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 정치부장
조크 하나. 어떤 마을에 변호사가 한 명 있었다. 그는 가난했는데 다른 변호사가 이 마을에 이사오자 둘은 모두 부자가 됐다. 마을 사람들은 송사에 휘말려 거지가 됐고 변호사만 돈을 번 것이다.
조크 둘. 변호사들이 자주 가는 식당에 괴한들이 들이닥쳐 변호사들을 인질로 잡았다. 인질범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한시간에 변호사 한 명씩을 석방하겠다고 위협했다. 살아있는 변호사들이 골치덩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조크는 변호사 천국이라는 미국 얘기다. 미국은 인구 1만명당 변호사 수가 30명이 넘는다. 그래서 미국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면 앰블런스보다 변호사가 먼저 현장에 도착한다는 우스개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로 화제를 돌리면 달라진다. 우리네 변호사수는 인구 1만명당 1명을 겨우 넘겼다. 그것도 지난해 부터의 일이다. 변호사 6천명 시대를 맞아 일감이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아직도 변호사는 고수익 전문직으로 분류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변호사는 매력이 많다. 미국은 현직인 부시대통령이 변호사이고 이에 도전하는 켈리후보도 변호사다. 미국 국회의원중 가장 많은 직업이 변호사다. 우리도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고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변호사다. 그만큼 자유직업인으로서 폭넓게 활동할 수 있다. 나아가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물론 해마다 1천명의 사법연수원생이 쏟아지다 보니 희소가치가 옛만큼은 못하게 되었다. 사무실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태반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도내의 경우 변호사 수는 1백명이 채 안된다. 인구 대비로 보면 2만명당 1명꼴이다. 사법서비스도 그만큼 '소외'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때에 광주고법 전주지부 유치는 변호사업계가 오랜 가뭄끝에 단비를 만난 격이다. 대법원은 지난 9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고 전주와 청주에 고등법원 지부를 설치키로 했다. 전주는 2006년에, 청주는 2008년에 각각 고법지부를 설치키로 한 것이다. 1970년 중앙사법제도개선심의위가 '고법지부 설치'를 대법원에 건의한 것부터 따지면 34년만의 일이다. 실로 감격적인 쾌거다.
그동안 변호사회를 중심으로 상공업계 시민사회단체 학계 언론 등이 발벗고 나섰다. 국회청원이며, 범도민서명운동 등 한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참여정부 들어 이 지역 정치권 인사들에게 힘이 실리면서 큰 도움도 받았다. 사실 '전주고법'은 몰라도 '광주고법 전주지부'는 진작 설치했어야 했다. 그것은 2003년도 광주고법 항소건수만을 봐도 금방 알수 있다. 전체 항소건수 가운데 40.1%가 전주지법관내 사건이다. 우리나라 사법부의 수뇌들이 얼마나 둔감한가를 말해준다.
어쨌든 이제 전주지부에는 2년안에 2개의 재판부와 고검검사 등이 배치되는 등 사법수요가 크게 늘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도민들은 '원거리 송사'로 인한 시간적 금전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가장 큰 수혜자는 아무래도 변호사업계가 아닐까 한다. 수임료 등 변호사 비용만 연간 40-50억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도내 변호사업계는 지역에 대한 봉사측면에서 스스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변호사들 중에는 헌신적으로 지역에 봉사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는 '법률 상인(商人)'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법률시장이 넓어지고 수혜가 커지는 만큼 소외된 이웃을 따뜻이 껴안아 주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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