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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어버이날과 종합검진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이지만, 내게는 올 어버이날이 더욱 특별한 감회로 다가왔다. 바로 지난달에 아버님을 여의었기 때문이다. 따로 떨어져 생활한 지 이십 년 가까이 되었지만 늘 든든한 후원자로 마음속에 계셨던 분을, 이제는 정말로 마음속으로만 그려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콱 막히는 듯한 느낌이다. '나무는 고요하게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부모를 잘 모시려고 하니 이미 떠나고 안 계신다'는 옛말이 새삼 떠오른다. 

아버님은 그야말로 창졸간에 고인이 되셨다. 오랫동안 병상에서 고통받다 떠나는 많은 분들에 비하면 차라리 그게 낫지 않느냐는 위로를 많이 받았지만, 평소에 건강관리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쓰셨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의 아버님은 의사로서 평생 진료만 열심히 하신 분이고, 나 또한 그런 아버님의 영향으로 의사가 되었다. 언제나 환자들에게 지속적 건강관리가 중요하다고 열심히 설명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의사이지만, 의사들의 평균수명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다.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커서일 수도 있지만, 질병이나 죽음과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건강 문제를 기피하는 경향 때문이기도 하다. 알면 알수록 두려움도 커지는 법이기에. 

부모님의 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자식들의 마음은 다 똑같지만, 마음과는 달리 평소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도 똑같다. 특히 먼 곳에서 따로 생활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런데, 그래서인지 어버이날이나 생신 등의 시기에 '효도선물'로 흔히 선택되는 것이 종합검진상품권이다. 하지만, 이 종합검진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갖고 있어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종합검진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얼마 후 어떤 질병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많은 환자들은 종합검진 결과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불만을 갖기도 하고, 심지어 진단이 틀렸다고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진료를 받기도 한다. 이런 것은 모두 종합검진에 대한 과도한 믿음 때문에 일어나는 오해의 결과이다. 

이름에 '종합'이라는 말이 들어 있어 그렇겠지만 종합검진이 '모든' 질병의 유무를 검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큰 잘못이다. 종류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종합검진은 가장 흔한 질병 몇 가지에 대한 검사일 뿐이다. 사람이 걸릴 수 있는 수없이 많은 질병들 중에서 종합검진에 포함된 검사항목들만으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질병이 훨씬 많다는 말이다. 

차라리 종합검진보다는 집 근처에 있는 동네의원이라도 꾸준히 다니면서 의사와 자주 상담하고,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검사들만 시행하는 것이 비용은 더 적게 들고 효과는 더 크다. 아주 많은 질병들은 사소한 증상에서부터 시작한다. 특히 연세가 높은 분들의 경우는 더 그렇기 때문에 작은 증상이 생겼을 때 병을 '키우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물론 어르신들은 사소한 이상이 있다고 해도 병원에 가는 일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 부모와의 대화를 늘리는 것이다. 부모 자식 사이의 대화가 많을수록 부모가 어떤 증상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될 기회도 많아지고, 초기에 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에 종합검진상품권을 선물하는 것으로 자식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나중에 큰 후회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 이왕준 (인천사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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