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 농부ㆍ전주라인 대표
한 사람이 죽었다. 70평생을 살아 온 마을 앞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자동차에 깔려 죽었다. 원래 이 길은 소 구루마가 다니고 경운기가 다니던 정겨운 농로였는데 4차선 도로로 바뀐 뒤 주민 몇 사람을 병신으로 만들더니 급기야 죽이기까지 한 것이다.
바야흐로 전 국토가 갈가리 찢기고 농토는 뭉개지고 그 위로 죽음의 잿빛 콘크리트들이 덮이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도로는 개통하기가 무섭게 차량들로 가득 차버린다.
대한민국의 국체는 성장과 건설이다. 국호도 바꿔야 할 판이다. ‘대한토목건설 공화국’이 제격이다. 공화국이라 하기에도 낯 뜨겁다. 공사가 끊일 날이 없다. 오늘 신문에는 내가 사는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에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기사가 났다. 오래전부터 용진면 석산개발로 몸살은 앓고 있는 완주군이 또 일을 저지르나보다.
완주군 뿐이 아니다. 진안군도 운일암 반일암에 골프장은 유치한다고 한다. 오는 21일 기공식을 하는 경주마 목장 건설로 장수군은 육십령 일대를 다 파헤치고 있으며 무주군은 태권도 공원 유치로 들떠있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임을 내세워 갖은 축제로 도시민 호객행위를 하는 무.진.장 지역은 다른 한편으로 청정지역을 파괴하는 개발에도 열심이니 뭐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덕분에 백두대간 보호법은 여태 표류중이다.
단언하건데 강현욱지사 체제 이후에 노골화 되어 온 ‘개발’과 ‘성장’이라는 미신이 전라북도를 뒤덮고 있다. ‘강한전북 일등도민’은 경쟁의 논리요 시장의 논리다. 경쟁의 기재는 기본적으로 두려움과 불신이다. 불신과 두려움으로 일궈 낼 미래는 없다.
실직하지는 않을까. 굶지는 않을까. 노후가 안전할까. 병들면 제대로 치료는 받을까. 한데 잠을 자는 일은 없을까. 내 호주머니 외에 믿을 게 아무것도 없다. 지역홀대 당했다 등등.
강한 것은 차고 딱딱하다. 차고 딱딱한 것은 죽은 것이다. 생명체는 따뜻하고 부드럽다.
우리에게 경제성장은 사회발전의 공통된 믿음으로 되어있다. 이를 철저히 부정한 경제학자 ?더그러스 러미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타이타닉 현실주의라고 경제성장을 비판했다. 침몰을 통해서만 겨우 무한 질주를 그치게 되는 타이타닉의 비극은 멀리 있지 않다. 놀랍게도 저자는 지금이 100년 전보다 절대빈곤이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들추어내고 있다.
오늘자 같은 신문에는 재미있는 기사가 또 하나 있었다. 전라북도가 새 도청 청사에 사무집기를 모두 새것으로 들여 놓는다는 기사였다. 사용연한이 남은 책걸상 등 사무집기를 17억이나 들여 다 바꾼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성장과 개발로 아무리 파이가 커져도 나누어지는 조각은 절대 커지는 법이 없다. 이는 만고의 진리다. 자본이 지배하고 그 주변세력과 종속집단이 판치는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실패한 정치가 김구선생의 목소리가 새삼 그립다. ‘부강한 나라가 싫다. 문화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백범일지를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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