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23:55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벽메아리
일반기사

[새벽메아리] 더 이상 파헤치지 마라

지난 8월31일 법원집행관을 앞세운 포크레인과 대형트럭이 완주군 용진면 봉서골 서방산 자락 진입에 성공했다. 석산개발 업자는 집요했고 마을 사람들은 우직했다.

 

그러나 석산업자의 진입시도에 맞서 468일 동안 농성장을 지켜온 주민들의 굳센 의지도 경찰병력과 집달리의 공권력 앞에 무기력했다. 할머니들의 울부짖음과 고함은 땀에 절어 버텨온 삶의 고단함만큼이나 처연했다. 작전을 지시하는 무전기 소리가 뒤엉키면서 할머니들은 하나 둘씩 끌려나왔고, 나는 차마 고개를 들어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복구는 선택?

 

대부분의 채석장은 노천채석이고 복구가 불가능한 수직 절개로 개발한다. 허가관청에서는 계단식 개발을 유도하여 복구를 쉽게 한다고 하지만 한번 허가를 받으면 이런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채석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어 이윤을 남기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채석 허가 시 납부하는 복구 예치금도 복구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복구가 가능하다고 하는 석산 개발지라 해도 예치금의 4~5배 정도는 들어가야 한다. 그나마 복원 공사를 한다는 곳도 복구를 핑계로 채석이나 토사를 채취해 물의를 빚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분진, 소음, 진동, 수질 오염, 교통, 주변 생태계의 변화는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고 농작물 생육에 피해를 준다.

주민들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이에 대한 최소한의 방지 대책이 환경영향평가 제도인데 상당수의 채석장은 한도 면적으로 채석허가를 받은 후 연장허가를 받는 식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가고 있다. 아예 유령회사를 만들어 인근에 신규 허가를 받기도 한다. 이처럼 석산개발은 투명하지 못한 행정과 성장만을 옹호하는 제도와 석산업자들의 탈법으로 인해 난개발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저항은 님비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 주장이자 지역공동체를 지키려는 주민운동이다. 사회적 약자일 수 있는 농민들에게 산업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전가시키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여러 방법의 채석을 하고 있다. 땅은 파고 들어가 내부를 채석하는 방법이 있으며, 일부지역을 채석하고 바로 옆 부분의 토양을 채석한 곳으로 옮기고 다시 채석한다. 이렇게 되면 주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노천 채석의 경우 충분한 입지 선정과정을 통해 부지를 선정하고 채석 이후에는 철저한 복구를 통해 생태적으로 복원하거나 암벽 등반장, 조각 공원 등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아니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다.

 

봉쇄를 뚫고 포크레인과 트럭이 들어가자 집달관이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사무실로 쓰일 컨테이너가 자리를 잡자 경찰병력이 철수하고 개발업자도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망연자실, 울음을 터트리던 할머니들은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컵라면 하나로 저녁을 때우고 주섬주섬 다시 농성 채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푸르스름한 어둠이 내리고, 서방산이 세월의 무게에 활처럼 굽은 그녀들의 작은 어깨를 묵묵히 감싸고 있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