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 정치부장
한나라당의‘호남껴안기’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해 유신피해에 대해 사과한데 이어 DJ의 생가방문, 의원과 당직자들의 대대적인 광주 망월동 방문 등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의원연찬회를 구례에서 갖는가 하면 계파별 모임에서 여수 목포 등 기초자치단체까지 파고 들어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고 지역현안을 청취했다. 나아가 광주시와 당정간담회를 가져 지역현안에 대한 예산및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당차원의 지역화합·발전특위를 출범시켰고 그 이후 홍보대사 자임, 제2의 지역구갖기 운동등 전방위적으로 호남 구애(求愛)에 나선 느낌이다.
그리고 어제는 전북에서도 그같은 행사를 가졌다.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국회의원들이 도청을 방문, 정책간담회를 갖고 예산지원 등을 협의했다. 전북의 최대 역점사업인 새만금 현장도 방문했다.
한나라당과 정책협의라? 예전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한나라당 지도부가 오지 못하고 규모도 당초 알려진 것보다 작았지만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전북도를 찾아와 챙긴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그들이 집권을 염두에 둔 속보이는 행위일지라도 두손들어 환영할만 하다. 그것은 곧 한국 정치사의 발전이요 진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나라당의 호남행보는 계속되리라 믿고 몇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한나라당은 그동안 호남을 핍박한데 대해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호남인들에게 한나라당은 박정희 전두환 등으로 이어지는 좋지 않은 기억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불균형성장론이 호남의 피폐화를 가져왔고 지역감정을 일으켜 호남을 고립시켰지 않았던가. 5·18 광주학살로 500여명이 넘는 호남사람을 학살했고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동안 호남차별의 진원지 역할을 해왔다. 한나라당 스스로 ‘호남에 빚을 졌다’는 평가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음으로 전북은 광주 전남과 정서가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전북은 그동안 전남과 동병상련의 상처를 갖고 한타래로 움직여 왔다. 하지만 지금은 지난 총선이후 ‘전북소외론’이 심화되면서 민심이반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국회의원 지역구 11개를 싹 몰아줘도, 전국 16개 시도중 유일한 광역단체장을 가졌어도, 노무현 정부가 전북에 해준 것이 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남몫은 모두 광주 전남으로 떨어지고 그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열린우리당과 거리가 벌어지고 그렇다고 쇠잔한 민주당을 지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말하자면 틈새시장이 생겼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어떻게 전북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 먼저 중앙당에서 호남차별과 관련된 인물을 청산해야 한다. 그리고 호남을 대변할만한 인물을 발탁하거나 키워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시도하려 했던 비례대표 몇자리를 호남몫으로 배려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다리역할을 하면서 지역과 연계토록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인 것은 꾸준한 접근이다. 당직회의, 당정협의, 세미나, 이벤트 등을 진정성을 가지고 이 지역에서 계속할 때 전북의 민심은 서서히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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