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이 어제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와 탈당을 선언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중단하고 평화개혁 세력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온 몸을 던질 것”이라며 “가진 기득권이 있으면 전부 내던지겠다”고 말했다. 대통합을 위한 살신성인적 용단인 셈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김 전 의장의 불출마 선언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현재 대선 후보 군(群) 가운데 김 전 의장 만큼 우리나라의 민주평화 세력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범여권의 주자로 끝까지 경선에 참여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최근 지난 ‘10년간의 공과’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지만 ‘민주화 역정’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민주화 완결을 위한 과제와 임무가 그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반도 주변 정세가 아직도 혼돈 상황인 시점에서 대북 포용정책으로 긴장완화에 힘쓰기 위해서는 일관되게 ‘대화에 의한 해결’을 주장해 온 그가 적임이다. 지역주의에도 자유롭기는 마찬가지다.
김 전 의장은 학창시절 부터 군부 독재권력과의 투쟁을 거치면서 민주화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은 뒤에는 재야 때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다. 현실 정치에 적응해 세를 불리기에는 너무 진솔하고 정직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시절 최고위원 경선에서 불법자금을 썼다고 양심선언을 한게 단적인 사례다. 적당히 허세도 부리고 정치적 술수도 써야 하는 구태정치의 생리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절대권력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지만 당내 세력다툼에서는 항상 뒷전이었다.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체질도 아니었다. 하지만 맑은 정치판을 추구하는 그의 진정성과 열정으로 인해 적잖은 지지자들이 그의 곁을 지켜오고 있다.
철저한 원칙과 심사숙고형인 언행 때문에 ‘여의도의 햄릿’으로 불리는 김 전 의장의 이번 결정도 오랜 고뇌 끝에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장고 끝에 악수(惡手)가 나올 수도 있다. 참기 어려운 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스스로를 던져 난국을 헤쳐가려는 생각이 앞섰겠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럴 계제가 아니다. 민주화 세력의 대표로서 끝까지 남아 최선을 다하는 정치적 열정을 불태워야 한다. 그것이 김 전 의장의 숙명이다.
여권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회견에서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의 심정을 거론했듯 예수처럼 부활해 다시 무대 위에 나서야 한다. 대선 경선에는 마땅히 대통령으로서 경륜과 자질을 갖춘 인물이 나서야 할 것이다. 남들이 안전지대에서 관망하고 있을 때 국가와 정의를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은 사람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 양심세력을 대표하는 김 전 의장을 제척하고 민주평화 세력의 대통합을 이룰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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