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데스크窓]여성단체는 무엇으로 사는가

허명숙 편집부국장

 

지난달 26일 전북여성발전연구원이 마련한 전북지역 여성단체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장에서 또다시 이 고민에 빠졌다. 이 사안을 가장 고민해야 할 당사자들인 전북도 단위의 여성단체 관련자들은 보이지 않고, 시 군지역에서 동원된 여성들 50여명 정도만 자리한 것을 보면서 과연 전북지역 여성단체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여성단체가 여성 지위 향상과 여성 발전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여성단체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완수하기 위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해왔다.

 

그러나 전북지역 여성단체는 정체성 부터 논란이 돼 왔다. 올해 전북여성단체협의회에 바르게살기운동 전라북도여성협의회와 전라북도재향군인여성회가 신규로 가입하면서 여성단체의 정체성 문제는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동안 전북여성단체협의회에 가입된 원불교여성회와 참교육학부모회 걸스카우트 전몰군경미망인회 등 도단위의 여성단체를 비롯해 전주여성발전협의회에 가입된 동화읽는 어른들의 모임, 생활개선회, 새마을부녀회, 자연사랑회, 시민자원봉사단 등 단체들이 목적과 성격상 여성단체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현재 도내에는 여성들로 구성된 명목상의 여성단체가 전북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한 가입 18개 단체, 전북여성단체연합과 가입 12개 단체, 전북YWCA협의회의 4개 단체, 각 시군에 도단위 지부형식의 단체들과 개별 독립단체 등 1백78개에 이른다. 그야말로 직능별 친목 종교 운동 사회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는 여성단체를 ‘남녀평등의 촉진,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및 복지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창립된 법인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단체를 말한다’고 규정해 두었다. 여성단체는 사업 목적, 성인지적 관점에서 남녀평등의 실현과 여성문제 해결, 여성의 사회참여, 여성복지 증진 등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걸맞는 전북지역 여성단체는 몇 개나 있을까. 전북여성발전연구원 이윤애 연구원의 보고서는 전북지역 여성단체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도내 여성단체 대부분 소년소녀가장 돕기 및 독거노인세대 김장 담아주기, 불우이웃 돕기 등 봉사활동과 시군 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지역축제에 참여하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조사대상 2백3개 여성단체의 과반수 이상 1년 예산이 1천만원 이하며, 그나마 회비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사업공모를 통한 공익재단 보조금이나 기업후원금을 통한 재원조달은 극히 미미했다. 회원 또한 50명이하 단체가 43.3%나 되니 소모임과 별반 다를바 없다. 더욱 문제는 단체장의 장기 집권에 있다. 6년 이상 단체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34명(40.4%)이나 된다. 10년 이상도 12명이나 되고, 회장만 41년 또는 30년 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한 사람이 장기 집권함으로써 조직이 침체되는데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문화 지체 현상마저 빚고 있다. 연간사업을 계획하고 결정하는 과정도 단체장과 사무국에서 또는 단체장 단독으로 결정(20.7%)했다.

 

여성단체장들 조차 이처럼 허약한 구조과 빈약한 재정상황에서 도내 여성단체에 너무 기대를 하지 말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현재는 더 성장해야 할 시기이므로 언론에서도 지적을 하지 말고 무조건 잘 했다고 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실제 많은 여성단체장들이 약간의 비판에도 못 견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로는 자생력을 키우는 일이 요원하다.

 

전북여성발전연구원의 박재규 연구원이 2002년 전라북도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는, 응답자의 80% 정도가 전북지역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여성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도민들이 여성단체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 것이 여성단체가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명숙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전북도, 산업 맞춤 인재 키워 고용위기 넘는다

정치일반분산된 전북 환경정책…통합 기후·에너지 지원조직 필요성 제기

전주전주시, 생활밀착형 인프라 강화한다

기획[2025년 하반기 전주시의회 의정 결산] “시민과 함께 전주의 미래 준비하는 의회 구현”

경제일반[주간 증시 전망]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에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