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전주시의회 의원)
훌륭한 식용 과일인 토마토는 원래 안데스 산맥 기슭에서 자라던 관엽식물이었다. 말하자면 눈으로 보기만하는 화초였다.
그 화초가 지중해 연안으로 건너가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1백년이 지나면서 열매가 탐스러워진 식용과일로 바뀐다. 재미있는 것은 그 토마토가 지금은 관엽식물이던 시절의 원산지 과일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고추도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원래 고추는 멕시코가 고향이다. 그 고추가 15세기 스페인의 멕시코 원정대에 의해 고향을 떠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무렵 중국과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학설이 있으나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훨씬 더 많이 고추를 먹는다. 바로 맛의 차이에서 연유한다.
한국의 고추가 일본 것 보다 달고 맛이 있는 것은 한국의 기후와 토질에서 비롯된다.기후와 토질 등 자연환경은 생물을 그렇게 변화시킨다.
사람의 체질도 기후와 풍토에 따라 다르다는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빵이나 버터를 먹는 사람과 된장이나 김치를 주로 먹는 사람의 체질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대륙의학으로부터 벗어나 민족의학의 영역을 개척해낸 허준의 업적도 이 나라 사람의 체질에 알맞은 이 나라 풍토의 약재를 바르게 찾아내 병을 고치도록 체계화 한데서 그 위대함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 나라 사람들에게만 더 효험이 있는 약초나 치료법이 따로 있다는 발상도 이 나라의 기후와 토질 같은 자연환경이 다른 나라와는 구별되기 때문에 나왔을 것이다. 말하자면 일찍이 신토불이를 깨우쳐 실천했다는 이야기다.
전주시 약령 축제가 올해 9회째로 오는 10월 5일부터 7일까지 태조로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약령축제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전주시의 대표적인 축제가 폐지논란에 직면했었다. 전주시의회 문화경제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원 중의 한 사람으로 축제의 성격에서부터 경제적인 효과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덕분(?)인지 올 축제에는 약령축제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천을 받았고 한 동안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강하게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자문위원으로 추대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올 행사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 자문위원 자격으로 행사 추진위원회원 및 시청 직원들과 함께 경남 산청약령축제에도 다녀왔다.
행사추진위원회가 계획하고 있는 비보이 공연도 좋지만 각 동사무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우수 문화동호인들을 행사에 출연시키고 보다 많은 시민들을 행사에 초청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한약제는 물론 시군지역의 우수한 농특산물을 전시판매하는 등 한방 엑스포 사업이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데 관심을 가졌다.
행사를 추진하는 관계자들도 한방엑스포의 정착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실 행사계획이 아무리 좋아도 질서와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행사는 엉망이 되고 만다. 계획이 어긋나지 않도록 약령축제가 끝날 때까지 관계자들이 끝까지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축제를 기획하고 주관하는 행사추진위원회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또한 성공적인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한 변수이다. 시민들의 관심이 없는 한방엑스포는 정착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올 축제를 앞두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동안 약령축제의 큰 문제가 되었던 태조로와 경기전 장소를 피하기 위해 약전거리와 구 도청 부근 및 차이나거리, 완산공원 등지를 땀을 흘려가며 현장을 방문하고 통행자수요조사는 물론 차량 조사까지 한 뒤 차량통제를 위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계획대로 부서간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또다시 태조로와 경기전 일대를 행사장소로 결정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방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벌써부터 땀을 흘리고 있는 만큼 이 행사 개최를 계기로 우리 약초와 민족의학에 대한 우수성이 다시 평가되고 발전되면서 한약재 유통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물론 나아가 약초생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앞으로 남은 우리의 숙제는 전주한방엑스포가 오랜 전통을 가진 대구의 약령시장을 배경으로 한 한방축제나 약재 재배지를 바탕으로 한 경남 산청의 한방축제를 뛰어 넘는 독특한 전주만의 한방축제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예컨대 전주의 맛을 한방에 접목시킨 차별화된 컨셉이나, 한방을 웰빙과 결합시킨 축제를 기획하는 것도 시도할 만할 것이다. 무더위 속에서도 자문위원회와 추진위원회, 행사 관련 담당자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올 약령축제에 기대가 높아진다.
/박혜숙(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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