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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물방울의 힘

지난 7일 오후 3시에 전주시 우아동사무소 문화창작실에서는 말 그대로 조촐한 전달식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재학생으로서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네 명의 학생을 선정하여 장학금을 전하는 자리였다. 장학금이라고 해봤자 일인당 각 30만원이었으니, 1기분 수업료에 해당하는 액수에 불과했다. 그래도 네 명을 합하니 120만원에 이르는 액수다.

 

이 장학금을 전달한 주체는‘물방울회’라는 선행모임이다. 회원수가 50여명에 달하는 소규모 모임으로, 이름 그대로 물방울 같은 성격의 자생단체다. 이 모임은 애초 십여 명의 지인들이 1992년부터 작은 선행이라도 손수 실천하자는 목적으로 결성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매달 자신의 용돈에서 2천 원씩을 모아서,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위로의 물방울이 되자는 초발심을 십년 이상 유지해 오고 있다.

 

이미 13차례에 걸쳐, 40여명의 학생들에게, 대략 1,200여만 원에 이르는 액수가 지급되었다. 금액으로 치자면 바다에 떨어진 물방울 하나같은 정도겠지만, 그 회원들의 구성원을 보면 거액에 해당한다.‘물방울’들은 대부분 수입능력이 없는 6,7,80대 노인들, 신심단체의 봉사자들, 소규모 영세업자들과 어린이를 포함한 그의 가족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살기가 어렵다며 모두가 힘들어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는 더욱 강해지는가 보다. 보도에 의하면, 사회단체가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데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거액의 소수 기부자보다는, 소액을 쾌척하는 다수의 소시민들 - 물방울 선심이 큰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두미화원이 동전을 모아서 17만원을 성금으로 내놓는다거나, 기초생활보호자가 재활용품을 팔아 120만원을 남모르게 내놓는 등, 형편이 넉넉지 못한 사람일수록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실천적 사랑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고슴도치 신드롬’은 인간관계의 적정선에 관한 쇼펜하우어의 비유다. 고슴도치들이 서로의 몸을 기대며 추위를 이기고자 하나 가까이 하면 할수록 가시에 찔리는 아픔도 크다. 추위도 이기면서 가시에 찔리는 아픔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거리가 인간관계의 적정선일까? 물방울회 한 회원이 결코 넉넉지 않은 장학금을 쥐어주면서 <물방울의 노래> 라는 제목으로 낭송한 시의 일부가 그 해답을 말해주는 듯하였다.

 

(전략)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혼자이지만/ 물방울은 뜻만 모여도 힘이 되는 결정입니다/ 저들끼리 모여 근심의 태산을 옮기기도 하고/ 저들끼리 모여 인정의 물길을 만들기도 하고/ 저들끼리 모여 마음의 오솔길을 열기도 하는/ 물방울의 세계는 생명의 공동체입니다// 물방울은 하나이면서 전체인 세계의 빛입니다/ 물방울은 하나이면서 모두인 세상의 뜻입니다/ 물방울은 하나이면서 전부인 사람의 길입니다.//

 

/이동희(시인)

 

이동희 李東熙 시인은『心象』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조선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전주대사범대겸임교수와 전북시인협회장, 표현문학회장을 역임하였다. 시집에 <빛더듬이> <사랑도 지나치면 죄가 되는가> <은행나무 등불> 과 <숨쉬는 문화 숨죽인> 와 <문학의 즐거움 삶의 슬기로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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