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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드라마 세트장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했던 드라마 세트장이 대부분 해당 드라마 종영과 더불어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거액을 투자한 세트장이 ‘잊혀진 장소’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가건물 형태로 지은 시설물들이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소품 몇점 이외에는 볼거리가 없으니 누가 찾겠는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예산이 투입돼 건립된 세트장만도 전국에 30여곳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에도 부안 격포항과 궁항에 KBS 역사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이. 익산시 신흥동과 여산면에 SBS 드라마 ‘서동요’ 1,2 세트장이 세워져 있다.

 

도내 세트장의 상황도 다른 지자체 사정과 비슷하다.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다 보니 시설물 곳곳이 파손되고, 쓰레기가 나뒹굴면서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고 한다. 도내 세트장도 드라마 방영 기간과 종영후 몇개월간은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반짝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해당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면서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것이다.

 

물론 드라마 종영후에도 꾸준히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세트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래시계’의 강릉 정동진이나 ‘겨울연가’의 춘천 남이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두 곳은 제작진들이 주변 경관이나 접근성등을 고려해 장소를 물색해 촬영한 뒤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인위적인 장소 띄우기가 아니었다.

 

지자체들이 이같은 점을 간과하고 따라하는 식으로 세트장 유치에 나선 것 부터 잘못이었다.여기에 단체장의 치적홍보 유혹도 한 몫 거든 요인이다.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혈세를 낭비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에는 전북도와 부안군이 50억원을, ‘서동요’ 세트장에는 익산시가 14억원을 지원했다.

 

지자체의 드라마 마케팅은 세트장을 관광자원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좋은 취지에서 출발하지만 성공율이 낮은 것은 여러 지자체의 사례가 입증해주고 있다. 사업 타당성 평가를 자체적으로 할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없다는 점에서 무리인 것이다. 세트장은 더 이상 대박을 터뜨리는 상품이 아니다. 단체장이 미처 깨닫지 못한다면 지방의회가 견제기능을 충실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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