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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모악산 살리기

“ … 나는 전주(全州) 모악산이/ 이 땅의 성산(聖山) 중의/ 하나임을 잘 안다./ 알면서 그 파괴를 묵과할 수 없다./ 길은 모악(母岳)으로 날 수 없다./ 모악은 영태(靈胎)를 모셨다./ 어머니 배를 가를 셈인가? …”

 

이 시는 김지하 시인의 ‘모악산 개발을 우려한다’로 1990년대 중반 쓰여졌다. 당시 모악산이 무분별한 개발로 신음하고 있을 무렵이다. 그런데 요즘 모악산이 그 때보다 더 훼손되고 있다. 등산로의 토사가 유실되고 주변에 각종 시설이 들어서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 한국산지보전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주 모악산을 비롯 서울 인왕산과 도봉산, 광주 무등산 등 도시주변 산지숲의 산성화가 심각할 정도라고 한다. PH 4.5이하(적합은 5.5)의 강산성을 나타내, 토양 미생물이 줄어들고 생물 종다양성이 약화됐다. 한마디로 숲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전주의 상징과 같은 모악산이 황폐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모악산이 어떤 산이던가.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모악산은 전주·김제·완주에 걸쳐있고 산자락 아래로 사방 1백리가 넘는 호남평야를 안고 있다. 또한 동쪽은 삼천천을 통해 만경강에, 서쪽은 원평천을 통해 동진강에 합수돼 서해로 흘러든다.

 

모악산이라는 이름은 당초 금산(金山)이었다. ‘삼국유사’나 ‘고려사’에 그렇게 기록이 전해진다. ‘연려실기술’에 ‘금구모악(金溝母岳)’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이후 붙여진 게 아닌가 한다. 또 민간에서는 흔히 ‘엄뫼’와 ‘큰뫼’라 불려졌고 이 명칭은 한자 전래와 함께 ‘모악’과 ‘금산’으로 의역된 것으로 ‘금산사지(金山寺誌)’는 밝히고 있다.

 

풍수지리학자 최창조는 모악산을 “해안으로 부터 시작하여 내륙으로 들어가는 야지의 땅에 풍성하면서도 우람하게 우뚝 솟은 평지돌출의 산”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인 시각의 교차로 더 웅장함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악산의 겉모습에 불과하다. 모악산의 넉넉한 품은 ‘어머니의 산’ 그대로다. 후백제의 역사가 숨쉬고 정여립, 강증산 등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금은 시민의 안식처요, 세계적 명상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정수리에 박힌 통신시설을 철거하고 휴식년제를 검토하는 등 회생대책을 서둘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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