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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행정논리에 묻혀버린 주민권익

 

 

무주군 편입(본보 5일자 1.3면 보도)을 요구하고 있는 충남 금산군 방우리마을을 찾아가던중 길에서 만난 농원마을 할아버지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부리면사무소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는 몸으로 10리를 걸어나가 두번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22㎞의 먼 여정을 다녀오는 할아버지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

 

그는 “오늘은 다행히 운이 좋아 차를 얻어 탔지만 평시에는 자갈길 10리를 걸어서 오가야 한다”고 설명하며 “언제까지 이런 불편속에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장 댁에서 홀로 집을 지키고 있던 팔순 노모도 주민들이 행정구역 변경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주민들 모두 무주군으로 가기 원하는데 쉽지 않는 모양’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실 금산군 방우리 주민중 무주군 편입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어려서부터 무주 시장을 오가며 살았고 무주로 학교를 다니며 무주친구를 사귀었고 무주 사람들과 사돈을 맺고 살아와 무주가 생활의 터전이 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면소재지인 부리면에 가면 아는 사람도 없고 모든 것이 낯설다. 학교나 혈연 등 공통점이 거의 없고 무주를 거치지 않고는 마을에서 직접 연결되는 도로도 없어 평소 교류가 끊겨있다. 오지라는 이유로 그동안 개발에서도 소외돼 생활여건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주민들은 당연히 오래전부터 행정구역을 무주군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해 왔고 지난 2000년에는 충남과 전북에 청원서까지 접수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염원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허공의 메아리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원칙적으로는 행정구역 변경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를 원천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당사자 양방의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 광역자치단체와 광역의회의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지만 소속 자치단체에서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편익 보다는 인구와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행정기관의 이기주의가 우선 작용하는 것.

 

그러나 언제까지나 행정의 논리에 밀려 주민들의 생활편익이 무시될 수는 없다. 행정은 주민들에게 어두운 곳을 밝혀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막힌 곳을 뚫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민에 대한 봉사와 서비스를 최상의 가치로 삼아야 하며 더이상 주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주민의 ‘무한고통’을 요구하는 현행 지방자치법은 주민의 뜻을 우선할 수 있도록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이성원(본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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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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