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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작은 플래카드의 주인공은 - 함한희

함한희(전북대 문화인류학)

요즈음 거리를 거닐다보면 곳곳에 대형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얼마나 큰지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예 건물 전면을 뒤덮고 있는 홍보물도 있다. 지방 선거전이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평소 무관심한 유권자들도 대형화된 플래카드 덕분에 출사표를 던진 우리 고장 후보자들의 면면을 쉽게 알게 되는 좋은 면도 있다.

 

그러나 왠지 도를 넘어선 대형화된 홍보물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선전물로써 크기가 클수록 좋다는 생각보다는 지나친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저만한 홍보물을 만들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고, 또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서도 만만치 않은 노력이 들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저마다 크기경쟁에 돌입한 후보자들의 마음 씀씀이가 조금은 걱정이 된다. 바로 자기의 선전을 위해서라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 태도가 문제이다.

 

이러한 무한크기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즈음 당사자들에게 자중하라고 하거나, 규격을 줄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늦은 일은 아니다. 선거라고 하는 마지막 심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의 입장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적극적인 선전을 하기 위해서 대형홍보물 제작이 최선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크기나 외형을 중시하는 후보자들과는 달리, 여러 가지 척도로 후보자들의 역량과 자질을 평가하는 일은 바로 시민들의 몫이다. 선택의 공은 이제 우리에게로 넘어왔다.

 

조선시대에는 끝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욕심과 과시의 행태를 규제하는 갖가지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일정한 규격 이하의 집에서 살아야했고, 옷과 음식의 사치도 규제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거꾸로 해석해서 전제왕권의 전횡이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제도를 이용한 정치가들도 있었지만, 실은 지나치게 벌어지는 계층간의 격차를 줄여서 가난한 사람들의 불만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뜻이 먼저였다. 국가경영책의 묘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국가가 제어하지 못한 욕망과 과시 경쟁을 시민들이 심판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제일 작은 플래카드를 내건 후보가 누구인지. 그 후보는 크기 무한 경쟁에서 특별한 정치철학을 가진 의연한 사람이거나 대형홍보물을 제작할 비용도 없는 청렴한 숨은 인재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다.

 

/함한희(전북대 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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