조화를 이루면서 잘 정돈되어 있고 깨끗하며 아름답고 친절한 곳이다.우리나라는 지난 40여년간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를 경제발전의 수단으로만 여겨왔다. 공장과 집, 도로, 공공시설 등이 필요하면 주민의 삶의 질을 생각하기보다는 땅값이 싼 곳을 찾아 여기저기에다 무분별하게 건설하였다. 건축물들은 어디나 똑 같고 제멋대로 지어졌다. 도시외곽은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층아파트 숲이다. 그러다보니 도시는 불편하고 세련되지 못했다. 도시문화가 남아 있는 구시가지는 낡고 오래된 건물만 있는 쇠퇴지역으로 바뀌었다. 국민소득 3만불이 넘는 선진국이 되려면 세계가 알아주는 경쟁력 있는 도시가 만들어져야 한다. 압축성장시대의 획일적인 물적 환경으로는 세방화시대에 걸맞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기반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구시가지에 세계적으로 팔릴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다양한 문화활동과 볼거리, 먹을거리, 쇼핑기회 등을 되살려야 한다. 지식정보산업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주택과 도시환경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건축물은 개성이 있으면서 세련되게 지어 세계적 명물이 되어야 한다. 마침 낙후된 구시가지의 재정비를 촉진하기 위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률은 용도지역의 변경, 용적률 완화 및 이전, 층수제한 폐지, 임대주택 의무건설 축소 등 구시가지의 광역적 재정비를 촉진할 혜택이 많다. 도심이나 구시가지 정비지역을 적어도 15만평 이상으로 확대하여 부족한 도로 공원 등의 도시기반시설을 대폭 확충할 수 있다. 고층 건축물과 주택을 새로 지을 수 있어 도시의 기능을 재생할 수 있다. 도시재정비 특별법의 시행에 발맞추어 구시가지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하루 빨리 가시화할 때다./박헌주(주택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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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21 23:02

[타향에서] 사람아, 사람아, 꽃놀이 가자꾸나 - 신흥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나무들은 푸른 잎새들을 준비하고, 꽃과 바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겨울이 길게 춥게 느껴졌던 만큼 따뜻한 봄이다. 아마 나이 들면서 가장 몸에 와 닿는 건 이처럼 변함없는 자연의 순리일 것이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또 그 다음엔 가을, 겨울이 오는 자연의 섭리. 봄은 우리 인간도 이러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준다. 태어나고, 살고, 죽어 우주의 티끌이 되지만, 봄과 같은 어린 아이들을 통해 다시 그 생을 이어갈 것이라는. 그래서 봄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의 활력이다. 산에는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지천으로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나고, 풀잎들이 돋아난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생명이 얼마나 끈질기고, 또 어여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겨울의 추위가 없다면 아마도 봄은 우리에게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처럼 길고 추운 한파가 있었기에 새싹의 의미가 더 값진 것이 아니겠는가.그러나 우리들은 꽃 한 송이가 피워 올린 푸름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것일까. 벚꽃놀이니 뭐니 하는 패키지 관광상품을 따라 다들 남쪽으로 내려가곤 하지만, 그것은 꽃을 만지고 느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주의적인 목적에 휩쓸린 먹고 마시는 소비적 놀이에 불과하다. 먹고 마시는 것 나쁘지 않다. 그러나 꽃은 관광의 대상이기 이전에 우리 삶을 돌아보고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즉, 돈을 주고 사는 상품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 다가오는 자연 말이다. 오래 전 필자가 어린 시절, 진달래꽃은 배고픈 배를 채워주던 꽃이었다. 그 시절엔 진달래꽃 꼭지를 따 입에 물고 빨아먹던 아이들이 참 많았다. 딱히 군것질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 그랬겠지만 아이들은 허기지면 산을 휘젓고 돌아다니며 진달래꽃을 따먹곤 하였다. 그러고 나면, 아이들 입술은 온통 멍든 것처럼 파란 물이 들곤 하였는데, 그것이 서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였다. 꽃은 우리의 삶과 함께 존재하는, 아름답고 슬픈, 그러나 가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벚꽃이 아무리 화려하다해도 우리가 따먹던 그 허기진 진달래꽃 만하겠는가. 그뿐인가, 화전놀이라고 해서 우리네 민족은 진달래꽃을 찹쌀반죽 위에 얹어 기름에 투명하게 지져 달달한 꿀물이나 설탕물에 재워 먹던 풍습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 들에 나와, 돌을 괴어 솥뚜껑을 얹고 화전을 해먹던 풍습은 지금도 내가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즐거운 봄꽃에 관한 추억이다. 꽃이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건 지금 생각하면 참 우리 민족이 멋을 알고 풍류를 알았던 민족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고 또 무엇인가. 그러므로 꽃은 단지 꽃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내 고향 남원에서도 봄마다 철쭉제가 열린다. 사람들은 산등성이에 온통 분홍빛으로 피어난 철쭉꽃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떠난 사람을, 어떤 이는 만날 사람을, 또 어떤 이는 못 다 이룬 소망을, 또 어떤 이는 잃어버린 순수의 감정들을. 아픔이든 기쁨이든 그것은 분명 꽃이 주는 선물이다. 이 우주, 이 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장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선물. 그러니 꽃이 피어나면 무엇보다 제 마음을 들여다 볼 일이다. 지금 창문을 열어 보자. 저 밖에 피어난 꽃들을 보고 조금의 여유를 가져 보자.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겨울을 이기고 올라온 봄꽃을 통해, 우리의 바쁜 일상에 단 한 순간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쉼터를 만들어 보자.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꽃놀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람아, 사람아, 꽃놀이 가자꾸나. /신흥수(재경 남원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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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4.07 23:02

