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 정치부장
도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동계오륜 후보지가 결정된 게 며칠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북도는 물론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항의가 불을 뿜고, 도내 정치권의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KOC 상임위 결정은 원천무효다’ ‘전북죽이기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92년에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계획’이 발표되고 곧 바로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채택된 이후 12년 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졌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번 2014년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결정이 무산되면서 무엇보다 큰 것은 도민들이 뼛속깊이 느끼는 좌절감일 것이다. 지금 전북에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허탈감만이 팽배하다.
도내 3대 현안사업으로 꼽히는 새만금의 지지부진과 함께 상처만 남긴 방폐장(원전센터)에 이어 동계오륜도 이제 물 건너가고 말았다. 아직 태권도공원에 희망을 걸어 보지만 그것도 누가 알랴.
이제 냉정히 그동안의 추진과정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중지를 모아보자.
이번 유치의 실패는 대외적으로 힘의 논리에 밀렸고 대내적으로 전략 면에서 미숙했지 않은가 한다. 돌이켜 보면 97년 동계U대회에 성공한 후, 98년 정부에 동계오륜 승인신청서를 제출할 때만해도 자신만만했었다. 전북만이 유일한 신청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 뒤 강원도가 유치경쟁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연거푸 두 번이나 뒤집기를 당하고 만 것이다. 유종근 지사는 IOC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해외로만 나돌다, 국내 결정권의 키를 쥔 KOC를 집중 공략한 강원도의 파고들기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2002년 체코 프라하에서, 2010년 개최지를 캐나다 밴쿠버로 결정하면서 강원도가 맺었던 FIS(국제스키연맹) 등 국제인맥의 손에 놀아났다. 여기에는 강원지역을 연고로 한 대기업들의 이해관계와 평창이 지역구인 노무현대통령의 오른팔 이광재 국회의원 등의 정치생명을 건 도전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결국 전북은 그들의 로비력과 정치게임에 들러리만 선 꼴이 되었다.
그리고 대내적으로 전략 미숙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은 시시각각 돌아가는 정보의 흐름에서 한참 빗겨나 있었다. KOC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FIS와 어떤 내밀한 거래가 이뤄지는지 한참 둔감했다. 2010년 강원, 2014년 전북개최라는 양 도간 합의서의 핵심은 단서조항인 ‘시설기준’에 있다.
그러나 ‘시설기준’이라는 본질은 놓아둔 채 환경 기후 등의 덫을 파놓고 몰아가는 전략에 빠져들고 말았다. 또한 KOC는 결론을 내려놓고 서둘다 보니 절차상 하자를 범했다. 그런 가운데 출처불명으로 흘러 다니는 태권도공원과의 빅딜설에 홀려 해이해진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대승적으로 승복할 것인가, 아니면 법적 투쟁 등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도민들이 보기에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깨끗이 승복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죽은 자식 불알만지기’만 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터지게 싸우고 허탈감에 빠져있는 국민들을 그대로 놔둘 것인가. 그것도 명백한 불공정 게임인데 말이다.
이제 정부가 대답할 차례다. 도민들이 폭동이라도 일으켜야 쳐다볼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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