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편집국장
부안 방폐장 사태를 놓고 핵반대대책위와 정부측이 네달째 서로 흰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다. 핵대책위는 주민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방폐장을 부안에 유치한다는 건 언감생심 아침 해장거리도 안된다'는 식이고 정부측은 '자치단체가 신청한 국책사업이 혹세무민하는 반대논리에 치여 거둬들여진다면 앞으로 어느 곳에도 방폐장이 들어설 수 없을 것'이라며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방폐장 유치가 신청된 지난 7월 이후 '생거부안'(生居夫安)이라던 부안은 반목과 갈등이 뒤범벅이 돼 황량한 곳이 돼 버렸다.
生居夫安이 흰눈에 쌍심지
거리와 간선도로에는 정부와 김종규 부안군수를 규탄하는 깃발과 방폐장 백지화를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나부끼고 있다. 주민들은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고 장사가 안돼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행정 역시 마비상태다. 부안군의회는 방폐장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불참으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내년 예산심의와 각종 조례, 현안들을 처리하지 못할 지경에 빠졌다.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부안은 지금 경찰병력 8천여명이 투입돼 공권력에 의해 가까스로 질서가 유지되는 상황이 다.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정부와 반대대책위측 간의 지난 대화모임에 한가닥 기대를 걸었지만 이 기구 역시 주민투표 시기에 대한 입장차이로 파국을 맞고 말아 아쉬움을 남겼다. 주민투표라는 방법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연내 실시'와 '총선후 실시'의 갭을 좁히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노무현 대통령과 국무총리실, 전북도와 부안군, 핵반대대책위, 위도발전협의회 등 이해관련 주체들 사이에서는 주민투표 시기를 놓고 제각각 다양한 견해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서 주민투표 시기와 결부된 '조건'에 주목하면서 일괄타협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찬반 토론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상황이라면 주민투표 시기는 상당히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게 정부측 입장이기 때문에 그같은 환경을 조성하면서 시기를 최병모 민변회장이 제시한 1∼2월쯤으로 앞당기는 문제를 고려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반대대책위는 집회를 자제하고 정부는 경찰을 철수하는 대국민 약속을 하는 게 한 방법일 것이다.
'연내실시' 주장은 정부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홍보에 나설 경우 주민들이 현혹돼 찬성으로 돌아설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당장 뚜껑을 열어보자는 배경을 깔고 있고, '총선후 실시' 주장은 정치적 휘둘림을 최소화하고 방폐장에 대해 홍보할 시간적 여유도 갖자는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찬성으로 돌아선다'거나 '정치적으로 휘둘린다'는 등의 양측의 이런 배경들은 뒤집어 보면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미 들어날대로 다 들어난 현안들이어서 어떤 이벤트 때문에 유불리의 영향이 극대화되거나 극소화되는 사안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마치 내연된 악재와 호재가 증시에 다 반영된 경우처럼.
방폐장 대타협의 해법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을 만큼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주민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주민과 직접 만나겠다는 것은 노 대통령 자신이 약속한 사안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엔 내 울타리 안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접근방식 때문에 망친 일이 너무나도 많을 걸 보게 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부안 방폐장 사태에 대한 대타협의 해법이 실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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