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3일 특별재해지역을 선포하였다. 이번 선포로 수재민들은 추석전까지 먼저 특별위로금을 받게 된다. 추석뒤에는 일반적인 재해지역보다 복구비를 적게는 50%이상, 많게는 150% 더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도 근본적인 대책없이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는 대증요법식의 처방을 보는 것같아 매우 답답하다.
우선지원 없는 특별재해지역
지난달 정부는 그 간의 재해피해에 대한 보상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연재해대책법을 개정하여, 보다 많은 지원이 가능하도록 '특별재해지역선포'규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정, 우선적으로 구호비용과 복구에 필요한 특별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일부지역만 선정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수해 전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하였다. 선포된 지역은 전체 시·군·구 232곳 가운데 무려 203곳, 읍·면·동 3500여개 가운데 1917곳이다. 수해를 입은 지역을 거의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하여 사실상우선지원, 우선혜택의 의미는 상실되고 지원액의 평준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러한 지정에 대한 여론은 수해주민이나 지역 의회의원, 국회의원등이 로비와 압력에 의해 재해수준과 관계없이 지정하게 되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까지것 크게 문제가 될 것같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위로금이나 보상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고 이르면 이를수록 좋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돈과 관련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법개정이후 이번 특별재해지역선포는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 선례는 앞으로 재해대책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제 전국단위 총 재산 피해액이 1조 5000억원이면서 그 중 사유재산 피해액이 3000억원 이상인 경우 또는 이재민이 3만명이면 전국일원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된다. 읍·면·동이라면 피해액 200억원(사유재산 40억원)이상이거나 이재민 1000명이상이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된다.
앞으로 수해가 나면 자치단체는 피해를 부풀리고, 지역주민은 시위를 하고 여기에 정치권의 압력이 가세하면 대부분의 수해피해지역이 특별재해지역으로 될 가능성도 높다. 우등고속버스가 일반버스이 된 것처럼 특별재해지역은 그저 일반재해지역처럼 된다.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한답시고 포괄적으로 정한 기준때문에 재해때마다 특별재해지역은 대폭 늘어날 소지가 있다. 특별재해지역이 늘어나면 중앙정부는 물론 도나 시·군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부담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래도 국가재정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는 예비비나 추경예산편성으로 보란 듯이 수재민에게 선심정책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지방비부담만 가중되어 반듯한 사업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북은 다른 도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낮아 사정은 좋지 않다. 규정상 지원예산 중 30%를 도비와 시군비로 마련해야한다. 전북의 현재 예비비는 약 200억원정도. 그 가운데 이번 피해복구에 쓸 수 있는 돈은 100억원정도, 더욱이 모아놓은 재해대책기금은 한푼도 없다고 한다.
정부의 증액교부금이나 국고 특별지원이 없다면 빚까지 내야할 판국이다. 이미 지방채를 수백억원 발행한 무주와 남원의 사정은 오죽하랴.
재해위험을 완충·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3년간 집중호우와 작년의 폭설 및 가뭄 등 이상 기상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재해피해는 빈번하고, 규모도 클 것으로 쉽게 전망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자연재해의 사전예방대책은 아직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 예전에도 그렇듯이 정부는 재해대책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고 예비비에서 집행하고 정치적인 분위기에 따라 결정한다. 아직까지도 WTO규정에서 인정하는 농업재해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년 재해가 다시 오기전에 정부는 OECD에 들어간 나라답게 자연재해의 위험을 흡수·완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더 이상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않게 판단하고 보다 근본적인 재해대책이 나왔으면 한다. "한 두 번도 아니고 … 이렇게는 농사 못 짓는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말이다.
/소순열(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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