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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출판기념회

책 한 권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인류에 유익하고 세상을 감동시키는 책을 쓰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뼈를 깎고 영혼을 불태우는 고뇌의 시간이 없이는 불후의 명작이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상을 이롭게 하는 책 한 권이 탄생하기까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진통이 뒤따른다. 책을 낸 후 출판기념회를 갖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제지(製紙)와 인쇄 제본기술이 발달하면서 책 내기가 옛날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웬만큼 책이 팔려야 출판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별 부담없이 책 한 권쯤은 족히 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말마디나 한다는 사람 치고 책 한 권 내지 않은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당연한 결과로 책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의 책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책은 본인 말고 또 다른 독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용이 빈약하다.

 

자기 자신에 도취돼 별 고민없이 책을 내는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다. 책을 썼다고 주변에 과시를 하기 위해선지 아니면 출판비라도 건질 요량인지 알 수가 없지만 지인들에게 일일이 초청장을 발송해서 부담을 준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매사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민폐가 무엇인지 안중에 없다.

 

한 술 더 뜨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불순한 목적을 갖고 책을 쓰거나 책을 지렛대로 삼아 대박을 터뜨리려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전자는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비방한 '동교동 24시'가 대표적 사례고 후자는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후보들의 책 내기가 그것이다. 하기야 선거일 전 90일까지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선거법이 문제긴 하지만.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고 해서 온나라가 시끄럽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같은 당 대선주자들까지도 '전형적인 구태정치이자 세몰이 정치다' '노골적인 정치자금 모금행사다'며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법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들이댄다면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지지율 1위 주자라서 그런지 어째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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