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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낙후전북'은 누가 살리나? - 김대곤

김대곤(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전북 정무부지사 시절의 얘기. 삼성전자가 백색가전 생산라인을 몽땅 광주로 이전키로 했다. 도청의 한 간부가 삼성의 임원에게 말했다.??생산라인 한개쯤은 전북으로 와도 되지 않겠습니까?. 대답이 일품이었다. 전북에서 대통령 나왔습니까?. 전북사람들에겐 영 입맛 쓴 대답.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한 전북에 당시의 호남대통령도 약효가 없었다는 얘기. 호남대통령이 아니라 전남대통령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그 전은 따질 필요도 없고, 한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호남대통령 시절을 놓고도 말이 많다. 광주·전남과 달리 전북은 그 때도 푸대접을 받았다는 것. 전북인의 비원(悲願)으로까지·격상된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바로 그 때 2년 동안이나 중지됐었다는 것. 전국최하위 수준의 경제상황과 인구감소는 그 때에도 변함없었다는 것. 이러니 좋아서 나를 찍었나? 이회창씨 찍을 수 없어 찍었지? 하는 영남대통령의 배신은 얘기할 필요조차 못느낀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대통령을 두 번이나 내 손으로 뽑았음에도 전북은 항상 뒷전이라니. 내 손으로 만든 10년 동안에 지역발전은 커녕 낙후만 가속화됐다면 억장이 무너져도 열 번은 무너졌겠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니 전북인은 실의와 체념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이해된다. 소극적이고 패배주의에 젖어 발전을 추구할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비판이 공허하게 들린다. 감초처럼 끼는 게 책임론, 도대체 누구탓이야?

 

고향에서는 출향 인사들중 소위 출세했다는 사람들의 책임이 강조된다. 고향이 낙후의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을 때에도 일부 정치인과 관료들은 특히 호남대통령 시절출세를 했다. 일부 인사들은 이들 출세자들에게 고향를 위해 한 일이 뭐냐고 호통 친다. 자신들의 입신양명에만 신경 썼을 뿐이라는 엄중한 질책. 요직에 앉았던 사람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고향이 이처럼 황폐화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 진실 여부는 별개로 결과만 놓고 보면 유구무언(有口無言), 그 시절 기자에서 대통령비서관으로 발탁된 나도 그런 부류에 해당된다.

 

최근 어느 모임에서의 일. 화제는 대선, 그중에서도 전북의 아들이 고향에서 전폭적 지지를 못받는 데로 모아졌다. 고향에서 온 사람들은 그가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별로 없어 크게 기대하지 않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정권재창출이 안돼도 요즘보다 못하게야 되겠느냐는 놀랄만한 정서도 전했다. 출세자들에 대한 비판도 심하다고 전했다. 전북은 잘 하는데, 서울에서의 노력이 적어 발전 못했다고 그게 맞는 말이야? 반발하는 의견도 나왔다.

 

책임 떠넘기기 식의 대화는 실익이 적다. 이런 식이면 백색가전이고 흑색가전이고 전북에 올 이유는 당분간 없겠다. 지금보다 더 못해질 수 없다는 생각이라면, 분명히 더 나빠질 미래를 기다리는 수밖에.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신문 칼럼 한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내게 하는 소리 같다. 무슨 혁신을 시도하면 일이 되게끔 돕기보다는 그게 왜 안되는지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 천재적인 사람들이 전북엔 너무 많다. 이런 퇴영적인 풍토를 깨지 않고선….

 

내 몸도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누가 내 맘처럼 움직여줄까? 그래도 남보다는 내 새끼가 낫다는 게 정설이다. 불평에 앞서 내 주위 사람을 위해주고 키워주는 게 미래를 대비하는 태도가 아닐까?

 

/김대곤(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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