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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축제' 官 주도 벗어나야

일본엔 '마쯔리'라고 불리는 크고 작은 축제가 어느 지방이든 반드시 있다. 그 '마쯔리'를 볼 때마다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마쯔리'에 참가한 지역 주민들의 정신 자세다. 그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돈을 모으고, 스스로 행사의 리더를 뽑아 그의 명령에 따라  기꺼이 준비를 하고, 일사불란하게 행사를 치른다. 정말 철저히 자율적이고 질서정연하다.

대개는 그 지역의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행사를 주관하는 모양인데 '마쯔리'의 행사에 참가하는 팀들은 온 가족이 모두 총동원된다. 이를테면 젊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행진이나 경기에 함께 참가하며 일정한 곳에 이르러 휴식과 함께 같은 조의 팀들이 마을 사람들과 점심 식사를 하게 되면 거기엔 또 아내들이 협동하여 한 몫을 한다. 그야말로 그날은 온 가족이 '마쯔리'의 행사장에서 하루종일 다른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마음을 합하고 손발을 맞추어 행동을 통일하는 협동의 시간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들이 세운 질서와 규칙에 기꺼이 엄격하게 따른다.

문득 패전국 일본이 우리와 달라 병역의무가 없고 절로 향토예비군도 없겠지만 이런 '마쯔리'의 행사를 통해 자율적인 훈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이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율적인 정신 아래 무장하고 있으니 더욱 강도가 높고 질이 우수한 민방위의 훈련이 절로 되겠다 싶다.

반대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축제들은 너무 문제가 많아 일본의 '마쯔리'가 더욱 부럽다. 우리 나라는 어디를 가나 관이 주도하고, 앞장서고, 중심이 되는 선심 축제가 판을 치고, 원호 대상자들의 프리미엄을 빌미로 떠돌이 장사치들이 한몫 보는 행사가 이어진다. 특히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이후엔 더욱 이런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때문에 선심 축제의 과다한 예산 편성으로 말도 많고 과연 이런 축제가 필요한 것인가? 하는 부정적인 여론도 당연히 형성되고 있다. 

 세시기에 의하면 원래 우리 나라에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훌륭한 민속 축제가 연중 쉬지 않고 자율적으로 이어져 왔다고 한다. 설, 정월대보름, 곡우, 삼월 삼짇날, 사월초파일, 오월 단오, 유월 백중, 칠월 칠석, 팔월 추석 등, 크고 작은 축제가 민속으로 치러졌던 모양인데 일제의 탄압과 박해 속에서 그 근본이 일그러지고, 오그라들고, 마침내는 사라지고 만 것들도 많다.

해방과 전쟁, 분단의 우여곡절 끝에 남쪽만이라도 겨우 가난에서 면할 무렵부터 이즈막에 이르러 서서히 축제가 부활되어 고개를 드는 것까지는 좋은데 관이 서둘러 앞장서면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조짐이다. 무엇보다 축제를 위해선 민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축제를 위한 준비 모임도, 행사의 리더를 뽑는 것도, 조금씩 추렴해서 행사비용을 모으는 것도 모두 민간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이루어지게 하고, 무엇보다 모든 행사 프로그램을 주민들 자신이 꾸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걸핏하면 중앙 무대의  연예인들을 불러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을 시키고 가수들을 불러다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등, 낭비가 심한 축제가 지역의 이익을 위해, 문화를 위해 전혀 이득이 될 리 없다. 한 나라의 문화는 여러 가지 부분문화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일테면 상층문화와 하층문화, 도시문화와 농경문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그 가운데 민속문화는 상층문화나 고급문화에 대칭 되는 하층문화로 다시 말하면 기층문화라 할 수 있다. 상층문화가 외국문화를 수용하는 성격이 강한 데 비해 고유한 성격의 민속문화는 서민의 것이 되어,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전북 지역의 모든 민속문화 축제는 이제 지방자치단체의 관 주도에서 해방되어 도민들의 자발적인 추렴과 준비와 주관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오히려 전북 관광의 핵심이 되어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축제를 이웃에게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전주국제영화제와 세계소리축제도 비록 기층문화적 민속축제는 아니지만 전통 위에 새로운 전북의 이미지를 살리는 이런 맥락에서 고유의 빛깔을 더했으면 좋겠다.

특히 전주국제영화제는 부산과 부천의 도시 이미지 영화제와 차별하여 대안영화제라는 프로그램 주제와는 별도로 전주와 전북지방의 특색을 살리고 지역주민과 관광을 위한 부속 행사를 민간이 주도하여 마련되었으면 한다.

이왕이면 개막식과 폐막식에서도 칸느가 턱시도와 이브닝드레스를 엄격하게 고집하듯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선 한복을 엄격하게 고집하고, 그것으로도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절대로 이상주의자의 의견이 아니다. 현실적이고 다분히 장삿속이 있는 제안이다.

우선 영화제의 성격을 강하게 보이게 하고 엄격한 개막식, 폐막식 입장으로 유명해질 수 있고, 모처럼 한복을 즐기는 국내외 게스트들에게는 개량 한복을 임대해줄 수도 있고 선물할 수도 있다. 한복 페스티벌과 한복 쇼, 디자인 개발 등으로 전주의 한복은 판매와 임대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국제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가 바로 영화제라는 상품의 포장을 세계의 눈에 돋보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장호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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