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할 때 용역을 실시하는 것은 정해진 절차나 다름없다. 사업의 타당성조사에서부터 실시설계까지 정확한 자료가 만들어져야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심이 너무 지나쳐 이중삼중으로 용역을 남발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일관성이 결여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완용역이라면 몰라도 중복용역은 폐단이 더욱 크다. 유사한 성격의 용역을 겹치기로 하다보면 용역과 용역 간에 틀이 맞지 않아 이를 조정하는 용역을 다시 시행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항상 같을 수가 없을 뿐더러 전문가라고 해서 언제나 완벽한 답을 내놓을 수도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필요 이상으로 중복용역을 실시하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혼란과 낭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동일 사안에 대해 반복해서 용역을 실시하는 것은 여러 모로 의혹을 자초할 공산마저 있다. 때문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의 용역에 되도록 많은 전문가를 참여시켜 단번에 완벽한 결과물을 얻어내야 한다. 그리고 한번 완성된 용역은 캐비닛 속에 처박아둘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시행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혈세를 낭비한 죄'를 면할 수가 있다.
김완주 전 전주시장(현 전북지사)이 재임기간 중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경전철사업에 대해 후임 송하진 시장이 다시 추진여부를 판단할 용역을 발주해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주경전철사업은 지난 1999년 타당성조사를 시작으로 7년여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줄기차게 추진해 온 대형 교통망개선사업이다. 추진과정에서 찬반 양론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바람에 한국갤럽에 의뢰,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도 있다. 결과는 찬성 68%, 반대 28%였으나 운수업체와 시민단체는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곧바로 반발을 했다.
건교부로부터 도시철도기본계획 승인까지 받아놓은 경전철사업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말못할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7년 동안이나 검토하고 또 검토해 온 사업인데 무엇을 또 검토할 것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새(新)용역을 실시해서 구(舊)용역을 갈아치우는 건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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