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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훈수(訓手)

우리나라 재미있는 속담에“ 훈수는 빰을 맞고도 한다”는 말이 있는데 장기나 바둑에서 옆사람이 훈수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훈수(訓手)는 충언(忠言)이나 조언(助言)과는 다르다. 충언은 밑에 사람이 자기보다 연장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위해 한말씀 올리는 것을 말하고 조언(助言)은 옆에서 일깨워 주는 말을 뜻한다. 비슷한 말로 훈시(訓示)란 상관이 직무상 밑에 사람에게 주의사항을 일러주는 것을 말한다.

 

장기나 바둑에서 당사자들은 흥분이나 긴장상태가 되면 수가 잘 보이지 않을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부담없이 구경하는 옆사람은 평온한 마음이기에 수가 잘 보인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쉬운수도 잘보지 못하고 쩔쩔맬때는 옆사람은 답답한 마음에서 훈수를 하게 된다. 훈수 받는 측은 고맙겠지만 반대측은 약이 올라 훈수자에게 폭언도 불사한다. 이런 고약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장기 바둑판이 또 답답해지면 훈수버릇이 튀어나오게 된다.

 

훈수 하나에 상황이 일변하여 승자와 패자가 뒤바꿔지게 되면 훈수자가 빰을 맞는 웃지못할 촌극(寸劇)이 벌어진다.훈수는 인간의 내면 욕구와 깊은 연관이 있어 훈수는 계속될 것이다.

 

훈수자는 승자와 패자를 만드는 장기 바둑 전쟁에서 아무 부담없는 방관자이면서 구경꾼이다. 그러나 그는 장기 바둑 전쟁에서 방관자이면서 소외자라는 위치에 불만이다.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집단이나 어떤 상황에서 소외당하는 것을 극히 불안해한다. 그래서 장기 바둑 전쟁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또 하나나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훈수자는 승패 세계를 떠나있는 자유인이기도 하다. 참가자이면서 자유인이라는 이중신분은 훈수자만이 가질수 있는 특권이다.

 

이런 이유로 장기 바둑에는 어김없이 훈수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빈번한 정치적 발언은 정치적 훈수인지 훈시인지 구분키가 어렵다.

 

한나당 집권을 막기위해서는 범여권의 대통합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훈수보다는 훈시에 가까운 절박성이 깔려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은 당파성으로 오해받을수 있는 훈수나 훈시는 삼가해야 할 것이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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