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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올바른 소비문화 정립 절실

이제는 자랑하는 병을 고쳐야 할 때다.

 

지구촌의 축제 제27회 올림픽이 지구 반대쪽 호주의 시드니에서 개최돼 65억 세계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호주 국민들은 빗물을 받아 쓸 수 있도록 건물을 짓고, 태양열을 이용하는 등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 하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보기엔 치졸하리만큼 근검 절약의 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한다.

 

한국사람의 성품은 다른나라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인정도 많고, 부지런하며, 하면 된다는 추진력과 단결력 등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좋은 성품을 가진 반면에 부끄럽고 어두운 면 등 웃어넘길 수 없는 면면들도 많다.

 

얼마 전 미국 LA타임스에 실린 한국인들의 인터넷 열기에 “한국인들의 조급성과 ‘요행심리’가 정보화 시대에 잘 맞아 떨어졌다”는 다소 비웃는 듯한 보도 기사가 있었다. 사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빨리빨리 병’과 분위기와 때를 가리지 않는 ‘자랑하는 병’등은 의사의 힘이나 교육의 힘, 더군다나 법의 힘으로는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 자랑하는 버릇에서 비롯된 병은 사치와 과소비에서 오는 난치병이다. 이것은 개인의 양식과 반성을 통해서만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해방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대장정을 숨가쁘게 달려 오면서 과소비 병을 부지불식간에 얻어야 했다.

 

근검 절약은 옹졸한 사람들의 몫인가

 

사치의 끝자락은 어디며, 호화스런 생활 뒤에 오는 기쁨은 어떤 색깔로 표출될까?

 

가정이나 국가 경제를 좀 먹는 지름길이 사치며,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사치와 성의 문란에서 기인된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통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경제는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유가(油價)의 폭등으로 나라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폭등의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당장에 국제 수지가 악화되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특히 서민들이 겪는 정신적 불안지수는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어가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조짐 등 물가가 춤을 추면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한숨소리는 삶의 의욕마저 저하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1년예산(2001년도 1백1조 확정)의 88%를 넘는 국가 채무 (89조 7146억)와 내년도 국민 1인당 2백51만여원의 세금부담은 우리들의 허리를 더욱 구부러지게 하는 것 같다. 사치와 향락, 과소비와 낭비벽은 이제는 청산돼야 한다. 모두가 각성하고 절제해야 한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절약의 습관화와 올바른 소비문화의 정립이 절실한 과제다. 국민소득으로 보아 이웃 일본(3만2천2백30달러) 의 26%(8천4백90달러) 정도에 불과한 우리 국민들의 소비는 일본과 비슷하며, 승용차의 연간 연료 소비량도 일본, 미국과 비슷하다고 하니 한심한 일이 아닌가. 자체 에너지원이 없는 에너지수입국이 과소비 불감증에 걸려 있으면서도 이를 망각한채 살아간다면 과연 그 나라의 미래가 있을까.

 

올바른 소비문화를 정립하자

 

세계화 시대에 들어와서는 현실에 대한 올바른 문화적 정체성을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 먼저 잘못된 습관을 지적하자. 부모들이 분명한 교육 목적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자녀들을 외국의 초·중등학교에 유학시키는 일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외국어 하나라도 잘 배워두자는, 조금은 사치스러운 한번의 선택으로 인해서 엄청난 외화가 낭비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또 무분별한 수입품 구입은 삼가해야 한다. 외제품을 무심코 또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들은 간혹 “국산품을 쓰게 하려면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역공을 하며 수입품 사용을 합리화 한다. 그러나 저렴한 국산품을 사용하면 품위가 손상되고, 남들이 얕보지 않을까하는 일시적인 기분으로 수입품을 구입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일이다.

 

필수품 또는 사용물건의 빈번한 교체는 자제돼야 한다. 가구와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잦은 교체는 많은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신제품만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상업성 과대광고로 자극하여 과소비 열풍을 조장하는 것도 문제이다. 대중매체들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이나 사회 문화적인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형중(벽성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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