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새벽메아리] 대학축제는 끝났지만...- 이경한

이경한(전주교대 교수)

오월이 가면서 대학의 축제도 끝이 났다. 도내의 대학들은 5월의 축제로 후끈 달아올랐고, 축제의 장을 통하여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였다. 대학의 축제는 여느 축제와 같이 나름대로의 카타르시스를 반영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의 욕구를 담고 있는 자신들의 끼를 발산하는 장이다. 우리사회에서 대학 축제는 여느 사회 축제와는 다른 면모를 간직해왔다. 대학 축제는 독재시대에는 민주주의를 이끌어냈고, 암울한 시대에는 낭만을 꿈꾸었고, 서구적 가치관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우리 전통의 소중함에 눈을 떴고,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는 시대에는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실천하고 세상에 외치는 한마당이었다.

 

그러나 요즘 대학 축제는 그 성격과 내용 면에서 많이 다르다. 학생들의 축제 참여도는 매우 낮아졌다. 대학의 축제는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더욱이 험한 세상의 취업률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축제를 즐길만한 꺼리도 별로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다. 많은 대학구성원들이 축제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다양한 묘책을 동원하고 있다. 그 묘책으로 등장한 것이 유명가수를 초청하여 학생들을 축제로 유인하는 방식과 축제를 주막화 하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는 대학 축제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이 두 방식들은 대학축제의 상업화를 이끌고 있다. 도내의 대학들은 너도나도 유명가수를 초청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유명가수의 초대비는 노래 몇 곡에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루고 있다. 대학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두서너 명의 유명가수를 초대하는 것으로 보아 학생회는 가수초대비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연말마다 대학등록금의 인상 저지를 위한 학생간부들의 삭발, 수업거부 등의 다양한 행태와는 사뭇 다르다. 또 다른 대학 축제의 자화상은 주막이다. 주막이 대학문화의 전형은 아닐진대, 이는 대학 축제의 전형으로 자리하고 있다. 운동장에 빼곡히 들어선 주막들은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유혹한다. 대학 축제기간에 연일 펼쳐지는 주막은 대학의 밤을 무질서와 무절제로 만든다. 아마도 대학의 일탈문화를 조장하는 주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대학 축제의 참 멋을 잃게 한다.

 

우리사회는 대학의 축제가 여느 사회축제와 달라주길 바란다. 그러나 대학축제는 그 주인공의 자리를 유명가수나 주막에게 내어주고 있다. 대학축제에서 학생의 타자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대학문화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축제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주체에서 객체로 전락하고 있다. 다시금 대학축제가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이 대학축제가 젊음의 끼를 담보로 하여 시대를 앞서가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 시대의식과 문제의식을 무엇으로 삼든 간에, 대학생과 그들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문화가 대학축제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주체가 되어 신명나게 펼치는 대학축제만이 우리 시대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경한(전주교대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

완주‘10만490명’ 완주군, 정읍시 인구 바짝 추격

익산정헌율 익산시장 “시민의 행복이 도시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