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기자
영화제 자체는 또 한편의 영화다. 그것도 ‘생방송’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다.
영화제에는 총감독(집행위원장)과 시나리오(행사 프로그램)가 있고, 관객이 배우로 등장한다. 그 자체 영화의 3요소를 모두 갖춘 셈이다. 영화제를 꾸려가기에 따라 100만 관객을 동원할 수도 있고, 길이 남을 명작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해 벌써 중반을 지났다. 지난해보다 매진작품도 늘고, 예매율도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별 사고 없이 차분하고 무난하게 진행되는 것에 영화제 사무국도 만족해 하는 것 같다. 7회에 걸친 집행부의 노하우와 성숙한 관람문화가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분한 영화제’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어울리지도, 어울려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정상에 서 있는 영화제에서나 차분함이 필요하다. 전주영화제는 이제 걸음를 시작했으며,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많은 실험과 도전, 새로운 활력이 전주영화제에 필요한 양분들이다.
실제 올 전주영화제에는 관객을 확 사로잡을 ‘무엇’이 빠졌다. 영화제를 왜 여는가. 영화만 보기 위해서라면 굳이 영화제가 필요없다. 주말이면 몇 십편씩 개봉영화가 쏟아지고, 인터넷과 비디오 가게에 가면 얼마든지 안 본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제에서 개봉되지 않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매력은 몇몇 영화 마니아나 전문가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한국에 개봉되지 않는 소비에트 영화를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접할 수 있는 것도 물론 좋다. 인도의 유명 감독 회고전이나 재일교포가 만든 영화도 좋다. 디지털 3인3색이라는 독특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전주영화제의 색깔을 입힌 것도 좋다.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작품에 시비를 거는 게 아니다. 좋은 영화나 영화제 색깔을 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는 것은 영화제에서 기본이다. 문제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과연 지역민과 지역 관객들의 입장에 서 있느냐다. 영화제 주최 및 주관측은 올 전주영화제를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사용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발표하기는 했다.
지역 관객들은 영화 말고 영화제에서만의 별미를 원한다. 영화계 스타들을 영화제때 스크린 밖에서 만나고, 영화제 기간 특별한 이벤트를 즐기고 싶어한다.
영화제를 끌어가는 힘은 스타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계 스타가 없다. 개막식때와 야외작품 상영때, 출연 작품 상영때 몇몇 영화 배우들이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이 마련됐거나 예정돼 있기는 하다. 그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며, 내용면에서도 대부분 의례적 인사치레에 그치고 있다.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스타급 배우가 몇몇 찾았으나, 그마저 개막식장이 한정된 실내공간이어서 일반 관객들과 거리를 두었다. 야외 상영장에 인사를 온 영화 배우 역시 인삿말 5분이 고작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세계적 영화배우에다 국내 영화계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물론, 그 이유를 몰라서가 아니다. 영화제 성격이나 예산, 위상 면에서 부산영화제와 많은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전주영화제의 스타 부재는 그 정도가 심하다. 영화제 집행위원회 관계자의 제자나 지인만 온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개인적 친분이나 연고주의가 아닌, 스타들이 전주영화제에 매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은 영화제지 ‘영화 관람제’가 아니다. 영화를 끌어가는 힘이 없으면 영화는 지루하다. 엔딩 전 객석을 박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객석을 등진 관객은 다시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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