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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까막까치도 집이 있는데



익산에 사는 A씨는 2월말께 전주로 집을 옮기기로 했다. 직장이 전주에 있는데다 아이들도 곧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을 앞두고 있어 이왕이면 전주로 학교를 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해서 였다.

주위에서도 “유학이나 서울 강남으로 보내지 못할망정, 학교는 전주로 보내는게 낫다”고 권고하며 거들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못해도 ‘일천지교(一遷之敎)’라도 할 요량으로 이사결심을 더욱 굳혔다.

하지만 A씨는 전주시내 몇몇 아파트단지를 둘러보곤 이내 ‘전주시민’되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시내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전세는 아예 나오지 않는데다 쓸만한 아파트는 값도 껑충 뛰어 있었다.

공단이 있는 팔복동이나 군산 익산으로 출근하기 좋은 서신동 E-마트 부근, 서곡, 신흥주택지인 아중지역은 더욱 심했다. 이들 지역은 32평형 전세가 7천-8천만원, 매매는 8천5백만-1억원을 홋가했다. 또 24평형은 전세가 4천-5천만원, 매매는 5천5백-7천만원선이었다.

1년 전에 비해 전세가 1천-2천만원 가량 오른데다 지난해 가을부터 구경조차 힘들다는게 부동산중개사들의 설명이었다. 가뭄에 콩나듯 나온다 해도 집주인들은 기본 보증금에 월세를 원했다.

생활정보지를 갖다 놓고 이리저리 뒤적여봐도 매 한가지였다. 한두군데 나와있는 곳에 전화를 걸면 ‘진작 나갔다’는 대답만 공허하게 돌아왔다.

지난해 서울 강남에서 불기 시작한 전세대란, 아파트값 폭등이 수도권을 넘어 지방도시까지 확산되면서 서민들의 어깨는 더욱 좁아져 가고 있다.

그러면 이같은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첫째 원인은 공급물량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몇년간 신규아파트를 짓지 않아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주택건설협회 전북지회에 따르면 97년까지 매년 2만6천호 안팎을 짓던 건설업체들이 IMF 직격탄을 맞은후 98년 7천8백호, 99년 1만1천호, 2000년 9천8백호를 짓는데 그쳤다.

최근 4년간 IMF 이전에 비해 주택공급이 절반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98년 7천6백호이던 미분양 아파트도 지난해 1천5백호로 급격히 감소했다.   

둘째는 초저금리의 행진이다. 몇년전 20-30%까지 치솟던 은행 대출금리가 지난해는 6%까지 떨어졌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전세의 월세전환 이율이 연간 24%(월 2부)였으나 이제는 12%(월 1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은행에 맡겨도 연간 이자율이 4-5%밖에 안되니 월세로 돌리거나 차라리 파는게 낫게 되었다. 여기에 주식시장의 침체도 한몫 거들었다.

세째는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주택정책이다. 정부가 경기를 띄우기 위해 건설경기를 부추겼고 특히 분양가 자율화, 재건축요건 완화, 양도소득세 완화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뒤늦게 부활시키긴 했으나 소형평형 의무비율제 폐지는 서민들의 주택난을 더욱 심화시켰다.

청약자격 완화와 분양권 전매허용은 투기꾼들에게 멍석을 깔아줬고 소위 떴다방들이 가세토록 했다. 물론 정부로서는 GDP의 15%(지방은 GRDP의 20%)를 차지하는 건설을 부양시킴으로써 다른 부분으로의 파급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사후약방문이긴 하나 지난달 투기 세무조사 등 대책도 내놓았다.

집(住)은 먹거리(食)와 함께 인간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우리 속담에 ‘까막까치도 제집이 있다’고 했다. 또 가장 큰 설움은 배고픔이요, 다음이 집없는 설움이라고 했다. 집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은 부정식품을 유통시키는 자와 같다.

정부도 서민주택 문제를 공공성을 높이는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 본보 경제부장

 

조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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