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4년전 선거에 승리, 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으로 활동해온 현역들은 “아니 벌써…”하는 아쉬움이 클 듯 싶다. 세월은 화살같고, 할 일은 많았다. 그러나 5.31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있게 내놓을 실적 때문에 고민하는 인물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4년전 고배를 마시고 와신상담, 결전의 날을 고대해 온 입지자들은 “드디어…”하며 잔뜩 벼르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새롭다. 또 이번 선거에서 첫 발을 내딛는 입지자들은 뛰는 가슴을 가다듬고 있을 것이다. 난생 처음 유권자 심판을 받으러 가는 두려움도 크지 않을까.
요즘 이런 기분에 빠져 있는 사람이 도내에만 10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준비하는 일부 입지자들은 남모를 고민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이른바 학력 두려움이다. 물론 개의치 않는 입지자도 많지만,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의원 유급제가 도입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소위 전문성과 실력이 중시되고, 그에 덩달아 학력도 체크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초·중·고 학력이 많은 기초의원 후보군에서 학력 고민이 심한 것 같다.
유형도 여러가지다. 한 입지자는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심판을 받고 싶다”며 “그러나 선거 공보에 미천한 학력을 써 넣었다가 괜히 사춘기 아이들 사기를 꺾을까 두려워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입지자는 처음 고졸학력이라고 말했다가 나중에 전화를 걸어와 ‘OO대학교 중퇴’로 보도해 줄 것을 바란다. 비록 중퇴라는 부정적 꼬리표가 붙더라도 ‘대학교’라는 학력을 유권자에게 내보이고 싶은 것이다. 또 다른 입지자는 60대임에도 지방대학에 재학중임을 유독 강조한다. 그는 “기초의원도 이제 전문적 식견이 요구되는 만큼 ‘배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많은 입지자들이 각종 교육기관의 ‘수료’를 꼼꼼이 챙긴다. 비록 ‘수료’지만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온 증표이고, 실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 입지자들의 학력에 대한 고민에는 개인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학력, 그러니까 가방끈 짧은 것이 선거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남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도 결국 “낮은 학력이 자녀에게 부끄럽다”는 입지자의 변에서는 아쉽게도 미리부터 전의가 상실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남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중퇴 학력이지만, 대학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내세우는 후보에게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함이 엿보인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와 달리 학력 부분이 한 몫 단단히 할 가능성이 많아졌다. 지방의원 유급제 때문이다. 게다가 소위 지방의원 연봉이 부단체장급으로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이제는 ‘마당발’보다는 ‘실력있는 인물’을 의원으로 뽑아야 한다는 여론도 강한 상황이다.
진부한 학력 논란은 생산적이지 않다. 대학은 물론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 중에서도 무능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방 공직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얼마나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지역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천할 의지가 있느냐, 그럴만한 능력을 갖췄느냐다. 거기에 도덕성과 청렴성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공직 후보로서의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을 없애는 힘이라고 한다. 학력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유권자들은 후보의 학력을 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 정도와 도덕성, 성실성, 청렴도에 훨씬 많은 비중을 두고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본보가 지난 6일부터 기초의원 후보군 알리기에 적극 나선데에는 후보의 표면적 프로필에 급급하지 말고 내면을 미리 판단하라는 유권자에 대한 주문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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