[타향에서] 선비 정치가 - 이규일

1910년, 나라를 잃는 경술국치를 당했을 때 조선의 선비 매천(梅泉)황현(黃玹)은 조선이 선비 기르기 5백년인데, 나라가 망하는 날 한사람도 죽는 이가 없으니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닌 가하는 유서와 절명시(絶命詩) 4수를 남기고 자결하였다. 그는 유서에서 내가 위로는 하늘이 지시하는 아름다운 도리를 저버리지 않고, 아래로는 평소에 읽은 책 속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매천의 자결 명분은 다름 아닌 선비의 도리다. 필자는 조선이 5백년을 지탱해온 힘이 바로딸각발이 정신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매천이 더덕술에 아편덩이를 타마시고 죽기 전에 써놓은 절명시에도 그의 선비정신이 드러나 있다. 새와 짐승도 갯가에서 슬피 운다/ 무궁화 이 나라는 영영 사라졌는가/ 가을 등불아래 책 덮고 옛일을 생각하니/ 지식인(선비) 노릇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3수) 그런데 한국에는 선비정신을 가진 이른바 선비정치가가 없다.필자가 언론인으로 생활하던 30여년동안 이나라에서 만난 정치인중에 선비 정치가로 불리던 어른이 한분 있었다. 그가 바로 전북 김제 출신인 운재(芸齋) 윤제술(尹濟述)선생이시다. 운재는 부안 계화도 간재(艮齋)전우(田愚)문하에서 김병노, 소선규등과 서당공부를 하다가 중동중학에 들어갔다. 1929년 동경고등사범 영문과를 졸업하고 모교인 중동 교사를 시작으로 보성, 성남중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해방과 함께 문을 연 남성중고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생활을 청산하고 1954년에 김제 을구에서 3대민의원 의원에 당선, 정치에 발을 들여 놓은 후 6선,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 운재는 1965년 한일협정 비준당시, 그것이 굴욕외교라고 국회의원직을 걸고 한사코 반대하다 끝내 의원직을 내동댕이친 정치인이다.1983년 2월, 정치활동 규제자 1차 해금 때 소감을 여쭌 필자에게 운재선생은 내가 묶여 있었는지 조차 몰랐다면서 해금(奚琴)은 우리나라 고유 악기인 깡깡이라고 조크까지 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심정을 단종 때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어찌 봄이 관여 할 수 있으며/ 구름이 가고 온들 산은 다투지 않는다(花開花謝 春何管/雲去雲來 山不爭)는 싯귀에 비겼다. 서울 누상동에 있는 운재댁은 정치인들의 사랑방이었다. 한번은 취재할 일이 있어 누상동에 올라갔는데 운재 선생은 붓글씨를 쓰고, 류청조연하씨가 흑백전쟁(바둑)을 하고 있었다.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를 쓰시다가 필자의 인사를 받더니 붓을 놓고 자네, 잘 왔네 하시고는 굴원의 생각(청렴)이 옳은가, 어부의 생각(타협)이 맞는가하고 묻는 것이었다. 필자는 감히 성인은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 같이 갈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하고 말씀드렸더니 운재 선생이 옳지! 글씨 임자가 따로 있었구만하시면서 낙관을 해 내게 주셨다. 운재 선생은 1936년 서화협회전에 출품, 당대의 명필 김돈희오세창 등과 함께 당당히 입선한 서예실력도 가지고 있다. 5월31일 지자체 선거를 앞둔 이 정치시즌에 필자는 정치는 신의야. 신의를 지켜야 해. 국민으로부터 신의를 잃으면 민심도 떠나는 법이지하시던 선비정치가운재 선생의 말씀을 되새기고 있다./이규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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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31 23:02

