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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싸잡아 비난하기'의 무책임성

우리 국민은 의회를 가장 부패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국제투명성기구의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국회 소리만 들어도 짜증을 내는 국민이 많고 언론도 17대 국회 역시 이전과 전혀 다름없다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요즘 국회를 보면 모두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모두 싸잡아 비난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구체적으로 비판해야지 싸잡아 비난하면 그 속에서 덕을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악한 쪽이 아닐까?

 

예전의 대선자금이나 정치자금 비리에 관해서도 그랬다. 몇 십억이나 몇 천억이나 같은 비리이기 때문에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고 하면 누가 몇 십억만 챙기겠는가? 어차피 비리 세력으로 똑같은 취급을 당할 것이 뻔한데 같은 값이면 더 큰 비리에 유혹되지 않겠는가?

 

몇 천억에서 몇 십억으로의 진보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물론 비리 자체를 옹호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비리나 잘못에 대한 지나친 이상주의적 접근으로 우리 현실을 무시한 채 너무 완벽한 무결점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비리를 점점 줄여 나가는 것을 막는 쪽으로 작용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전부가 아니면 전무를 택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든 사회 문제든 한술 밥에 배부를 순 없다. 모든 진보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언제나 판단은 우리의 현실과 역사의 흐름과 시대정신에 대한 냉정한 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저 완벽주의적인 결벽증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을 억지로 적용해 보자. 악화와 양화를 같게 취급하면 결국 양화마저 악화로 타락하게 만들 위험성이 생기고 그 결과, 악화는 원래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 타격이 없지만 양화는 깨끗함이 생명이기 때문에 결국 양화만 도태되고 마는 결과가 올 수 있다.

 

선거판에서도 싸잡아 비난하기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그놈이 그놈인데 투표는 뭐 하러 하냐는 심리가 그것인데 결국 그로 인해 덕 보는 사람은 최악인 사람이다. 결국 한 번에 전부 이루지 못하면 전면부정이라는 방식은 자기만 깨끗한 척하나 실은 사회 전체를 최악으로 몰아가는 최악의 선택인 것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차선이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택할 수 있어야 최악을 피할 수 있다.

 

내가 아는 국회의원 중에도 정말 훌륭한 분들이 있다. 밤잠안자고 공부해서 성실히 국정감사를 수행하고, 국가적 안목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지역민의 목소리에 충실히 귀 기울여 지역 현안도 잘 챙기고 부정과 비리에는 연루되지 않은 능력과 청렴을 겸비한 그런 분들 말이다.

 

그러나 다 썩었다는 말은 이런 훌륭한 또는 괜찮은 국회의원마저 모두 손가락질 받을 정치인으로 싸잡아 매도하게 되어 결국 우리 정치를 조금이라도 나은 쪽으로 이끌지 못한 채 악화만 당당하게 활개 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잘못한 것은 그 지점을 정확히 지적하여 비판하고 잘한 것은 잘한 대로 가려 칭찬할 일이다. 조금이라도 나으면 나은 것이다. 조금 나은 것을 자꾸 칭찬하고, 가리고 골라내서 평가해주어야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노력하게 될 것 아닌가? 삶은 유치하게도 현실이다.

 

/정우식(전북청소년교육연구소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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