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는 6·11 개각에서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행정부의 수반인 총리에 임명하였다. 여성 총리 임명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화여대 100년 사상 처음으로 기혼 총장이었던 장상 총리서리는 언제나 소신을 가진 당당한 학자이자 행정가였고 그리고 한번 계획을 세우면 대단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성이 총리로 발탁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제 김대중 정부의 임기 말에 여성 총리가 임명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사회발전과 여성발전에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비록 김대중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장상 총리가 무엇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 견해가 제기될 수 있을지라도, 일단 여성계는 환영 일색이고 남성들 또한 임명권자의 용병술에 감탄하는 것 같다.
때늦은감 있지만 환영 주류
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어진 재상이 등용되었고, 집안이 어려울 때마다 현명한 아내가 필요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지금 나라가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 여성 총리가 임명되었으니 희망을 걸어 볼만하지 않은가?
영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한 마가렛 대처수상(아이러니컬하게도 개혁을 이행하지 못해 물러났지만)이라든지, 인도를 17년간 이끌었던 인디라 간디 수상,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수상, 전 스리랑카의 반다나이케 수상 등 모두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여성 총리들이었다.
비록 한국의 정치체제가 대통령 중심제인 까닭에 장상 총리의 위상이 위에서 언급한 나라들의 여성총리 위상과 크게 다르다고 할지라도, 총리에게 주어진 임무를 소신과 신념을 갖고 추진한다면 못할 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김대중 정부를 비롯하여 이전 정부에서 많은 남성들이 총리에 임명되어 임무를 수행했지만, 그들은 별로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성문제를 다루어 온 것만 보아도 대통령이 선심 쓰듯 여성에게 자리를 주거나 혹은 여성계의 간곡한 요구에 여성을 장관에 임명했지, 총리의 제안이나 요구에 의해 무엇이 성취되었단 말은 별로 들어 보지 못한 것 같다. 우리사회에서 지도자로 존경을 받았던 분들도 총리에 임명된 이후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이는 한국의 정치체제가 대통령 중심제인데 그 일차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권력에 순응하여 체제내화되어 버렸기 때문이 아니가 싶다.
여성 총리에게 우리 국민이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 동안 실타래처럼 얽혀 한 발자국도 전진할 줄 모르는 정치권을 화해와 생산의 정치로 인도하는데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월드컵의 열기에 눌러 드러나지 않았던 산업현장의 아픔과 갈등을 조화롭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상징적 차원에서 추진되어 왔던 여성문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 여성문제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여성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주변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성 주류화 정책으로 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 조치가 따랐으면 한다.
또한 여성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모성보호의 철저한 이행, IT산업에 있어서 여성의 고용창출, 차별적 요소의 제도적 개혁 등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히딩크식 리더십 큰 기대
분명 총리라는 직분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반을 조율하고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자리이다. 그런 까닭에 주변에서는 여성 총리의 임명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장상 총리에게 거는 여성계의 기대가 매우 크다.
여성만이 지닌 장점으로 남성 총리와 다른 면모를 보여 주었으면 한다. 월드컵으로 얻은 자신감, 술수나 꾀로 통하지 않는 진실함과 자기 원칙대로 소신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히딩크의 리더십’에서 배운 바를 살려서 신명나는 세상을 만드는 지도력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 장상 여성총리에게 거는 바람이다.
/김명숙(전북여성발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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