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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특정시는 지방분권 실현

조상진 정치부장

 

전주시내를 지나다 보면 '54년만의 경사, 전주시가 준광역시로 태어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띤다. 아래에는 '50만이상 대도시 특례인정 근거법 국회통과'라고 부기(附記)되어 있다.

 

지난 연말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것을 자축(自祝)하기 위해 전주시에서 내건 것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준광역시나 특정시는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들 도시가 도(道)와 분리, 운영되는 것은 바람직 하지 못하다는 시각에서다. 이와 함께 전주시를 제외한 13개 시군 역시 썩 환영하는 눈치는 아니다. 전주시가 행·재정적으로 독립될 경우 시군이 공동화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란은 왜 일어날까.

 

우선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그동안의 과정을 살펴보자. 이번에 신설된 '지방자치법 제161조의2'는 "서울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관계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특례를 둘수 있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특례에 해당하는 것이 이른바 특정시다.

 

아다시피 우리나라 행정계층은 1백만명 이상을 광역시로, 그 이하를 일반시로 하고 있다. 일반시는 인구 1백만명이나 인구 10만명이나 사무, 조직, 재정 등에 있어 별다른 차이가 없는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50만 이상 대도시는 교통 주택 등 광역적 행정수요가 있느니만큼 달리 대접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자치단체가 수원 성남 고양 부천 안산 전주 청주 안양 포항 등 11개 도시다.

 

이들 도시들은 지난해 4월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이어 특정시 지정을 위한 국회 설득작업과 논리를 개발해왔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이뤄지려면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양뿐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의 일부 권한도 기초자치단체에 넘기는 조치가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특정시 명문화를 요구했으나 국회는 '특정시'라는 명칭은 삭제하고 특례만을 인정해 주었다.

 

그러면 왜 특례가 인정되어야 할까.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말 기준으로 인구가 63만명인 전주시는 공무원이 1천7백31명에 재정규모가 5천3백71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인구가 21만명으로 전주시의 1/3에 불과한 충주시는 공무원 1천1백54명에 재정규모 3천3백88억원이었다. 공무원 1인당 주민수를 비교해 보면 충주시가 186명인데 반해 전주시는 359명으로 2배가량이다. 그만큼 행정서비스의 질이 뒤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한가지만 더 보자. 도청 경찰청 등 행정타운이 들어서는 전주 서부신시가지 개발의 경우 행정절차를 밟는데만 49개월이 걸렸다. 또 5백세대 이상 공동주택 승인권이 없어 계획적인 도시개발이 어려워 행정이 비효율적이라는게 전주시의 주장이다.

 

이같은 특정시 개념은 일본의 지정시(指定市)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은 1956년에 이 제도를 도입, 현재 13개의 지정시가 있다. 일본도 지방자치법에서 지정시를 50만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 승격기준은 인규규모 1백만명 이상에 인구밀도 2천명/㎢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와 해당 도시가 의견을 수렴해 중앙정부에 요청을 해야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보다 약 50년을 앞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위임하는 분권이 지정시제도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도 없지 않은듯 하다. 인구 350만명의 요코하마 등 5대 도시의 경우 현내 인구비율이 30-55%를 차지하면서 광역단체인 현(縣)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윈-윈(상생)으로 갈수는 없을 것인가. 앞으로 특정시문제는 지방공무원법 지방재정법 등 10여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조직만 커진다든지, 가뜩이나 취약한 도세의 위축이나 자치단체간 빈부 현상이 심화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모처럼 아래로 부터 자발적으로 일어난 지방분권 요구가 실현되길 바란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한단계 성숙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조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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