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한(전주교대 교수)
서울대와 일부 사립대학들이 참으로 기발한 그러나 어이없는 입시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발상치고는 치졸하기 그지없다. 그들은 수능등급제에 시비를 걸어 면접을 본고사형으로, 그리고 논술을 통합논술로 보아서 우수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입시안을 내놓더니, 이제는 한술 더 떠 고교 내신 성적의 무력화를 꾀하는 입시안을 가지고서 국민과 흥정을 하려들고 있다. 서울대는 내신 성적 1-2등급을, 그리고 사립대학들은 1-4등급을 동점화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내신 성적의 기본점수를 높여 이의 실질 반영율의 최소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대학들은 이런 시도의 이유로 우수 학생 선발이라는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이 내신 성적 무력화 입시안들은 일부 소수계층의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에는 복음이 될지언정, 대다수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학습의욕이 꺾이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당장 내신 성적에 맞추어 노력한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입시안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임이 틀림없다. 대입으로 인해서 고교교육이 입시 지옥이 된 지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이 일부 대학들에 의해서 내신 성적마저 유명무실화된다면 우리 공교육의 황폐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나마 내신 성적 반영으로 고교 수업의 정상화가 일정한 정도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내신 성적의 무력화는 반대로 우리교육의 사교육 열풍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 학생들은 방과 후에 학원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다.
이는 공교육의 온상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다. 고교내신 무력화를 통한 공교육의 파괴는 중학생들의 특목고나 자사고로의 입시전쟁 도미노 현상을 낳게 될 것이다. 이 내신 성적의 무력화가 공교육에 가져올 파장을 짐작하고 남을 대학들이 여전히 국가의 공기로서 공익적 판단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국민에 대한 눈속임으로 고교 내신 성적 반영비율의 축소 문제를 넘어가려는 시도는 국가 공교육 정상화라는 국민 다수의 가치와 상충되어 국민적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대학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립대학인 서울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의 명문 사립대학들도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복리를 위하여 최소한의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그 의무는 자기대학의 인재를 넘어서 국가의 인재를 공급하는 교육의 온상이 되는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돕는 일이다. 이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접어둔 채, 자기 대학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자세는 보기에도 흉하다. 대학은 국민들의 바램을 견지하면서 보다 다양한 입시 전형방법을 고안하여 자신들의 추구하는 목적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길 바란다. 그리고 교육부는 일관성 있는 입시정책을 펼치면서 공교육을 저해하는 대학들의 입시 방안들에 대한 지도 감독을 다해주길 바란다.
/이경한(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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