[타향에서]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새주소 - 박헌주

공간적 위치를 표시하는 수단은 주소다. 민법은 주소를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 즉 사람이 사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토지관리의 수단인 지번(地番)을 주소로 쓰고 있다. 생활근거지의 표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지번으로 위치를 쉽게 파악하고 찾을 수 있다면 지번을 주소로 써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지번으로 표시된 주소로 위치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더욱이 지번은 사람이 다니는 도로와는 무관하게 매겨져 있어 지번주소로 어디를 찾아가려면 불편하기가 이를 데 없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 때문에 통신판매, 택배 등 물류뿐 아니라 도시교통의 흐름이나 도시정보의 효율적 관리 등 공간정보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생활불편에 따른 사회적비용은 추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10여 년 간 100개 지자체에서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부여하는 새주소사업을 완료했고, 69개 지자체는 추진 중이다. 도로명 등 주소표기에 관한 법률도 의원입법 형태로 조만간 제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부여된 새주소가 쓰이지 않고 있다. 정보화시대를 여는 정보통신기술은 인간을 주체로 시간과 공간으로 구성된 우주시스템을 거미줄처럼 엮는 삼간(三間) 네트워크 구축이 기초원리다. 시간은 누구나 어디서나 하루 24시간이다. 사람은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정보화된다. 공간정보는 주소로 표시된다. 그런데 공간정보의 핵심 인프라인 주소가 없다. GPS 같은 디지털 방식의 위치 표시방식도 있지만, 이는 숫자로만 표시되기 때문에 주소로 쓰기가 어렵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주소를 길 이름과 건물번호로 표시하는 이유다. 정보통신기술을 집약하여 삼간정보가 체계적으로 짜여진 세상을 유비쿼터스, 즉 시공자재(時空自在) 사회라 한다. 이 사회는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나누며,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다양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발전한다. 사람이나 물건, 정보의 이동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생활은 오히려 분초(分秒)를 다툴 정도로 바쁘고 정확하게 돌아간다. 당연히 속도(speed)와 시간(time)이 최우선 가치다. 따라서 위치나 이동을 정확하게 빨리 파악하고 추적할 수 있는 주소는 시공자재 세상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인프라다. 우리가 쓰고 있는 지번주소는 공간정보를 정확하고 쉽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의 시공자재사회에 맞지 않는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실용화되어 속도를 높이고 시간을 절약하더라도 공간정보가 제대로 구축 전달되지 않아 지역사회의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의 세계화와 정보화사회의 구축을 앞당겨 지역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보다 먼저 새주소 활용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박헌주(주택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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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24 23:02

