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내년부터 대학입시제도가 바뀌면서 논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금 논술에 대한 관심은 가히 열풍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초등학생부터 대입 수험생까지 온통 논술에 빠져 있다. 논술은 학생들의 종합적 사고를 알아보기에 좋은 평가도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앞으로 대학입시에서, 그것도 일류대학이나 인기학과 입시에서 결정적인 인자가 될 거라는 세인들의 술렁임으로 인하여 그 비용의 투자가 늘고 있다. 그 결과, 논술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논술은 ‘논’이 필요조건이고, ‘술’이 충분조건이다. ‘논’이 어느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이라면, ‘술’은 그에 대한 표현이다. 그래서 논술에서는 ‘논’이 우선이고 ‘술’이 나중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논술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어 글을 잘 쓰는 훈련에만 너무 집착한다. 이것은 논술지도의 순서가 바뀐 모습이다. 다양한 책읽기가 전제되지 않은 글쓰기는 상대를 감동시키지 못하고 내용보다는 글의 기교에 빠질 확률이 높다. 결국 필요조건인 ‘논’을 충족시키지 않고서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어서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많은 책을 체계적으로 읽힐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범주의 책을 읽도록 권장하여 그 내용을 토대로 자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금 학교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논술지도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책읽기에 온통 마음과 몸을 쏟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책읽기를 좋아하나 사교육 시장에 몰입되어 스스로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책읽기를 요약형에 의존하는 일이 많이 있다. 다른 사람이 학습지나 다른 매체를 통하여 책의 내용을 축소 요약한 것을 짧은 시간 내에 읽어내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지식만을 축척해가기도 한다. 이런 책읽기 습관은 학생들의 생각이나 사고를 글쓰기로 이어지지 못하게 한다.
논술에서는 책읽기가 우선임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자신이 스스로 고민하며 글을 읽어내어 책읽기의 성취감을 맛보게 하자.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표현하도록 하자. 그 표현이 좀 서툴더라도 인내하며 머릿속의 생각과 손의 글쓰기의 괴리를 줄여가도록 하자. 학생들은 스스로 내공을 쌓아 그 차이를 충분히 줄여갈 수 있는 잠재적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학생들을 책읽기에 보다 많이 노출시켜, 그들이 ‘논’에 ‘술’을 더하여 논술의 필요충분조건을 완성해가길 바란다.
/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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