[타향에서] 친환경농산물 활로를 찾자 - 서기호

지금 우리 주위에서는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각가지 국제 협정 및 국가간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협상은 경지규모가 영세하고 재배 환경 조건이 열악한 우리 농민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되므로 농민들은 WTO 협정, FTA, DDA 협상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정부는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국가 전체 경제 발전을 위해서 이러한 협상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어느 면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FTA 협상 등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이러한 열악한 농업 현실을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민이 품질을 차별화하여 소비자가 찾을 수 있는 농산물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것도 값싼 외국산 농산물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소비자로부터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품질인증을 받은 친환경 농산물을 우리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어 공급하는 것도 우리 농민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요즈음 도시 주부들은 많은 양의 식품보다는 식구들의 건강을 위해서 가격은 높더라도 안전성을 인정받은 농산물을 적게 사는 경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울에 있는 농협 하나로 마트, 백화점, 대량 유통점 식품코너에는 친환경 농산물이 많이 나와 있는데 생산지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물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식품 코너에서 다른 지역보다 우리 전북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다고 내주위에 있는 전북지역 친구들의 불만을 가끔 들을때가 있다. 농림부는 친환경 농산물 비중을 전체 농산물 대비 현재 3.5% 수준에서 2010년까지는 10%로 확대하기 위하여 친환경 농산물 재배 면적을 현재 42천헥타르에서 2010년까지는 95천 헥타르까지 늘릴 계획으로 갖가지 정부대책을 만들어가고 있다.소비자 혼란방지를 위해 6종류로 되어 있는 농산물 품질인증제도를 유기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등으로 단순화하여 국제 기준에 맞는 우수 농산물 관리제도 (GAP)를 도입, 적용시킴으로써 더욱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품질 인증 품이 유통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가고 있다.우수농산물 관리제도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서 식품(농산물)의 생산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확, 저장, 포장, 가공, 유통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에 의해 소비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식품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안전한 식품이란 토양, 물, 종자, 농약, 비료등 생산 요소뿐만 아니라 재배, 수확, 수확 후 처리 과정에서의 안전관리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시스템은 농업환경 보호 하에서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우수 농산물 인증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농림부 산하 국립 농산물 품질 관리원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관심 있는 농민은 정부의 책임기관과 긴밀히 협조함으로써 우수 농산물 생산 판매에 많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형 식품 마켓이나 백화점에서 우리 고장 상표가 붙어있는 품질 인증 농산물을 손쉽게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서기호(아름농업연구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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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17 23:02

[타향에서] 봄, 그리고 '보릿고개' 지나온 사람들 - 신흥수

며칠 전, 십대의 젊은이들과 나이든 어른들의 언어가 다른 점에 착안한 모방송국의 오락프로그램을 보았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십대 청소년이 보릿고개라는 말을 모른다던 내용이었다. 보릿고개란 보리 수확이 이루어지는 4월에서 5월 초봄까지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던 옛 사람들의 삶을 표현한 말로, 흔히 춘궁기라는 말로 불린다. 그런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단어에 대한 뜻을 모르는 십대들 때문이 아니었다. 보릿고개를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람과 그것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단순한 세대차이가 아닌, 시대적 삶의 차이라는 것을 실감하였기 때문이다. 어릴 적 고향의 봄은 참으로 처절했다. 아마 6?25 전쟁 이전이나 그 무렵 태생이라면 1970년대 산업부흥기가 도래하기 전까지 보릿고개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봄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황량하기 그지없던 산에 들어가 나무껍질을 벗겨 와 끓여 먹거나, 이름모를 뿌리들을 캐다 먹기도 하였다. 저녁 때가 되어서 남의 집 아궁이 굴뚝에서 연기가 돋는 것만 보아도 부럽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것을 먹을 수 있었을까 의아할 정도의, 음식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것들로 사람들은 주린 배를 채웠던 것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모친께서도 보릿고개가 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식들 배를 곯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무엇으로든 먹을 것을 마련하였다. 비록 당신께서는 허기져 더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있었지만. 그야말로 봄은 배고픔이 시작되는 지옥과 함께 왔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배고픔을 왜 고개로 표현하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마도 그것은 고개를 넘는 것처럼 너무 힘들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편으로 생각하면, 한 고개 넘고 나면 다시 봄이 오듯, 인생이 그처럼 다시 좋아지리라는 희망 같은 것이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비록 절대적인 배고픔 앞에서 당치도 않는 것이었다고 해도,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을 것이라고 하는 희망은 분명 수많은 좌절을 극복해온 우리 민족의 정신의 밑바탕이었다고 필자는 자신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경제가 발달한 지금, 우리 주변에는 배를 곯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예전 보릿고개와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이다. 보릿고개가 절대빈곤이 그 원인이었다면, 요즘은 그 원인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한다. 한쪽에서는 사회의 방치 속에서 밥을 굶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을 굶는다. 어떤이는 밥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급식소 앞에서 긴 줄을 서 있는가 하면, 또 다른이들은 영양 과잉으로 음식을 멀리 한다. 그래서 보릿고개는 사라졌어도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필자는 요즘의 이 모든 배고픔이 정신적 허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으로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마음의 빈 곳. 그것은 보릿고개를 넘어가며 우리가 살아남고자 하였던 어떤 절박한 의지와 희망을 상실한 허기이기에 더 무섭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그 빈 마음을 찾아 나누고 배부르게 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은 결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 우리 민족의 사명이었다면, 이제는 주린 마음들을 채워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봄이 오고 있는 길목에서, 겨울의 언 땅을 뚫고 돌아오는 봄의 참뜻을, 그 옛날 보릿고개의 아픔과 희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신흥수(재경 남원향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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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03.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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